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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교수 기술, 인텔도 100억 내고 썼는데"…삼성과는 '특허소송'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반도체 소형화 '핀펫 특허'의 전설
인텔, 100억원대 사용료 지불해…삼성과는 소송끝에 합의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2-04-12 07:25 송고 | 2022-04-12 09:21 최종수정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1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받은 이종호 후보자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벌크 핀펫이 꼽힌다. 벌크 핀펫 기술은 반도체 소형화의 핵심기술로, 삼성과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만큼 '탐낼만한 기술'로 여겨진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가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10일 지명받아 11일 첫 출근을 했다.
인수위는 이종호 박사의 업적으로 벌크 핀펫 기술을 꼽았다.

◇핀펫 기술은 무엇?…평면 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입체 소자 기술

벌크 핀펫 기술은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표준 기술로 꼽히는 3차원 트랜지스터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텔, 삼성 등 유수의 반도체 기업이 채택해 '업계 표준 기술'로 여겨진다.
벌크 핀펫의 '핀'은 어류의 지느러미를 말하는 '핀'(fin)에서 따왔다.

1960년대, 평탄한 2차원 구조를 가진 모스펫(MOSFET) 구조의 반도체가 개발된 후, 집적회로(IC)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문제는 고집적 회로를 개발하기 위해 모스펫 구조를 축소하는 과정에서 각종 성능 저하가 나타난 것이다. 특히 20㎚(나노미터) 이하의 반도체 구조에서 기존의 모스펫 구조를 유지하기는 어렵게 여겨졌다.

평면 모스펫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에 버클리 대학에서 물고기의 지느러미 모양을 닮은 핀펫 구조가 처음 제작됐다. 이 후보자는 대량의(벌크) 실리콘 상에서 핀펫 구조를 구현하는 데 성공, 이 기술을 벌크 핀펫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기술은 집적회로의 소형화로 이어져 스마트 폰 등 소형 스마트 기기의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벌크 핀펫 기술은 저렴한 웨이퍼 가격, 우수한 열 방출 특성, 기존의 모스펫 공정과의 호환성으로 각광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수어통사역사는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2022.4.10/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수어통사역사는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김현숙 여성가족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윤 당선인, 이종섭 국방부, 이창양 산업통상부, 정호영 보건복지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2022.4.10/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인텔·삼성도 탐낸 '벌크 핀펫' 기술…소송전으로 이어져

이 기술이 상용화되는 과정이 평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삼성과의 소송전이 있었다.

이종호 후보자가 원광대 재직 당시 카이스트와 합작 연구로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카이스트 등의 예산 문제로 국내 특허만 출원하고 국외 특허권은 이 후보자에게 넘어갔다.

이 후보자는 개인적으로 미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인텔은 100억원의 사용료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은 달랐다.

삼성과의 협상은 이어졌지만, 원활히 마무리되지 않아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이 후보자에게서 특허 실시권을 이어받은 당시 카이스트 출자회사 KIP는 미국에서 삼성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냈고, 삼성 측은 자체 개발 기술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2018년 미국 법원에서는 삼성전자에 약 4억달러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고, 이후 삼성전자와 카이스트 측과의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일을 계기로 2021년 공공연구기관 등이 특허권 등을 포기할 때 발명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발명진흥법 개정안, 이른바 '이종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뛰어난 업적으로 서울대 교수에서 장관 후보까지

이종호 후보자는 서울대 정교수 중 8명 중 1명인 희귀한 케이스다. 서울대 다양성 위원회가 펴낸 2020년 서울대학교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의치대를 제외한 내국인 전임 교수 1087명 중 8명만이 국내 타 대학에서 서울대로 진학 후 정교수로 임용됐다. 

대부분의 정교수가 서울대 출신이거나 유학을 다녀온 것에 비추어보면, 이 후보자의 학술적 성과가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이 후보자는 1966년 경남 합천 출신으로 경북대를 졸업 후 서울대 석박사를 나왔다.

윤 당선인은 이른바 대권 수업을 받을 당시인 지난 2021년 5월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정덕균 석좌교수와 반도체공동연소장인 이종호 교수와 함께 연구소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둘러보며 반도체 생산 기술과 관련된 내용을 질문했다고 한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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