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앵커' 감독 "천우희·신하균, 연기신들 모여 내 얘기 들어줘 행복" [N인터뷰]①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2-04-14 12:56 송고
정지연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뉴스1
정지연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뉴스1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앵커'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통해 만난 정지연 감독은 "여성 이야기를 장르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이런 사람도 있다는 얘기로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지연 감독이 연출한 '앵커'는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 분)에게 누군가 자신을 죽일 것이라며 직접 취재해 달라는 제보 전화가 걸려온 후, 그녀에게 벌어진 기묘한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오는 20일 개봉한다. 

정지연 감독은 단편 '봄에 피어나다'(2008)와 '소년병'(2013) '어떤 생일날'(2013) '감기'(2014) 등으로 유수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감독으로, '앵커'를 통해 처음으로 상업영화에 데뷔했다. 첫 상업영화에서 그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더불어 엄마와 딸의 애증, 갈등 관계를 엮어내는 서사로 흥미로운 스릴러 장르 영화를 완성했다.

무엇보다 '앵커'는 '연기 신(神)'으로 불리는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세 배우의 출연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정지연 감독은 "연기신들이 모여서 제 얘길 들어주시고 여러가지 같이 고민해주신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도 전했다. 세 배우들의 압도적인 심리 표현과 반전 스릴러가 돋보이는 장르 연출이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과정은 어땠을까. 정지연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앵커'의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지연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뉴스1
정지연 감독/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뉴스1

-첫 상업영화 데뷔를 앞둔 마음은 어떤가. 또 투자를 받게 됐을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 생각이 나는지.

▶행복하고 긴장된 마음인 것 같다. (투자를 받았을 당시) 제겐 시나리오 밖에 없었는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에서 투자를 결정해주셨을 때 정말 기뻤다. 이 작품으로 인터뷰도 하게 되니까 감회가 새롭다.
-언론시사회 이후 배우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영화 어떻게 보셨냐' 물어봤다. 우희 배우님은 기술 시사 때 보셨다. 특별한 얘길 나누진 않았던 것 같은데 신하균 선배님은 처음 보셔서 '좋았다'고 소감을 말씀해주셨다. (웃음)

-첫 장편 데뷔작을 스릴러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이런 장르로 데뷔하겠다는 계획이 있던 건 아니다. 이런 인물을 구상하다 보니까 스릴러 장르가 잘 어울리겠다 생각해 개발하게 됐다.

-후반 작업을 오래 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 부분들이 많다. 스스로 자아도취는 아니지만 '수고했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웃음)

-주인공 직업이 왜 앵커가 됐나. 방송국이라는 공간도 다룬 이유는.

▶앵커라는 직업이 직업적인 것 외에 다뤄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서 새로운 면이 있을 것 같다 생각했다. 대외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 신선한 점도 있었다. 또 앵커는 누구나 동경할만한, 특별히 흠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직업이었다. 개인적인 영역들과 상반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 방송국이라는 공간은 아무도 없는데 카메라 장비만 있고 스튜디오에 혼자 있으면 무서울 것 같았다.

-천우희 이혜영을 모녀로 캐스팅한 이유는.

▶천우희 배우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많이 말씀드렸듯이 너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앵커의 모습이 우희씨 연기 열정이나 집요한 부분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겠다 했다. 우희씨는 굉장히 작고 섬세한 연기를 잘 하는 것 같다. 세라라는 역할을 준비하면서 걱정됐던 게 세라의 감정 스펙트럼과 광기가 과장되거나 튀어보이지 않길 바랐다. 그래야만 관객들이 이입될 수 있다 생각했다. 천우희 배우는 워낙에 섬세한 연기를 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더욱 믿을 수 있게 광기를 표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어서 더더욱 함께 하고 싶었다.

이혜영 선생님은 소정 역할을 구상하면서 떠올렸다. 욕망이 꺾인 엄마의 얼굴을 갖고 계실 것 같더라. 그 꺾인 욕망이 타오를수록 강렬할 것 같았다. 독보적인 아우라와 카리스마가 욕망으로 표출될 거라 생각했다. 최대한 거기서 많은 요소들, 화려한 요소들, 선생님이 갖고 계신 특별한 개성을 많이 걷어내며 그 얼굴에 집중하게 하는 게 목표였다. 두 분의 연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엄마와 딸의 긴장감을 유발하면 재밌겠다 했다. 두 분의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을 때 아주 만족스러웠다.

-천우희 배우가 앵커 캐릭터를 위해 노력한 점들도 돋보였다. 9년 차 앵커 캐릭터 준비 과정에서 천우희 배우에게 특별히 요청한 부분들이 있었나. 또 천우희 배우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캐릭터를 완벽하게 보여주려고 한 노력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켜본 과정은 어땠는지.

▶배우님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긴 했다. 제가 돕고 싶었던 것은 배우님이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아도 된다, 반드시 해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었다. 제가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아도 열심히 하시기 때문에 편안하게 해달라고 했다. 제작진은 배우가 앵커로 자리에 앉았을 때 앵커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줄지 많이 고민했다. 그게 잘 준비돼 있어야 배우가 더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배우가 만족하고 서포트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배우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어떤 디렉션을 줬나.

▶저도 물론 세라라는 역할에 대해 욕심이 있지만 오히려 배우분께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괴롭히면서 뭔가를 끌어내는 것은 저와 맞지 않더라. 이럴수록 더 편안하게 집중할 때 좋은 게 나오지 않을까 해서 서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자 했다. 너무 몰아붙이지 않으면 더 좋은 게 나오지 않겠냐고 그랬다가도 몰아붙인 것 같기도 하다. (웃음) 객관화하면서 하니까 오히려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정신과 의사 인호 캐릭터는 신하균 배우가 연기해서 더 특별해진 지점이 있었나.

▶인호 캐릭터는 숙제 같은 캐릭터였다. 인호라는 인물이 세라가 자신의 부정적인 것을 투영하는 인물이라 주관적 시점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인호 캐릭터가 너무 기능에 충실해서 연기하면 설득력을 잃고 극이 풍성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연기신들이 모여서 제 얘길 들어주시고 여러가지 같이 고민해주신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웃음) 신하균 배우가 미스터리한 인호의 매력을 끌어내주면 뒷 부분으로 갈수록 극이 더욱 풍성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세라의 방어기제나 감정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모습, 인호와 대치하는 장면에서 거울 같은 느낌이 들고 긴장을 유발했으면 좋겠다 했다. 신하균 배우가 마음을 열고 해주셨던 것 같다.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라는 소재를 활용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저도 이런 경우 동반 극단적 선택이라는 개념으로만 생각해와서 (깊게 파고든 후) 나중에는 충격을 받았다. 나 역시 이것을 연민의 시선으로 봤던 것 같더라. 동반 극단적 선택이라는 걸 통해 특별히 시사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기 보다,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극 중 세라가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뉴스를 전달한다. 자녀 살해 후 동반 극단적 선택 사건이라고 객관적으로 보도를 한다. 하지만 결국 이게 자신의 문제와 결합돼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러니한 지점이었다.

-연출에서 어려웠던 부분은.

▶공포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어려웠다. 또 세라가 취재하러 갔을 때 아이의 죽음을 연출하는 게 고통스러웠다. 아역 배우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었다. '이런 것까지 시켜야 하는구나' 했다. 배우들은 쿨하게 다 했는데도 내가 잘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힘들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소를 연기한 박세현 배우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배우가 힘들어하지만 저는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 스스로 괴로웠던 것 같다. 그럼에도 한마음으로 노력해줘서 감사하기도 했다.

-실제 앵커 꿈을 꾼 적이 있나.

▶저는 말을 잘 못해서 발표 한마디 하려고 해도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소심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숨이 막히고 목이 졸리는 장면이 본능적으로 떠올랐던 것 같다. 앵커는 말을 하는 직업인데 목이 막혀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 공포 같은 것 느낄 수 있겠다 싶었다. 앵커는 제가 될 수 없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웃음)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