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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 국내 최초 '모두의 화장실' 설치…"남녀·장애인 차별없는 공간"

지난해 5월 추진 후 학내구성원 의견 수렴 거쳐
"인권친화적 공동체 첫 걸음…실제 이용하고 경험해야"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2022-03-16 14:59 송고 | 2022-03-16 15:46 최종수정
성공회대 대학본부와 총학 비대위가 1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 및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성공회대 대학본부와 총학 비대위가 1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에서 열린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 및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3.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성공회대학교에 국내 대학 최초로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됐다. 

성공회대와 제37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 새천년관 앞에서 성공회대 모두의 화장실 준공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모두의 화장실은 성별·나이·성 정체성·성적지향·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성별이 다른 보호자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거나, 성 정체성 때문에 기존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등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새천년관 지하 1층 한쪽에 마련된 '모두의 화장실'에는 기존의 화장실과는 다른 표지판이 설치됐다. 성중립을 뜻하는 세 사람과 기저귀를 가는 사람, 휠체어를 탄 사람이 함께 그려졌다. 

이 화장실에는 출입 음성지원 시스템과 자동문,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 휠체어 장애인이 보기 편한 각도거울이 설치됐다. 또 유아용 변기커버 및 기저귀 교환대, 소형 세면대, 접이식 의자, 외부 비상통화장치도 있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는 36대 총학 비대위의 문제제기 이후 지난해 5월 성공회대 학생 자치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안건 가결, 예산안 심의통과로 추진됐다. 이후 반년 간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졌다.

지난해 10월 학교 본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학교 측은 모두의 화장실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일부 구성원의 반대를 우려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총학 비대위의 계속된 홍보활동 등 노력 끝에 결국 같은해 11월 학교 본부 차원에서 설계도를 구성하고 공사하기로 결정했다.
성공회대 총장 김기석 신부는 "기존 화장실이 불편한 구성원들이 있어 안타까웠는데 여러 논의 과정을 거치며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해 다행"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학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 존중하고 공존하는 방식을 배우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준하 모두의화장실 공대위원은 "새천년관 화장실에 비데가 없어 미가엘관 화장실까지 가야했고 날씨가 궂은 날에는 눈과 비를 맞고 화장실을 간 적도 있었다"며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생겨 정말 기쁘고 이제야 학교 구성원으로 존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 목소리와 연대로 형성된 모두 존중받는 화장실은 인권 친화적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덧붙였다. 

이훈 6대 인권위원회 위원장(36대 총학 비대위원장)은 "모두의 화장실은 앞으로 짧은 시간 삐걱거릴 수 있지만 그 찰나의 시간이 지나면 우리 대학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며 "새천년관을 시작으로 이 학교의 모든 건물에 차근차근 모두의 화장실을 만들어주시기를 학교 측에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에 참여한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자격 갖춘 사람들만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틀을 깨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모든 대학, 모든 건물의 1층에 모두의 화장실을 한 칸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두의 화장실 설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연구소의 박한희 변호사는 "이제 이 공간을 모두의 화장실로 만드는 것은 모두의 몫"이라며 "실제로 이용하고 경험하고,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알리고 개선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에서 관계자가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 1층에 국내 대학 최초로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은 장애나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2.3.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16일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에서 관계자가 시설물을 살펴보고 있다.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 1층에 국내 대학 최초로 설치된 '모두의 화장실'은 장애나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2022.3.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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