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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칼럼] 이재명과 윤석열의 외교·안보관

(서울=뉴스1) | 2022-02-04 13:36 송고 | 2022-02-04 14:49 최종수정
© News1 
간결한 질문은 마스크에 가려지지 않는 답변자의 마음속 상태를 끌어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어젯밤 대통령 후보 첫 TV토론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외교·안보 분야의 첫 질문과 후보들의 답변이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취임 후에 미국의 바이든, 일본의 기시다,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 이 네 정상을 만날 순서를 우선 순위로 말해봐라."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자연스럽게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후보간 공방이 이어지게 구성되었다. 질문을 던진 사회자 정관용은 질문 내용을 사전에 후보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게 사실이라고 볼 때, 이 질문에 대한 즉흥적 답변 속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 나갈 후보들의 나침반을 볼 수 있었다.
첫 답변에 나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김정은과 먼저 남북정상 회담을 하고난 다음 바이든과 한미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말했다. 시진핑과 기시다는 필요하면 4자회담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우선 북한 김정은이고 다음 미국 대통령이라는 말이다. 심상정다운 생각이다.

두 번째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만날 순서 정하는 것을 유보했다. 지금 정하지 않고 그때 상황에 따라 정상을 택해 만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의 마음속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사회자가 지금 상황을 제시하고 답변을 보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는 바이든, 기시다, 시진핑, 김정은으로 순서를 명확히 제시했다. 시진핑을 먼저 만나겠다고 답할 줄 알았는데 기시다를 먼저 택한 것이 색달랐다. 한·일 관계에 방점이 찍힌 듯한 인상을 준다.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는 바이든, 시진핑, 김정은, 기시다 순으로 답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평범한 모범 답안이다. 일본의 순서를 북한 다음에 넣은 것이 특이했다. 일본이 중요하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일본을 심정적으로 북한 뒤에 넣은 것인가.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여당 후보 이재명과 제1야당 후보 윤석열이 보인 외교·안보 철학의 차이점이다. 소속 정당의 입장이 십분 반영된 것 같으면서도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새 정부 청와대의 대외정책의 결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이었다.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 환경에 대한 상황판단은 매우 포괄적이다.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충돌하는 틈에 한국이 끼어 있다. 이런 때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가야 한다. 미국 대통령을 먼저 만나느냐 중국 주석을 먼저 만나느냐를 미리 정할 필요가 없다. 때에 따라 유용한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상대를 만나겠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국익 중심 실용이 무엇인가이다. 경제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경제와 안보를 묶어서 말하는 것인지 명확지 않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 및 대북정책과 결이 다를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외교 안보 정책은 다듬어지지 않은 게 느껴졌다.  

윤석열 후보의 답변에서는 한미동맹을 축으로 하는 보수 정당 후보의 외교 안보 색깔이 선명했다. 민주당 정부의 정책을 친중 친북 굴종외교로 규정하고 한·미 한·일 관계 복원을 강조했다. 특히 시진핑보다 기시다를 먼저 만나겠다는 그의 답변을 볼 때 한일관계가 급격히 달라질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윤 후보의 뇌리에 일본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캠프 또는 당 안에서 일본을 염두에 둔 외교 안보의 방향이 상당히 밀도있게 수렴된 결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방향은 중국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 편중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은 한미동맹을 국익의 핵심축으로 놓고 한일관계 복원과 대북 강경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어제 정상회담 순서를 놓고 벌인 토론은 외교 안보 이슈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기준을 비교적 명료하게 제공한 것 같다. 다만 답답해 보이는 것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남북문제에 대해 이재명은 물론, 윤석열도 파격적인 타개책을 장시간 고뇌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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