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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K-게임]⑤ '오일 머니'도 반한 넥슨…올해 '총력전' 나선다

'콘솔 4개'에 담긴 넥슨의 글로벌 의지…비장의 카드 '영화'
'던파'는 시작일뿐…'콘솔'로 북미·유럽 공략한다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2022-03-07 06:45 송고 | 2022-03-14 16:40 최종수정
편집자주 게임하면 '구멍가게 오락'이나 떠올리던 시대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사행성 논란으로 '매맞던' 게임 산업은 해외 비중이 50%를 넘는 '수출 효자'로 성장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 노릇도 톡톡히 한다. 'K-게임'의 위상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은 세계 4위다. '내수 산업의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로 뻗어가고 있는 K-게임의 저력을 조명해본다.
이정헌 넥슨 대표 (넥슨 제공) © 뉴스1
이정헌 넥슨 대표 (넥슨 제공) © 뉴스1

한국 게임사 최초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한 넥슨은 지난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대기록을 이어가기 위해 '전력 질주'를 보여주리라 예상했지만, 신작 출시에 소극적이었다. 자연스레 매출도 2조원대로 내려왔다.

그런데 지난 8일 진행된 넥슨의 실적 발표에서 '침묵'의 이유가 밝혀졌다. 넥슨이 무려 17개의 신작 게임을 공개한 것. 심지어 이중 10개는 올해 출시를 예고했다. '숨고르기'를 끝낸 넥슨이 올해는 본격 '총공세'에 돌입하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건 '콘솔 게임'이다. 그간 PC·모바일 게임에만 집중했던 넥슨은 콘솔 신작 '4종'을 발표했다. 콘솔 게임이 활성화된 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비장의 카드도 있었으니, 바로 '영화'다. 세계 시장을 향한 넥슨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 '오일 머니'는 왜 넥슨에 반했을까?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가 넥슨 주식 1조원어치를 산 데 이어 22일엔 2200억원어치를 추가로 사들였다. 중동 '오일머니'가 국내 게임사에 거금을 베팅한 건 이례적인 일. 그간 블리자드, EA 등 일본·미국의 초대형 게임사에 투자해온 PIF가 한국의 '넥슨'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인 투자 배경으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던파M)이 있다. 던파M은 넥슨의 대표 게임 '던전앤파이터'(던파)의 모바일 버전으로, 오는 24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던파는 넥슨의 명실상부한 '캐시카우'다. 이 게임이 보유한 글로벌 누적 이용자는 8억5000명. 누적 매출은 21조원에 달한다.

넥슨 관계자는 "투자 배경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으나, 회사의 포트폴리오와 향후 출시 예정인 파이프라인을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닐까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는 출시 16년을 맞은 던파가 지금까지도 넥슨 매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던파M 역시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넥슨 신작 게임 파이프라인 (넥슨 IR 홈페이지)© 뉴스1
넥슨 신작 게임 파이프라인 (넥슨 IR 홈페이지)© 뉴스1

◇ '던파'는 시작일뿐…'콘솔'로 북미·유럽 노린다

표면적 투자 이유는 '던파M'이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이유가 더 있다. 넥슨은 신작 라인업에 총 4개의 '콘솔' 게임(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아크 레이더스, 프로젝트 매그넘, DNF DUE)을 포함시켰다. 넥슨은 매출의 72%를 PC에서, 28%는 모바일에서 창출하는 PC·모바일 게임사다. 지금까지 콘솔 게임은 없었다.

넥슨이 콘솔 신작 4종을 선보인 건, 한국과 중국을 넘어 북미·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넥슨에 북미·유럽 시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넥슨이 발표한 2021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넥슨은 매출 56%를 한국에서, 44%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해외 매출이지만 문제는 '중국'이 해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깜깜이식 게임 정책 특성상, 게임사는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가 없다. 실제 넥슨의 던파M 역시 지난 2016년 '판호'(서비스 허가권)을 받고 2020년 출시가 예정돼 있었지만, 출시 하루를 앞두고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돌연 일정을 연기한 후 현재까지 소식이 없다.

넥슨이 콘솔 게임을 앞세워 북미·유럽 매출을 높일 수 있다면, 업계가 지적하는 '차이나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다. 진정한 '글로벌 게임사'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넥슨의 매출 비중은 한국(56%), 중국(27%), 북미·유럽(7%), 일본(4%) 순이었다.

◇ '아시아의 디즈니' 현실화 되나

잘 알려지지 않은 넥슨의 글로벌 공략 무기 '영화'도 있다. 넥슨은 지난 1월 미국의 영화·드라마 제작사 'AGBO'에 6000억원을 투자했다. AGBO는 지난 2017년 세계적인 영화 감독 루소 형제가 설립한 영상 제작사로, 대표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등의 '마블'(Marvel) 영화가 있다. 넥슨이 '마블 DNA'를 수혈한 것이다.

사실 넥슨은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을 별도로 신설하며 콘텐츠 사업 확장 의지를 드러냈다. 이 조직은 넥슨이 영입한 디즈니 출신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 '닉 반 다이크' 최고 전략 책임자(CSO)가 이끌고 있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의 오랜 꿈이었던 '아시아의 디즈니'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김 창업자는 넥슨의 창업 과정을 다룬 책 '플레이'에서 "디즈니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며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로의 도약의 꿈을 내비친 바 있다.

실제 최근 세계적인 인기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기반의 애니메이션 '아케인'이 넷플릭스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하는 등 '게임 영화'의 성과가 좋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더라도 게임 IP기반 영화가 게임 자체의 수명을 늘려주는 효과도 있다.

넥슨 관계자는 "어떤 게임 IP를 영상화할지에 논의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게임과 영화, TV, 스트리밍 등 다양한 경로로 글로벌 이용자가 넥슨의 IP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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