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혜수 "'소년심판' 출연해줘 고맙다고…담론화 의미 있어"[N인터뷰]②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2-03-04 14:13 송고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 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재판 후에도 지속해서 소년범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판사들의 치열하고 끊임없는 고민을 담고 있다.

배우 김혜수는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았다.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우배석 판사 심은석은 단호한 판결에 앞서 그 누구보다 사건의 실체에 날카롭게 파고들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캐릭터다. 김혜수는 소년 범죄 사건을 대할 때마다 깊게 고뇌하는 심은석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 받고 있다.
김혜수에게도 '소년심판'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단순히 재미만 주는 작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함의까지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었기 때문. 김혜수는 작품의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쏟으며 오롯이 작품에 몰두했고, 배우, 스태프들이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에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김혜수는 작품을 통해 소년범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길 바란다고 말하며 '소년심판'에 담긴 메시지를 잘 읽어주길 당부했다. 5일 김혜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N인터뷰]①에 이어>

-'소년심판'을 하면서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어른의 태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했나.
▶스스로 소년범죄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법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재판을 통해 소년범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면서 이들에 대해 분노하고 안타깝거나 슬퍼하는 게 감정적이라는 걸 알게 됐고, 소년범들을 바라보는 내 시각 자체가 편협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청자들이 '소년심판'을 보고 난 뒤 가족, 지인, 친구들끼리 소년범에 대한 사회적 현상과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시는 것 같다. 담론화가 되는 게 가장 바랐던 방향이라 의미 있지 않나 한다.

-'김혜수 본인은 스스로 어떤 어른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배우로 드러난 시간이 길어서 이상적인 어른 역할도 하다 보니 '실제 김혜수도 그렇지 않나' 하시지만,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지 않은 모습도 많고, 행동이 일관되지 않을 때도 있다. 살아가면서 내가 관심을 느끼는 대상에 대해 집중하면서 성숙하길 바라고 있다. 아직도 그런 단계다.
넷플릭스 © 뉴스1
넷플릭스 © 뉴스1
-소년범죄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소년심판'의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나.

▶피해자분들에게 어떤 식으로 봐달라는 말씀을 감히 드릴 수 없다. 쉽게 이 작품을 보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인생이 무너질 만한 상처가 남을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그 고통을 잊지 않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한다.

-촉법소년 폐지에 대한 사견도 궁금하다.

▶소년범죄, 촉법소년 이슈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의견을 내고 불만을 표현하신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일선 법관들을 만나 뵙고 재판을 참관해보니 소년범죄를 단순한 논리로 다룰 수 없다는 걸 느꼈다. 개정 논의 전에 사건들이 왜 발생했는지, 개정 이후에 뒷받침할 게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전국에 소년범 판사가 20여 명인데 작품을 준비하면서 절반이 넘는 분들을 뵀다. 엄중히 느끼는 소년범죄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합리적인가 생각했고, 예민한 부분에 앞서 선제돼야 할 게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심판' 캐릭터 포스터 © 뉴스1
'소년심판' 캐릭터 포스터 © 뉴스1
-'소년심판' 속 소년범과 사건을 바라보면서 배우가 아닌 개인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게 됐고, 어떤 질문들을 던졌을지 궁금하다. 작품을 끝내고 김혜수에게도 변화가 있었을까.

▶작품을 하기 전 소년범죄와 청소년 범죄자를 바라보는 내 입장과 시각이 있었고, 이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얻게 된 게 있고, 몇 개월 후 드라마 전편을 보면서 스스로 다짐하게 되거나 한 것도 있다. 우리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노력도 필요하다.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실제 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소년범들의 재발률도 높지만, 정말 많은 변화를 하기도 한다더라. 이게 바로 청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와 다른 지점인 것 같다. 그걸 놓치지 않고 고민하고, 사회적 제도나 시스템도 구축돼야 하지 않나 싶다.

-연기를 하시면서 판사 혹은 법정에 대한 생각이 바뀐 지점도 있나.

▶소년범죄뿐만 아니라 엄청난 사건 같은 경우, 많은 이들이 판결이 현실을 따르지 못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네 가족이라면 그럴 수 있냐면서. 나도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소년심판'을 하면서 법적인 허용치와 그에 따른 책임감과 고뇌에 대해 실질적으로 느낀 게 많았다. 최전선에서 일하는 법관들이 얼마나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지에 대해 느낀 지점이 있다.
넷플릭스 © 뉴스1
넷플릭스 © 뉴스1
-드라마에 대한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지인들이 내게 '혜수야 출연해줘서 고마워', '작품이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제작진에게 전해줘'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찡할 정도로 감사했다. 직간접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사회가 소년범죄와 소년범에 대해 관심이 있었구나 싶었고, 이런 방향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년심판' 시즌 2를 기대해봐도 될까.

▶나도 잘 모르겠다. 아직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breeze52@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