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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불러온 촉법소년 재논쟁…감정만 앞세울 순 없는 이유

실화 모티브 소년심판 메시지…처벌과 교화 모두 필요 지적
잔혹 범죄에 개정 요구 높지만…반대 의견과 현실적 어려움도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2-03-16 06:00 송고 | 2022-03-16 13:42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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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던 소년법 개정 여부를 놓고 또다시 논쟁이 일고 있다.

바로 촉법소년의 기준이 되는 연령 하향을 놓고서다. 소년심판이란 극이 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인천 연수구 초등학생 유괴 사건부터 시작해 디지털 성범죄까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에피소드를 그려내면서 우리 사회가 소년범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되묻는다.
단순히 이들에 대해 혐오감만 증폭시키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겠지만 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배경과 처벌, 교화 등에 대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줌으로써 다시 한번 현행 소년법 개정에 대한 여지를 남긴다.

◇갈수록 잔인해지고 늘어나는 촉법소년 범죄

촉법소년은 법에 저촉이 되는 행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일컫는 용어로 소년법상 이들은 형사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처분이 아닌 소년보호처분을 받는다.
문제는 이들의 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모자라 갈수록 대담해지고 잔혹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7533건이었던 송치 건수는 2019년 8615건까지 늘었고, 지난해에는 1만915명으로 폭증했다.

그중 살인과 강도, 방화, 성폭력과 같은 4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전체의 5% 정도에 이르고 폭력도 20%에 이른다. 지난해 경남 양산에서 중학교 1학년 A양이 또래 다수의 아이들에게 손발이 묶인 채 6시간가량 폭행을 당한 사건이 그 예다. 가해 학생들은 폭언과 구타도 모자라 가해 영상을 찍어 유포하기도 해 대중을 경악하게 했다.

이 때문에 촉법소년 범죄는 언론에 소개될 때마다 사회의 공분을 일으키는 것이 모자라 촉법소년의 기준이 되는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온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의 답변 요건인 동의 20만 건을 넘긴 청원도 소년법 개정 요구였다. 더욱이 이 같은 요구에 기름을 부은 것은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이 현행 소년범의 조항을 악용하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소년범은 성인범 못지않게 지능범화, 강력범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 문제와 더불어 죄질과 죄종에 따른 형사처분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게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 2022.1.27/뉴스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 ) 2022.1.27/뉴스1

◇대선 공약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여론도 높아

앞서 촉법소년 연령 햐향 문제를 높고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승 연구위원도 각종 인터뷰에서 최소 13세까지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고 각종 잔혹한 범죄를 접한 시민들도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때문에 현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한 법 개정을 시도했었다. 2018년 서울 관악구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을 놓고 당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했으나 관련 개정안은 20대 국회를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연령을 하향하는 내용의 개정안과 강력 범죄에 한해 소년범의 형량을 늘리거나 구속 요건을 쉽게 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대부분의 후보들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윤석열 당선인도 비슷한 공약을 발표한 만큼 이 부분은 또다시 우리 사회의 숙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한다고 해서 모두 형사처분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연령 하향 문제는 우리 사회가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는 사안"라며 "사건의 경중과 죄질에 따라 건별로 형사사건과 소년사건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지금의 소년법 취지를 더 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년심판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소년심판 스틸/넷플릭스 © 뉴스1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아…연령 하향하더라도 행정 제반 필요

소년법 개정이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는 데는 이 문제가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지, 실제로 실효성이 있는지 밝혀진 것이 없어서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도 14세 미만을 형사 미성년자 연령으로 제한하고 있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2007년 가입국들에게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으로 상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2세 미만인 형사책임 최저 연령을 12세로 높이고, 그 연령도 지속적으로 더 높여갈 것을 각국에 장려하고 있는데 이를 역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불이익도 예상된다.

소년범 재판에서 호통치는 모습으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도 지난해 청소년을 상대한 강의에서 소년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천 판사는 전 세계적으로 소년법의 적정 연령대가 명확히 규정되지 못한 점, 법 논리상 미성년자와 성인을 같이 포함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어렵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소년법은 여러분과 같은 보통의 청소년들을 지키는 법"이라며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소년법을 두고 어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하더라도 지금의 행정 제반으로는 오히려 재범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옆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소년교도소는 7개, 소년원은 52개소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각각 1개, 10개에 불과하다. 우리가 촉법소년 범죄에 분노해 감정만 앞세워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수용률은 최악이다. 지난 2018년 당시 주광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소년원 수용률'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개 소년원의 수용률은 129%에 달한다. 천 판사가 소년범을 몰아넣으면 한 패거리가 돼 출소한다는 지적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양태정 변호사는 "법 개정을 위해서는 당연히 예산이 필요한 것이고 지금도 시설이 부족하다면 당연히 늘려나가야 한다"며 "범죄 예방과 연령 하향, 교정을 위해서라도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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