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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흘러도 아픔 마주하기 힘들어"…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9주기

(대구=뉴스1) 이성덕 기자 | 2022-02-18 06:02 송고
2·18 대구지하철화재참사 19주기 대구시민안전주간을 맞아 지난 15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벽 앞에서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을 바라보며 추모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2.2.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2·18 대구지하철화재참사 19주기 대구시민안전주간을 맞아 지난 15일 오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벽 앞에서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을 바라보며 추모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2.2.15/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가 난 지 19년이나 흘렀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딸의 마지막 모습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9주기 하루 전인 17일 고 한정애씨(가명·당시 19세)의 어머니 황혜란씨(가명·65)로부터 꺼내기 힘든 그날의 아픔을 들어봤다.
사고 하루 전날, 황씨는 밝고 명랑했던 딸아이가 유독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대학에 갈 기대에 한껏 부풀어 하루하루 즐거워했던 딸아이가 유독 그날은 "우울하다"며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에게 편지를 썼다고 했다.

사고가 나던 날 아침, 아르바이트 출근 준비를 하던 딸은 어머니에게 뒷모습만 보인 채 "엄마, 나 나가"라고 하며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그것이 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황씨는 딸의 직장동료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황씨는 "아르바이트 동료에게 '정애가 아직 출근을 안했는데, 인근 지하철에서 사고가 나서 그런 것 같으니 확인해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서둘러 택시를 타고 사고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택시 안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참사 소식을 들은 황씨는 '내 아이가 아닐 거야'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황씨는 "현장에 설치된 큰 전광판을 보면서 제발 사망자 명단에 딸아이의 이름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정신없이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딸은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고, 황씨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아 통곡했다.

19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황씨는 "아직도 딸아이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파일을 꺼내 들을 수 없다"고 했다.

황씨는 "장례를 치른 후 정애의 친구들이 (딸아이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파일을 전해줬다"면서 "이 파일을 컴퓨터에 옮겨야 하는데, 목소리를 들으면 또 가슴이 무너져 내릴까봐…"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처음엔 모든 게 다 내 탓인 것 같아 억장이 무너졌다"며 "슬픔을 극복하고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19주기 추모식은 18일 오전 9시30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에서 열린다.

이 참사는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3분 지하철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한 지적장애인이 휘발유에 불을 질러 마주오던 전동차로 번지면서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사고다.


psydu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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