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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주민들도 '소중한 한표' 행사…임시 신분증도 발급

울진 화재 이재민 21명 대선 투표…"타버린 모습 보니 가슴 아파"
새 대통령 "산불 복구 최우선 해 달라" 호소

(울진=뉴스1) 박기호 기자, 조현기 기자 | 2022-03-09 10:32 송고 | 2022-03-09 14:53 최종수정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초등학교에 마련된 북면 제1투표소를 찾은 산불 이재민들이 투표 전 본인 확인을 하고 있다. 2022.3.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북면 부구초등학교에 마련된 북면 제1투표소를 찾은 산불 이재민들이 투표 전 본인 확인을 하고 있다. 2022.3.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경북 울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과 주민들도 9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마을을 삼켜버린 화마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이재민과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오전 이재민이 몰려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 앞에는 4대의 버스가 투표소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재민의 투표를 지원하고자 준비한 차량이었다.
당초 예정된 8시를 조금 넘자 식사를 마친 이재민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였다. 거동이 불편한 이재민은 다른 이재민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버스에 올랐다.

이재민들은 거주지 인근에 있는 울진 부구초등학교, 울진초등학교 체육관, 하당출장소, 한수원사택 종합복지관 등 총 4곳의 투표소로 뿔뿔이 흩어졌다. 선관위가 집계한 이재민 유권자 143명 가운데 2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재민 중 일부는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추가적으로 5명가량이 곧 투표에 동참할 예정이다.

투표를 마친 이재민들은 대통령 당선인이 산불 복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재민 서옥희씨(76·여)는 "빨리 회복돼서 집에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이재민 A씨(88·여)는 "산불 복구에 최우선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투표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산불 이재민 전남중 어르신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 할아버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투표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산불 이재민 전남중 어르신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 할아버지는 "불 나서 아무것도 못챙기고 신분증도 다 타버렸다"면서 "힘든 상황이지만 당연히 투표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대통령 된 분이 집을 얼른 복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2.3.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황급히 대피하다 신분증을 집에 놓고 온 전남중씨(82)는 임시로 발급된 증명서를 내보이며 "불이 나서 아무 것도 못 챙겼고 다 타버렸다"며 "어제 (투표를 하려고) 군청에서 임시 신분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힘든 상황이고 거동도 힘들지만 당연히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대통령이 된 분은 집을 얼른 복구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투표소에서 만난 일부 이재민들은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기도 했다. 투표소로 이동 중 곳곳에서 확인한 화재 흔적을 보자 마음이 아프다고들 했다.

하당출장소에서 투료를 마치고 나온 박금자씨(73·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며 고개를 돌렸다. 박씨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나라를 위해 투표를 해야 해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이정희씨(76·여)는 이동 중에 화재 흔적이 곳곳에서 목격한 데 대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때마침 선관위에서 주민들의 투표를 위해 지원 중인 버스가 투표소에 도착하자 이재민 중 일부는 집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그러자 또 다른 이재민은 "우리 집에 가서 개밥을 좀 부탁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재민뿐 아니라 화재 피해 지역 주민들도 피해 복구를 하다 시간을 내서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소 인근 마을에 설치된 스피커에선 대선 투표일을 알리는 이장의 목소리도 우렁차게 들렸다.

고령으로 몸이 불편하지만 자녀들의 손을 잡고 투표하러 오는 등 대기줄은 길지 않았지만 투표소를 찾는 주민들의 발길은 계속됐다.

소곡리에 사는 이두섭씨(70)는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와 사회를 위해 힘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지역 주민은 "투표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왔다"며 "누가 되든지 잘 좀 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남건우씨(57)도 "누가 되든지 민생을 잘 살펴달라"며 "국민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산불 이재민들이 투표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2022.3.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9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산불 이재민들이 투표소로 향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2022.3.9/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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