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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정재형·김민수 "세월 흐를수록 더 깊은 코미디를" [코미디언을 만나다]②

'피식대학' 3인방 인터뷰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2-04-24 06:30 송고 | 2022-04-24 07:53 최종수정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유튜브는 코미디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기존의 방송 패러다임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웃음을 안기고 있다. 피식대학은 KBS,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주축이 되어 만든 채널로, 하나의 채널 안에 여러 코너와 부캐릭터를 선보이며 '피식대학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중년들의 산악회 모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한사랑산악회', 2000년대 초중반에 청춘들이었다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05학번 이즈 백', 중년들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화면으로 만나는 소개팅 콘셉트로 흥행한 'B대면 데이트' 등 하이퍼리얼리즘 상황극과 잘 빚은 캐릭터, 이를 표현하는 연기력까지 더해진 피식대학은 대형 코미디 크리에이터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는 피식대학의 연출자이자 작가이며 연기자다. 매일 사무실로 출근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낸다. 서로 너무 잘 맞지만 너무 달라서 '창작'이 된다는 크리에이터들이다.

세 사람을 만나 피식대학의 오늘, 그리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순식간에 피식대학 캐릭터로 몰입해 쏟아놓은 '드립'과 날것의 디스 속에 코미디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가득했다.

피식대학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를 [코미디언을 만나다] 스물세 번째 주인공으로 초대했다.
<【코미디언을 만나다】'피식대학' 3인방 편 ①에 이어>

-피식대학 콘텐츠 속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이용주가 연기하는 배용남은 어떤 사람인가.

▶(이용주) 나는 연기를 한 게 아니다. 타인이다. (배용남은) 그 시대에 있던 형 같지 않나. 그런 형들이 되게 많았다. 처음에는 거칠고 꼰대같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동생들을 다루는 것 같지만 애정과 관심이 있는 거다. 손절 대상이라는 말도 듣지만 알면 알수록 진국인, 일관성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각종 경조사에는 무조건 참석할 것 같은 사람이다. 망해도 자존심이 있어서 현금서비스 받아서 돈 낼 사람이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인터뷰. 2022.4.14/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인터뷰. 2022.4.14/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모델 정재혁도 궁금하다. 늘 허기진 모습이다.

▶(정재형) KCM 이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니다. 예전에 싸움을 소재로 한 만화나 내가 어릴 때 생각하던 멋진 형들의 모습이다. 과묵한데 사람 심금을 울리는, 무형의 것들이 합쳐서 나온 모습이다. 주변 사람들이 평하기로 혁이형은 주변 사람들이 평하기로 자기관리의 끝판왕이라고 하더라. 톱모델이 되려면 희생,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 심각한 상황에서도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삼겹살을 구워먹는 용기, 그게 바로 자기관리의 비결이다.

-혁이형의 셔츠가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는 댓글이 있던데. 다이어트 계획이 있나. 

▶(이용주) 뺄 데가 있나?

▶(정재형) 셔츠가 각성을 한 거다. 새로운 스타일로 변화하는 거라고 본다. 조각이어서 더 관리를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송승헌에게 다이어트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것 아닌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서 많이 따오는 것 같다. 고마움을 표해야 하지 않나.

▶(김민수) 최근에 아버지 차를 바꿔드렸다. (정재형도) 어머니 차를 바꿔드렸다. 아버지 퇴직 선물 겸 선물로 외제차로 해드렸다. 아마 모든 자식들은 부모님 차 바꿔드리는 게 바람 중의 하나이지 않나.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분 나쁘지 않은 코미디, 깎아내리지 않는 코미디라는 점에서 사랑받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피식대학의 철학이 있나.

▶(이용주) 아무도 불편하지 않을 코미디를 한다고 하는데, 당연히 우리도 생각을 하고 검수를 하면서 만드는데, 기본적으로 최대한 터부, 금기시 되는 선 가까이에서 만드려고 한다. 그게 가장 재미있고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이거나 코미디가 아니면 꺼내기 힘든 주제일 수도 있다. 예컨대 코로나 상황에서 산에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산악회가 나오게 된 배경이지만, 산악회를 검색해보면 불륜이라는 결과가 나오더라. 하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산에 가는 분들이 그런 것(불륜) 때문에 가는 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산악회 주제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노는 중년, 즐겁게 사는 분들의 모습을 더 표현하려고 했다.

▶(정재형) 불편하지 않다고 하지만 사실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카페 사장님이나 산악회 회원님이 불편할 수도 있다. 우리는 (아이템을 짤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인지를 더 생각한다. 목적이 웃음이니까 연기를 하면서 최대한 웃음에 가까우려고 하지, 꼭 '안 불편하게 해야지'라고 노력하면서 하는 건 아니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김민수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김민수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한사랑산악회'는 TV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방송국 공채 개그맨으로 출발한 피식대학 멤버들이, 유튜브에서 히트한 콘텐츠가 다시 TV에서 공개됐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이용주)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더 많은 분들에게 노출이 된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공개되는 플랫폼이 TV든 유튜브든 그런 건 따지지 않는다.

▶(정재형) 어디에서 공개된 것보다 영향력이 더 커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함은 있다.

-TV 코미디 무대가 없어져서 힘들지 않았나.

▶(정재형)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없어지면 또 새로운 시대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튜브에서는 구독자, 조회수가 수치로 보이니까 코미디 채널로 시작해 몰카 위주가 되기도 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로 흐르는 경우도 있더라. 경계하고 지양하는 지점이 있나.

▶(이용주) 우리도 몰카 콘텐츠를 한 적은 있다. 다만 그것만 해서는 확장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다양한 걸 시도하면서 이것 저것 더 많이 하게 된 거다.

▶(정재형) 어떻게 보면 큰 그림인 거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단기적으로 승산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승산이 적다. 셋이서 회의를 하면서 (몰카보다) 다른 쪽으로 가는 걸 선호했던 것 같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정재형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앞으로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김민수) 최근에 깊게 이야기를 나눴다. '05학번' '산악회' 처럼 우리가 연기를 해서 보여주는 콘텐츠도 있고, 우리 본모습을 통해서 새롭게 보여주는 것들 두 가지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이용주) 재미있는 것을 만들면 좋아해주시지만 재미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더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잘 하고 있는 시트콤 형식의 콘텐츠도 하면서 예를 들면 우리 본모습 그대로 나오는 콘텐츠들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연도 병행하면 어떨까 노력 중이다.

-구독자와 소통하는 기회를 더 만들 생각인가.

▶(정재형) 요즘도 공연을 하고 있고 계획도 있다. 공연에서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까, (유튜브의) 콘텐츠를 그대로 옮겨서 하는 것 말고 더 발전한 것들을 고민 중이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어떤 코미디언이 되고 싶나.

▶(이용주)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면서 해외나 다른 코미디언들의 무대를 보니 경력이 쌓일수록 코미디가 농축이 되어서 깊게 자국이 남는 무대들이 있더라. 코미디언이 나이가 들면 트렌드를 못 따라가고 감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더 멋진 코미디언이 될 수 있겠구나 희망이 생겼다. 지금 서른일곱인데 마흔일곱의 나, 우리의 모습이 기대가 된다. 6070이 넘어서도 잘 늙어가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다.

▶(김민수) 나는 힙합을 너무 좋아해서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데 가수들은 앨범으로 자기를 보여주지 않나. 코미디언들도 작품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의 아우라가 생기는 것 같다. 작품으로 말하는 코미디언이고 싶다.

▶(정재형) 두 분의 생각과 비슷한데 하나 덧붙이면 (지금까지는) 코미디가 산업이나 시장성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앞으로 코미디가 돈이 되는 것이며 돈을 주고 사서 보고 즐길 수 있는 산업이 되는 길에 작은 힘이 되고 싶다. 가수가 노래방이 아닌 무대 위에서 제일 멋진 것처럼, 웃기는 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것 아니야? 가 아니라 코미디언도 콘텐츠나 본업에서 '역시 다르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김민수, 정재형,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 마포구 한 카페. '피식대학' 김민수, 정재형, 이용주 인터뷰/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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