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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방통위, 업계는 눈치만…구글 목에 누가 방울 달까

실제 피해 사례 나와야 법 적용 가능…업계 "앱 삭제 감내하며 못 버텨"
"구글의 행정소송 시 2년간 방통위 무력화 가능성도 있어"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2-04-11 07: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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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의 아웃링크 결제 방식 제한 행위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구글갑질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조사 절차를 거쳐 위반 사실 적발 시 최종적으로 과징금 처분까지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실제 구글의 정책 철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앱 개발사 입장에선 인앱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앱 업데이트를 막고, 구글플레이 내 앱 삭제 조치까지 강행하겠다는 구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방통위의 조사 절차를 거치더라도 최종적인 법 위반 판단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사이 앱이 구글플레이에서 퇴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감내하며 플랫폼 위의 플랫폼으로 군림한 구글에 맞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방통위의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구글이 법적 쟁점을 파고들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사 절차 강조한 방통위…업계, "최종 위법성 판단까지 언제 기다려"

방통위는 지난 5일 구글의 아웃링크 금지 행위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유권해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실제 금지 행위 발생 시 실태조사에 나설 예정이며, 위법 사항 확인 시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 위반으로 판단되면 매출액의 최대 2%가 과징금으로 부과된다.
방통위는 구글의 아웃링크 제한 행위에 대한 최종적인 위법성 판단은 사실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구글의 아웃링크 제한 행위로 인한 실제 피해 사례가 나타나야 법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이른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6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전반적으로 앞으로 할 일에 대해 정리해 발표했으니 이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위법 행위라는 건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며 "(법상 금지 행위에 대한) 조사와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법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것으로, 우리가 보기에 위법 소지가 있더라도 행위가 있어야 그 부분에 대해 처분을 하는 것이지 사전에 못 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4.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4.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업계는 수수료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구글과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방통위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고수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웹툰·웹소설 업계는 아직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방통위 유권해석 발표를 두고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구글 정책에 따른 추가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어떤 행동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구글의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개월은 걸릴 거기 때문에 앱 업데이트가 중단되는 일을 막기 위해 업체들이 구글의 정책에 맞춰 업데이트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부터는 방통위가 의지를 갖고 속도감 있게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구글 정책에 맞춘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해당 수수료를 반영한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웨이브·티빙 등 국내 주요 OTT는 구글플레이 앱에서 결제 시 구글 수수료 정책을 반영한 15% 가격 인상을 4월부터 적용 중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는 지난달 말부터 구글플레이 앱 이용권 가격을 14% 인상했다. 네이버 '바이브'는 지난 1일부터 구글플레이 앱 내 구독 결제 가격을 16% 올렸다.

티빙은 지난달 31일부터 구글플레이 앱에서 결제 시 구글 수수료 정책을 반영한 15% 인상된 가격을 적용 중이다. (티빙 공지사항 갈무리)
티빙은 지난달 31일부터 구글플레이 앱에서 결제 시 구글 수수료 정책을 반영한 15% 인상된 가격을 적용 중이다. (티빙 공지사항 갈무리)

◇행정소송 통해 법적 쟁점 파고들 가능성도

방통위의 '인앱결제강제금지법'(구글갑질방지법)이 적용된 뒤에도 문제는 여전하다. 구글 측의 행정소송 가능성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의 보도자료를 확인하였으며 그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며 "구글은 모바일 생태계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든 이용자들을 위해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자 안전은 앱마켓 사업자들이 규제 압력에 대응해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다.

구글은 방통위의 유권해석과 달리 인앱결제강제금지법의 쟁점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웃링크 제한 행위를 어떻게 법적으로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아웃링크 제한 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시행령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접근'이라는 용어를 통해 해당 행위를 막았다는 입장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제42조 제1항 별표4 제8호 라목에는 "특정한 결제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에 비하여 다른 결제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게 하거나 불편하게 하여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쟁점은 '다른 결제방식'의 범위다. 구글은 앱 내 결제 중 다른 결제 수단으로 한정한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현재 자사 인앱결제 시스템(수수료 최대 30%) 이외에도 인앱결제 제3자 결제 방식(수수료 최대 26%)이라는 다른 결제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앱 내 아웃링크를 통한 외부 결제를 '다른 결제방식'으로 판단하는 방통위 측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또 다른 쟁점은 아웃링크 결제 방식을 경쟁 방해 행위로 볼지 여부다. 구글은 앱 내 아웃링크를 허용을 제한하는 건 경쟁 방해 행위가 아니라는 주장을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쟁 사업자를 방해만 안 하면 되지 도와줄 의무는 없다는 논리다.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2021.8.3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캠퍼스. 2021.8.30/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구글 인앱결제 강제 행위를 공정위에 제소했던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 변호사는 "법적인 쟁점을 두고 구글과 방통위가 팽팽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구글은 한국에서 방통위 유권해석을 받아들일 경우 전 세계에서 비슷한 조치에 대항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법 해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인앱결제 정책을 강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방통위가 과징금 처분을 하게 되면 구글이나 애플은 이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해 행정소송으로 갈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집행 정지 신청은 받아들여지고,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에는 아웃링크가 금지된 상태가 돼 사실상 방통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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