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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선배라고 불러" 벽 허문 김정주…"계약서도 없이 10억 투자"

故 김정주 "회장님이라 부르면 내가 편하게 만날 수 있겠니?" 발언 눈길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2-03-02 18:24 송고 | 2022-03-03 08:55 최종수정
김정주 넥슨 창업주 (NXC 제공) © 뉴스1
김정주 넥슨 창업주 (NXC 제공) © 뉴스1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향년 54세 나이로 미국 하와이에서 유명을 달리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고인과의 일화를 담은 추모글이 줄이어 등장하고 있다.

김 창업자의 별명은 '은둔의 경영자'다. 그간 경영활동과 관련해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 넥슨의 사회공헌 활동중 하나인 어린이재활병원 행사에만 얼굴을 비치는 정도였다.
하지만 김 창업자가 한국 벤처업계 활성화를 위해 전국의 후배 창업자를 만나고 다녔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 2일 벤처기업 대표급들이 각종 SNS을 통해 고인과 일화를 담은 추모글을 게시하면서 김 창업자의 과거 행보가 재조명받고 있다.

◇ "뱅뱅사거리서 만난 'JJ'…계약서도 없이 10억 투자"

김문수 스마투스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디지털 세상을 누비며 하실 일이 많은데 너무 빨리 떠나셨다. 부디 고인의 명복과 평안을 빈다"며 김 창업자와의 과거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넥슨 창업주 JJ(김정주 회장님)를 처음 뵌 것은 스마투스를 갓 창업한 2011년 봄이었고, 우리는 뱅뱅사거리의 어느 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었다"며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시간이 남아 아이패드로 'zombie vs plants'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 고개를 들어 보니 면바지를 입은 JJ가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다. 자신도 좋아하는 게임이라고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는 그렇게 처음 만나 게임의 공략법과 노하우를 신나게 떠들었고 그러다 JJ는 '앞으로 모바일 세상이 올 것 같은데 PC게임에 익숙한 넥슨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요? 넥슨 구성원 책상 위의 PC를 모바일 기기로 바꾸어주면 조금 더 빨라질까요?'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몇 주 후에 다시 만나 신사역 사거리에서 저녁으로 아귀찜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며 "JJ는 '스마투스에 저희가 조금 투자하고 싶은데 그러면 에듀테인먼트가 되는 건가요?"라 물었고, 그렇게 스마투스는 NXC(넥슨 지주회사)로부터 얼떨결에 1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NXC는 계약서도 없이 보통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넥슨의 Pay It Forward(선행나누기)로 스마투스는 큰 신세를 졌지만 한참 동안 보답하지 못했다. 이제 뭔가 조금 보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JJ는 황망하게 하늘의 별이 되었다"며 "앞으로 디지털 세상을 누비며 하실 일이 많은데 너무 빨리 떠나셨다. 부디 고인의 명복과 평안을 빈다"고 글을 남겼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 © News1
김정주 넥슨 창업주 © News1

◇ "회장님이라 부르면 내가 편하게 만날 수 있겠니?"


박재욱 쏘카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벤처 업계의 큰 별이 졌다.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님이신데 이렇게 보내드리게 되어 너무나 황망하다"고 추모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를)처음 뵈었을 때 '회장님'이라 부르니 '니가 그렇게 날 부르면 내가 널 편하게 자주 만날 수 있겠니? 정 어떤 호칭을 쓰고 싶으면 선배님이라고 불러'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 난다"며 "김정주 선배님은 많은 것을 이루신 분이지만 후배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어떠한 벽도 느껴지지 않고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해 주시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민되고 어려운 일이 있을때 기꺼이 시간을 내서 귀를 기울여주시는 분이었다"며 "선배님이 남기신 정신을 잘 기억하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박찬희 중앙대학교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의장)는 "내 인생이 여러모로 찌그러진 이후 그래도 나를 인정해주고 함께 뭐라도 해보려 애써주던 김정주 사장이 돌아가셨다"며 "최근에도 나의 미천한 집안 일에 도와주려 애쓴 그에게 난 해준 것이 정말 없다"며 고인을 회상했다.

◇ 넥슨 김정주, 2월27일 하와이서 눈감다…장례·운구 일정은 '안갯속'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넥슨 지주사 엔엑스씨(NXC)에 따르면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장례 및 운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넥슨 본사 및 노조 차원의 추모식도 미정 상태다. 

1968년생인 고인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학사)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으며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1994년 자본금 6000만원으로 넥슨을 창업했다. 넥슨은 지난 1996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를 선보이며 '온라인 게임 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김 이사는 넥슨 대표를 1년 정도 지낸 후 2006년부터 지주회사인 넥슨홀딩스(현 NXC) 대표를 맡아 경영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본업인 게임 사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며 사세를 키웠다. 2011년에는 게임의 본고장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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