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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승자' 이승윤팀 "최약체 지목→우승, 반전 서사 통쾌" [코미디언을 만나다]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2-03-27 07:00 송고 | 2022-12-06 15:26 최종수정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왼쪽부터 이상민, 이상호, 이승윤, 심문규, 홍나영)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왼쪽부터 이상민, 이상호, 이승윤, 심문규, 홍나영)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지난 2020년, 20년 넘게 명맥을 이어온 KBS 2TV 스탠딩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종영했을 당시 코미디언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의 폐지는 이들에게 상실감을 줬고, 각자 개그에 대한 애정을 뒤로한 채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년, KBS는 개그 서바이벌 '개승자'를 야심 차게 론칭했다. 순위와 탈락이 존재하는 경연제는 베테랑 개그맨들에게도 긴장감을 줄 수밖에 없었고, 코미디언들은 살아남기 위해 온 열정을 쏟아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살아남은 최종 우승팀은 이승윤 팀이었다. 이승윤 팀은 유튜브 알고리즘을 소재로 한 코너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를 론칭, 트렌디한 아이디어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방송 초반부터 호평받았다. 덕분에 최다 우승에 이어 최종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상금 1억원을 거머쥐었다.
이승윤 팀이 처음부터 최강 팀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오히려 처음엔 최약체 팀으로 지목받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윤 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이 선보일 개그에 집중했다. 모두가 예상한 '몸개그'에서 벗어나 '공감대 개그'에 주목했고, MZ 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선한 소재로 '요즘 개그'를 선보였다. 이승윤은 산에서도 대본을 쓰고, 인맥을 동원해 와일드카드를 끌어모으며 개그가 더 빛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상민과 이상호, 심문규와 홍나영 모두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은 덕에 빛나는 성과를 얻게 됐다.

'개승자'는 이들에게 개그에 대한 애정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이승윤 팀 멤버들은 '개승자'가 여러 시즌으로 쭉 이어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윤은 "'개승자'의 다양한 코너를 통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마니아층이 생겼으니 더 발전해나가야겠다 싶었다"라며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개그 프로그램이 생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라고 말했다.

스탠딩 코미디의 완전한 부활을 꿈꾸는 '개승자'들. [코미디언을 만나다]의 스물두 번째 주인공 이승윤(45), 이상민(41), 이상호(41), 심문규(32), 홍나영(31)을 만났다.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민, 이승윤, 이상호, 홍나영, 심문규)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상민, 이승윤, 이상호, 홍나영, 심문규)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개승자' 최종 우승팀이 됐다. '개그 어벤져스' 사이에서 가장 '센캐'임을 증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소감이 궁금하다.
▶(이승윤) 모두 같이 이뤄낸 성과라 더 의미 있다. 우리 팀은 특정 인물에게만 비중이 간 게 아니라 한 명 한 명 비중이 커서 모두 우승의 주역이다.

▶(홍나영) 1등을 해서 기분이 좋다. 승윤 팀장님의 리더십, 쌍둥이 선배님들의 능력치, 문규 오빠의 노력이 어우러져 우승까지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심문규) 정말로 선배들 덕분에 이런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같이 일해 보면서 선배들의 대단함을 많이 느꼈고,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이상호) 문규 별명이 '심펀지'다.(일동 웃음)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이승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이승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초반에 이승윤팀은 '최약체'로 지목되기도 했다. 어찌 보면 반전 서사를 준 셈인데, 우승팀으로 호명되는 순간 통쾌함도 있었을 듯하다.

▶(이상호) 사실 그게 우리 팀을 무시했다기보다는 친하니까 그랬던 거 같다. 처음 최약체가 됐을 땐 순간적으로 욱했지만,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승윤이 형에게도 '우리가 여기서 반전으로 이기면 스토리텔링이 된다. 신경 쓰지 말라'라고 했다. 이후 정말 최다 우승에 최종 우승을 하지 않았나. (그런 반전을 준 것이) 통쾌하기도 했다.

▶(심문규) 최약체로 뽑혔을 때 나도 팀원이니 정말 열심히 해서 팀을 돋보이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팀 결성 과정도 궁금하다. 다들 흔쾌히 수락했나.

▶(이승윤) 쌍둥이 상호, 상민은 나와 형제 같은 사이다. '개그콘서트'에서도 '헬스보이', '씁쓸한 인생' 등 코너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 잘 맞는 덕에 당연히 같이 한다고 생각했다. 나영이는 발음, 발성, 전달력이 워낙 좋고 예전부터 연기를 잘하는 걸 알아서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사실 문규는 처음 '엔트리'에 없던 친구다. 팀을 꾸리면서 마지막 자리를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가 신인급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싶었고, 그때 문규를 알게 됐는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함께하게 됐다.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이상민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이상민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직접 꾸린 팀이니 팀원들과 호흡은 두말할 것도 없었겠다.

▶(이승윤) 다들 너무 잘해줬고 호흡도 좋았다. 쌍둥이가 몸 쓰는 건 독보적으로 잘한다. 댄스, 노래, 표현력이 다 일인자임에도 저평가돼 있는데, 이번에 역시나 잘해줬다. 나영이는 우리 코너의 1등 공신이다. 다만 귀여움을 어필하는 걸 쑥스러워하고 버거워하길래 우리 모두 나영이에게 용기를 심어줬다.(웃음)

▶(이상호) 문규도 몸 쓰는 걸 잘했다. 매트리스 뒤로 넘어졌다가 일어서는 동작을 가르쳤는데 곧잘 하더라. 개그 구멍이 없고 팀워크도 정말 좋았다. 또 문규를 정말 칭찬하는 게 데뷔 8년 차임에도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소품, 의상을 맡아서 준비했는데 한 번도 실수가 있었던 적이 없다. 성실하니까 그만큼 믿음이 가고, 이 친구랑 하면 작품 완성도가 높아지겠다 싶더라.

▶(이상민) 이승윤이라는 팀장도 잘 만났다. 팀장이 팀을 이끌어간다는 생각을 하면 그 사람이 비중이 큰 경우가 많은데, 승윤이 형은 골고루 나눴다. 또 제갈공명 같은 지략가인 데다, 앞장서서 팀원들에게도 힘을 북돋워주고 용기를 줬다.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홍나영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홍나영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개승자' 속 코너 '신비한 알고리즘의 세계' 탄생 계기가 궁금하다. 홍나영의 아이디어라고.

▶(홍나영) 유튜브를 보다 보면 이상한 알고리즘이 나온 경험들이 한 번씩은 있지 않나. 코너 회의를 하다가 '핫하고 트렌디한 것들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그게 떠올라서 제안하게 됐다.

▶(이상호) '옛날 개그 같은 건 안 된다', '트렌디한 걸 하자'는 생각이 있을 때 나영이가 중요한 키를 준 거다. 그걸 캐치한 게 대단하다.

▶(이승윤) 내가 나영이를 캐스팅한 게 신의 한 수 아니겠나.(일동 웃음) 나영이가 틀을 제시하고 디벨롭은 다 같이 하며 코너를 짰다.

-사실 이승윤, 이상민, 이상호는 '헬스보이'를 같이 하고, 모두 몸 쓰는 개그를 잘해서 이번에도 그러한 결의 코너로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의외라는 반응도 많았다.

▶(이승윤) 다들 '이승윤이랑 쌍둥이가 같이 하면 몸개그 하겠지' 했을 거다. 하지만 우리라고 그 생각을 안 했을까. 같이 모여서 처음 한 말이 '헬스보이'는 하지 말자였다. 그만큼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었다.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심문규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심문규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그런 만큼 각오가 남달랐겠다. 덕분에 촘촘한 구성이 돋보이는 코너가 만들어졌고.

▶(이상민) 형이 정말 대본을 열심히 짰다. 우리끼리 회의하다가 안 풀리는 부분도 있지 않나. 긴가민가하다 헤어질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형은 '나는 자연인이다' 촬영을 하러 산에 갔다가 밤에 혼자가 되면 대본을 짜고 우리에게 그걸 보내주더라.

▶(심문규) 대본을 만들면서 안 채워진 부분이 있는 상태에서 회의가 끝났는데, 다음에 만나면 대본이 채워져 있기도 했다.

▶(이승윤) 산속에서 조용할 때 대본을 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잘 그려지고 정리가 된다. 안 풀렸던 부분이 풀릴 때도 있고. 드럼도 산에 다 가져가서 연습하기도 했는데 자연인 분이 이런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하시더라.(웃음)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이상호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의 이상호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신알세'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신선한 아이디어로 호응을 얻었다. 오히려 그래서 이후에 코너를 짤 때 부담감도 커졌을 듯하다.

▶(이상호) 처음으로 선보인 게 '웃음의 기준점'이 됐으니까 2주 차 걸 더 잘 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상민) 그런데 두 번째로 선보였을 때는 웃음의 데시벨이 떨어지더라. 3회까지는 사실 갈피를 못 잡았다. 밈이 잘 터지는 것 같으니 그것만 따라가기도 하고.

▶(이승윤)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4회부터는 연기로 확장하는 모험을 걸었다. 또 다양한 패러디를 했지만,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맞춰서 트렌디한 걸 소환하려고 신경 썼다. 여러 시도를 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왼쪽부터 이상민, 이상호, 이승윤, 심문규, 홍나영)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KBS 2TV 코미디 서바이벌 개승자(개그로 승부하는 자들)에서 1위를 차지한 이승윤 팀(왼쪽부터 이상민, 이상호, 이승윤, 심문규, 홍나영) /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재밌는 코너라도 비슷한 구성이 이어지면 지루해지는 순간이 있지 않나. '신알세' 팀 역시 이 코너를 계속 가져갈지, 새로운 것을 시도할지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을 텐데.

▶(이상민) 우리는 밀고 가자는 게 확고했다.

▶(이상호) '신알세'보다 좋은 게 나오면 그랬을 텐데, 더 괜찮은 게 없었다.

▶(이승윤) '개승자'에 시그니처 코너가 하나 있으면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신알세'는 조금씩 변화를 주면 얼마든지 더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고, 시청자들도 질리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여줘서 그런 고민은 없었다.

-개그 코너에서는 소위 말하는 '웃기는' 역할이 있고 '받쳐주는' 역할이 있다. 어떻게 보면 홍나영은 아이디어 제공자지만 받치는 역을 했는데 아쉬운 건 없었나.

▶전혀 아쉽지 않았다. 원래 받쳐주는 역할은 연기 잘하는 사람을 시키는 게 룰이라 오히려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멘붕'이 왔다. 그럴 때마다 선배님들이 '나영아 이렇게 하면 돼'라고 하시면서 알려주시고 잡아주셔서 부담감을 떨쳐내고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성장했다고 느낀다.

<【코미디언을 만나다】'개승자' 우승팀 편 ②에 계속>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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