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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의 IT프리즘]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법제의 과제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 2022-02-24 09:44 송고 | 2022-10-31 14:12 최종수정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 © 뉴스1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을 앞두고 이미 전쟁은 시작이 되었고 러시아가 상당부분 승리를 거두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러시아가 사이버해킹, 가짜뉴스 배포 등 여론조작, 정치공작을 통한 소위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을 개시했고 우크라이나는 국방부와 군의 해킹 공격 등으로 인해 공포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막기 위해 유럽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천연가스의 공급중단을 무기화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와 경제도 전쟁에서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안보(安保)와 보안(保安)은 영어로는 다 'security'다. 다만, 안보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됨에 반해, 보안은 개인, 기업 단위의 안전을 유지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다시 말해 안보는 주로 국가안보를 의미하며, 그 내용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헌법과 법률의 기능 유지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외교적, 군사적, 법적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최근 반도체 등 국가핵심기술의 지원과 보호, 요소수 부족 사태 등을 대비한 주요 자원 및 부품의 확보, 사이버 해킹으로부터 정보시스템의 보호 등이 국가의 안위와 존립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이른바 경제안보, 산업안보, 자원안보, 사이버안보가 전통적 안보 이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미중 간의 기술패권 전쟁에서 어느 한쪽으로의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으로서는 경제와 군사적 측면에서 실리와 명분을 찾기라는 난관을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관련 법제와 조직의 정비를 통해 경제안보, 사이버안보에 대비하고 있다. 먼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각국의 반도체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있다. 각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동시에 자국의 반도체 산업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산업부는 반도체 등 국가첨단산업 지원을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설치, 국가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위한 인·허가 신속처리 특례 등이 포함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외교부는 해외발 공급망 교란이 국내 산업·민생으로 파급되는 제2의 요소수 사태 방지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초 37개 재외공관에 경제안보 핵심품목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였고, 금년 3월 중 운영 개시를 목표로 ‘경제안보외교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2월 초 기획재정부는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관리 기본법'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기본법은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공급망 위기 대응을 총괄할 공급망관리위원회를 신설한다. 그 외에도 민간 업자에 수출입 및 재고 현황 등 기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과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민간기업의 외국 특허 출원을 제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도 법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업부도 수소와 핵심 광물 등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부정경쟁방지법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이 마련되어 있지만, 좀 더 강력한 경제안보, 산업안보를 위한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 사이버안보에 관한 법 제정 논의도 한창이다. 21대 국회에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사이버안보기본법안'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가사이버안보법안'이 발의되었다. 조태용 의원안은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로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의 의장을 대통령 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하고 국정원에 사이버안보대책회의를 두고 있지만, 김병기 의원안은 국정원장이 위원장인 사이버안보위원회를 두고 있다. 김병기 의원안의 경우 국내외 사이버안보 정보 수집에 대한 내용과 절차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국정원은 법원 허가를 얻어 ‘국내 디지털 정보 보관자’로부터 관련 정보를 열람·취득할 수 있다. 디지털 정보 보관자는 해당 정보를 저장한 매체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로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 허가 없이도 국정원의 정보수집을 허용한다. 동 법안들은 국정원을 명실상부 민간, 공공부문 모두에 대한 사이버안보 정책 심의, 집행 기관으로 둔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이처럼 우리 정부의 경제, 사이버 등 신안보 분야의 발빠른 대응은 필요하고 바람직해 보인다. 다만, 아쉬운 대목이 있다. 먼저 제안된 법안들이 모두 신안보 관련 권한 확보, 콘트롤 타워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경제안보를 둘러싸고 산업부, 외교부, 기재부 간, 사이버안보를 둘러싼 국정원, 과기정통부 간 주도권 경쟁이 있는데, 법안 추진과정에서 관련 부처 간의 경쟁이나 중복을 효율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다음 원래 안보는 기본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상당부분 양보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도 훨씬 우리 국민이 방역이라는 정책목표에 충실히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에 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안보를 위한 기본권의 제한은 필요최소한도에 그치고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안보나 사이버안보를 위해 기업이나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경우에는 공·사익간 엄격한 비교형량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어 이제 우리도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자존감을 가지기에는 아직 미중 간 패권전쟁, 북한과의 대립 구도 등 속에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그동안에도 우리는 역사적으로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 참으로 어려운 삶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왔다. 오로지 국익차원에서 안보, 경제, 통상, 디지털 분야 이슈의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2bric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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