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대표님은 NO"…딱딱한 호칭 떼고 소통 나선 재계 CEO들

MZ세대와 수평적 소통 위해 호칭 바꾸기 재계 확산
SK 최태원 회장 "토니", 三電 한종희 "JH"·경계현 "KH"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2022-04-17 06:27 송고
최태원 SK회장이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 뉴스1
최태원 SK회장이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수펙스홀에서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  © 뉴스1

"이제는 회장님 말고 '토니'라 불러주세요"  


재계 총수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이 딱딱한 회장님이나 대표님 대신 영어이름과 닉네임으로 불러 달라며 '호칭 바꾸기'에 나섰다.
권위적인 느낌의 기존 호칭보다는 편안하고 친숙한 영어이름이 자유롭고 혁신적인 분위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조직의 주축이 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소통하는 데도 바꾼 호칭이 낫다고 봤다.

과거 카카오의 김범수 전 의장이 '브라이언'으로 불리는 등 IT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에선 영어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대표를 부르는 사례가 있었지만 보수적인 대기업에서는 기존 호칭이 유지돼 왔다. 이제는 대기업까지 확산해 회장님, 사장님 대신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호칭 변경이 이뤄지는 셈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11일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사업팀원들과 만나 "영어 이름인 '토니'로 불러달라"며 임직원들과 격이 없는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토니는 최 회장의 영문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아이디 '파파토니베어'(papatonybear)에도 들어가 있다. 


최 회장이 굳이 토니라는 영어 이름을 강조한 것은 호칭 변화가 MZ세대와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일 열린 타운홀 미팅 'DX CONNECT'에서 "저를 부회장, 부문장, 대표이사 등으로 부르는데 직함을 부르면 벽이 하나 쌓이는 만큼 그냥 'JH'로 불러달라"며 "소통을 위한 여러 가지 캠페인을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사장 역시 지난달 사내 게시판 '나우'를 통해 본인을 '사장' 직함 대신 영어 이름 이니셜인 'KH'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외국 고객들은 (자신을) KH라고 부른다"며 "메일을 보낼 때도 'Dear KH'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직원들도 KH님, 또는 계현님으로 불러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른 임원들에게도 각자 불리고 싶은 이름을 정해 알리는 것을 제안했다. 이니셜이나 닉네임을 정해 부르는 것이다. 물론 본인 이름이 좋다면 이름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롯데그룹 유통 사업을 총괄하는 김상현 부회장은 취임 직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샘 킴이나 김상현님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호칭 변경을 요청했다.


영어 이름이나 닉네임은 아니지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2월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용진이형'으로 불러도 좋다"고 언급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도 올해 초 전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면서 '권영수님'이 됐다. 그는 신년 영상에서 "앞으로 편하게 '권영수님'으로 불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 회장과 대표들이 권위를 내려놓고 호칭을 바꾼 것은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의 주축이 된 MZ세대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목적도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소통을 통해 MZ세대 아이디어가 발현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와 CEO들이 권위의 상징과 같던 호칭을 바꾸며 조직 문화를 바꾸고 있다"며 "MZ세대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지도 과거 딱딱한 분위기에서 친숙하게 바뀌었다"며 "호칭을 변경하는 기업 회장이나 대표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keon@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