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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 종이 빨대 어떻게 만드나 봤더니…"380도 열에서 순식간에"

친환경업체 리앤비, 환경다큐 감명 받은 회사원이 창업
접착제 안쓴 종이빨대…창업 4년차 목표 매출 220억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2022-02-15 06:20 송고
경기 화성 소재 리앤비 종이 빨대 생산 공장 내부 모습 © 뉴스1
경기 화성 소재 리앤비 종이 빨대 생산 공장 내부 모습 © 뉴스1

"쓱, 쓱, 쓱." 얇게 절단된 국제산림관리회(MSC) 인증 코팅 펄프 세 가닥이 열 접착 기계 입구에서 만났다. 팽팽하게 당겨진 펄프 종이는 일정한 각도로 꼬이면서 다시 하나로 붙어 얇은 원통이 됐고, 성형기를 지나면서 절단돼 빨대로 탄생했다. 

친환경 제품 제조업체 리앤비가 빨대를 만드는 방식이다. 접착제를 사용하는 공법을 버리고 380도에 달하는 열로 순식간에 종이를 접착한다. 고열 접착 제조공법은 리앤비가 개발한 독자기술이다.
생산공정이 효율적이고 풀 접착 방식에 비해 곰팡이 발생 등 제품 변질 위험이 낮다.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냄새는 물론 음료에 빨대가 풀릴 우려도 없다.

이 방식으로 제조된 빨대의 내구성은 기존 제품 대비 30% 우수하다.

지난 13일 인터뷰를 가진 리앤비 이헌국 대표와 최광현 부사장은 올해 종이빨대 매출 목표를 15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35억원 대비 100억원 이상 종이빨대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종이빨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이 제품을 포함한 전체 매출 목표는 220억원이다.

리앤비는 독자기술 기반의 종이빨대 외에 위생장갑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18년 설립 후 빠르게 친환경 소비재 시장에 안착한 리앤비 창업은 한 환경 다큐멘터리가 계기가 됐다.

이헌국 대표는 본래 위생·유아용품 생산업체 유한킴벌리에 재직했다. 2015년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거북이를 구조하는 환경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뒤 창업을 결심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퇴출 움직임을 감지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썩지않는 플라스틱 빨대에 고통받는 거북이를 보며 환경문제에 대해 고심했다.

그래서 빨대를 선택했다. 종이빨대가 존재하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 카페나 식음료 프랜차이즈에 종이빨대를 공급할만한 시설을 갖춘 업체가 없었다. 접착제 등 다른 이물질이 필요한 종이빨대 제조 방식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없을까 고민하던 때도 이 시기다.

이헌국 리앤비 대표(왼쪽부터)와 최광현 부사장 © 뉴스1

3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이 대표는 2018넌 회사를 창업하고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를 설득, 납품계약을 맺었다.

물론 기존 대비 친환경적인 공법 개발이 필요하다는 구상은 아이디어 단계여서 당시엔 접착제 방식의 빨대를 생산했다.

스타벅스에 빨대를 납품하면서 발생한 이익은 고스란히 신공법 개발에 투입했다.

다른 이물질을 쓰지않는 친환경 제품이 개발되면 급성장하고 있는 종이빨대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리서치그룹은 친환경 종이빨대 시장 규모가 2024년 2조원(글로벌 기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신공법 개발은 없었다. 기술개발 역량이 정체된 환경에서 새로운 공법의 제품이 나오면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에 꽃힌 이 대표는 사업성 측면에서도 확신을 가졌다.

이같은 확신은 공격적인 투자로 이어졌다. 리앤비가 신공법 개발에 쓴 2년6개월 동안 사용된 천연펄프만 40톤에 이른다. R&D 비용은 5억원가량이 투입됐다.

결국 열 접착 방식의 종이빨대 제조 공법을 2019년 7월 개발해냈다. 국내 최초의 종이빨대 제조 공법으로 국제 특허에도 출원했다.

380도에 달하는 열로 순식간에 종이를 접착하는 공법은 보다 안전한 제품 제조가 가능하면서도 공정은 단순하다. 생산 효율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로 △펄프·코팅 △합지·열 접착 △절단 △완성 4단계만 거치면 빨대를 만들 수 있다.

기존 풀접착 방식은 △펄프·코팅 △풀칠 △3겹 합지 △절단 △건조 △완성 6단계 공정을 거쳐야 한다.

새로운 공법 개발 후 식음료 업체들의 리앤비 제품 사용은 급격하게 늘었다. 환경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던 시기여서 타이밍도 잘맞았다. 덕분에 리앤비 매출은 창업 첫해 11억원에서 지난해 67억원으로 6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에서 52%를 차지하는 종이빨대가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초창기 4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30명 안팎으로 늘었다.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 매장에서 사용 중인 다양한 굵기(지름)의 리앤비 종이 빨대 © 뉴스1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 매장에서 사용 중인 다양한 굵기(지름)의 리앤비 종이 빨대 © 뉴스1

이 대표는 회사 성장에 중소벤처기업부 도움이 컸다며 정부 지원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중기부는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2020년 10억원을 지원했다. 리앤비는 이를 토대로 생산설비를 확충했다. 증설을 통해 리앤비는 월간 5000만개 종이 빨대를 생산 중이다.

이 대표는 "앞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집중할 방침"이라며 "일본과 미국, 호주, 독일, 필리핀, 영국 등에서 샘플을 요청했고, 수출 세부 내용 등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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