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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소년범 이연 연기에 심장 떨려…저력 놀라웠다" [N인터뷰]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2-03-04 13:31 송고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이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 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재판 후에도 지속해서 소년범들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하는 판사들의 치열하고 끊임없는 고민을 담고 있다.

배우 김혜수는 '소년심판'에서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 역을 맡았다.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우배석 판사 심은석은 단호한 판결에 앞서 그 누구보다 사건의 실체에 날카롭게 파고들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은 캐릭터다. 김혜수는 소년 범죄 사건을 대할 때마다 깊게 고뇌하는 심은석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 받고 있다.
김혜수에게도 '소년심판'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단순히 재미만 주는 작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함의까지 진정성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었기 때문. 김혜수는 작품의 리얼리티와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쏟으며 오롯이 작품에 몰두했고, 배우, 스태프들이 시너지를 일으킨 덕분에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김혜수는 작품을 통해 소년범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길 바란다고 말하며 '소년심판'에 담긴 메시지를 잘 읽어주길 당부했다. 5일 김혜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소년심판'이 공개 후 수치적인 성과보다도 메시지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소감이 궁금한데.

▶'소년심판'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마음을 모았던 게 '작품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잘 전하자'였다. 그래서 시작할 때부터 후반 작업을 할 때까지 진심으로 참여하려고 했다. 재미로 접근하기 쉽지 않은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시작을 할 때도 '결심'을 해야 할 듯한 느낌이었다. 단순히 소년범죄를 다루는 법관이 몸소 소년범들을 개화시키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 '실질적인 걸 해야 한다' 등 메시지를 담아 더 잘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했다. 극적인 재미도 있었지만, 그 재미와 정비례해 마음도 무거웠고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는 작품이었다. 우리가 바랐던 게 작품을 통해 다각적 시각에서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인식이 형성되길 바랐는데 그런 움직임들이 있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드라마의 메시지에 공감해주고, 그런 움직임들도 있어서 참여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다.
-특히 '소년심판'이 국내를 넘어 일본 등 동아시아권에서도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소년심판'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만큼 일본도 소년범죄가 사회적 문제라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닐까. '소년심판'이 비단 우리 사회만의 문제를 다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우 김혜수가 바라본 판사 심은석은 어떤 인물인가.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궁금하다.

▶심은석은 겉으로 봤을 때는 단순하게 소년범죄를 저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체를 혐오하되 그 이면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인물이다. 소년범죄, 소년범이라는 실체를 혐오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행동한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아는 이상적인 판사다. 이게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와도 닿아 있어서 그 부분을 유념하고 연기를 했다. '소년심판'은 대본이 일찍 나와서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내게도 남다른 무게감이 있는 작품이었고, 어느 때보다도 책임감이 커서 심은석의 말, 태도, 피해자를 대하는 방식 하나하나 굉장히 고민했다. 이를 위해 실제 판사들도 만나 소년범을 대하는 판사들의 방식도 연구하고, 법정 참관도 최대한 많이 하려고 했다. 준비하고 촬영할 때까지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소년심판'에는 날카롭고 묵직한 대사들이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게 있다면.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라고 한 심은석의 대사다. 소년범을 혐오하지만 어떠한 색안경도 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 범죄를 혐오하되 그에 대한 상황과 연관된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함축적 대사가 아닐까 한다. 또 '소년범에게 처분을 내리지만 무게는 보호자가 함께 느껴야 한다'와 차태주의 '소년범에게 기회를 주는 건 판사밖에 못 한다, 그게 내가 판사가 된 이유'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실제 소년범죄를 다루는 법관으로 일하시는 분들은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계신다. 많은 이들이 범죄자를 비난하고 나도 그랬지만, 우리가 어떤 사회를 조성했는지, 어른들은 책임감 있게 아이들을 이끌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한 대사여서 특별했다.

-극에 여러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강력 소년범죄를 다룬 첫 에피소드가 강렬했다. 실제 사회면에서 봤을 때 충격받을 사건이 재연된 거 같아 인상적이었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서유리 사건도 기억에 남는다. 법관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부분은 범죄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가진 이들이 많다. 서유리 사건이 그런 부분을 짚어준 것 같다. 또 (소년범죄) 예방이나 재발방지를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희생하는지를 풀어낸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었다. 

-초등생 유괴 살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피소드도 등장했다. 그만큼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을까.

▶실제 사건을 염두에 두고 하기보다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문제, 현주소 집중하려고 했다. 가능하면 실제 사건이나 실제 인물은 배제하려고 했다.

-'소년심판' 촬영을 하면서 부담감을 느끼거나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도 있을까.

▶'소년심판'은 미디어가 순기능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다채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만나기 쉽지 않아서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당연히 있었다. 다른 작품도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번 거는 현장에 서 있을 기운이 없을 정도로 준비하고 돌아오면 촬영 준비를 하는 게 반복됐다. 그럼에도 버틸 수 었었던 건 현실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 제대로 잘 만들어져서 그 속에 담긴 메시지와 함의가 시청자들에게 닿길 바랐다.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때는 차 판사와 대립할 때. 서유리 사건을 두고 심은석과 차태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데, 심은석은 설득이 돼도 그만의 스탠스가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 또 심은석이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방식은 같이 울어주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공감해주는 형태인데, 함께하는 배우들이 리얼하게 연기하니까 이것 역시 쉽지 않았다. 또 '원래 법이 그래. 너도 알잖아. 현실에서 우리 법이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라는 대사가 참 아팠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관으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판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극 속 법관으로서 자괴감도 느꼈다.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김혜수/사진제공=넷플릭스© 뉴스1
-뛰는 장면이나 소년범에게 맞는 장면도 있었다. 부상은 없었나.

▶연기를 하다 보면 육체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몰리는 상황이 있다. 짧지만 실제 내 몸과 마음이 그걸 경험해서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김무열, 이정은과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좋은 배우들과 많이 작업을 했는데, 상대방이 대단하다는 건 같이 연기를 해보면 느낀다. 김무열은 작품 전체의 흐름을 잘 보는 배우다. '소년심판'에 등장하는 판사 심은석, 강원중, 나근희 모두 강성이라면 강성인데, 거기에 비하면 차태주는 부드럽고 진지하지만 조용하다. 김무열은 차태주를 연기하며 에너지를 발산하기보다 내적으로 집중하고 사소한 디테일까지 잡아서 연기를 하더라. 강한 판사들 사이에서 대립이나 유화가 보일 때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 게 차태주다. '국가 부도의 날'을 할 때 조우진한테 연기가 너무 좋아서 인상 깊었는데, 결이 다르지만 김무열은 스마트한 접근과 집중해서 연기를 해내는 너무 좋은 파트너다. 많이 느끼고 배웠다. 이정은은 어른스럽고 따뜻한 참 좋은 배우다. 좋은 인격과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와 함께하는 게 참 감사하다. 좋은 배우, 좋은 사람과 긴 시간 작업을 한다는 게 내 인생에 축복이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연기를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다른 면을 경험하는 게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소년범을 연기한 젊은 배우들과 함께한 소감도 궁금한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소년범이 있다면.

▶첫 에피소드에서 백성우를 연기한 이연과 한예은을 연기한 황현정이 인상적이었다. 이연은 연기 경험이 적은데도 인물을 정말 강렬하게 표현해줘서 촬영하면서도 많이 놀랐다. 정말 백성우 같아서 보는 순간 심장이 떨리더라. 그리고 이연이 청소년 남자가 아니지 않나. 성별이나 나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에너지와 저력이 있다는 게 놀라웠고 여러분께 소개하게 돼 고무적이다. 황현정은 연기를 아예 처음 하는 친구더라. 이 친구와 연기를 하면서 놀랐는데, 불필요한 걸 걷어내는 연기를 할 줄 알더라. 총명한 친구다. 또 배역을 위해 해외 논문도 번역해서 준비하는 그 태도에도 감동을 받았다. 많은 자극이 됐다. 집단성폭행 피해자로 등장한 강채영도 딱 한 장면 만났는데, 차분하게 인물에 녹아들더라. 한 신이었지만 인물에게 가장 집중돼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판사 네 명과 현봉식, 염혜란을 제외하면 시청자들에게 생경한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감독님이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많이 노출되지 않은 배우를 끈기 있게 찾아냈다고 하시는데 존경심이 들었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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