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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남은 文정부] ③'유쾌한 정숙씨'의 5년 돌아보니

친화력으로 무장한 내조 눈길…文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비판가
배우자외교 역사적 장면 연출…장애·미혼모·치매환자 보듬는 행보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조소영 기자, 김상훈 기자 | 2022-01-28 06:00 송고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청와대 제공) 2022.1.17/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청와대 제공) 2022.1.17/뉴스1

문재인 대통령은 29일이면 남은 임기가 100일이 된다. 가장 가까이 곁을 지키며 누구보다도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온 부인 김정숙 여사는 문 대통령 퇴임 후 함께 경산 양산 사저로 내려갈 예정이다.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명답게 특유의 친화력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꼼꼼히 민심과 내조외교를 챙겨온 퍼스트레이디의 행보를 돌아봤다.

◇ 과묵한 文대통령 보완하는 '활달한 성격'…"친교행사서 여사님 덕 많이 봤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문 대통령과 달리 살갑고 활달한 김 여사는 임기 초부터 주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 취임 나흘째 되던 날 김 여사가 '밥도 못 먹고 왔다'며 자택을 찾아온 60대 여성 민원인을 보고 이삿짐을 싸다 만 채 손을 잡아 이끌어 식사 대접을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김 여사는 뛰어난 음식 솜씨로 평소에도 지인들에게 자주 음식을 대접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에 초청한 여야 원내대표에게는 직접 정성 들여 만든 인삼정과를 후식으로 내놓았다. 김 여사는 별도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자들, 여성 의원들과 차례로 오찬을 함께 하는 등 국회와의 '협치'에 적극 나서는 행보를 보였다.

2017년 문 대통령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순방에 나섰을 때는 행사장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흘러나오자 흥을 이기지 못하고 '말춤'을 췄다. 김 여사의 소탈한 모습에 당시 네티즌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필리핀 현지 활동 개그맨이자 평창홍보대사로 위촉된 라이언방이 강남스타일을 개사해 평창 스타일을 부르자 흥이 난 김정숙 여사가 말춤을 따라 해보고 있다. (청와대) 2017.11.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후(현지시간) 필리핀 마카티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필리핀 현지 활동 개그맨이자 평창홍보대사로 위촉된 라이언방이 강남스타일을 개사해 평창 스타일을 부르자 흥이 난 김정숙 여사가 말춤을 따라 해보고 있다. (청와대) 2017.11.1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최근 김 여사의 생일을 축하하며 "순방이나 국빈방문 때에도 여사님의 역할이 적지 않은데 과묵하신 편인 대통령님 옆에 여사님이 계신 것이 의전적으로 참 도움이 많이 돼왔다. 친화력, 친교행사에서 여사님 덕을 참 많이 본 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탁 비서관은 "무엇보다 지난해 수해 때 소리 소문 없이 직원 두셋만 데리고 자원봉사를 가신 것이나 아직은 공개할 수 없지만 이런저런 사연있는 분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조용히 가서 위로하고 챙겨오셨다는 점이야말로 그 공감력, 감정이입이야말로 김 여사님의 가장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면모가 아닌가 싶다"고 칭찬했다.

특히 문 대통령에게는 든든한 지원자이자 동반자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2017년 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꽤 긴장된 정상회담을 치르고 난 후 김 여사는 "여보, 너무 고생했어요"라며 크게 다독였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문 대통령에게 스스럼없이 쓴소리와 잔소리를 직접 전하는 '민심 전달책'이기도 하다. 정부 출범 100일 기념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보고 행사에서 고민정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이 김 여사에게 "문 대통령에게 '이것만은 꼭 하라'고 쓴 소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김 여사는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고 한다"고 답변했었다.

◇ '배우자 외교'서 빛난 사교성…멜라니아부터 리설주와 친분, 인도 단독 방문까지

김 여사의 사교성은 각종 정상외교의 장에서 활약이 두드러졌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중단됐던 배우자 외교가 부활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부인인 멜라니아 여사는 낯선 사람과 길게 대화하지 않는 성격으로 잘 알려졌지만 2017년 국빈방한 당시 김 여사와는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가까워졌다. 미국측 보좌진이 '최상의 궁합'이라며 놀라워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2019년 방미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때는 멜라니아 여사와 김 여사가 단독 오찬을 갖기도 했다. 한미 퍼스트레이디들의 단독 오찬은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바버라 부시 여사와 오찬을 가진 이후 30년 만이었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김 여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내 리설주 여사와 시종일관 시간을 함께 보내며 화목한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모았다. 특히 김 여사가 백두산에서 천지 물을 병에 담는 동안 옷자락이 젖지 않도록 리 여사가 붙들어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 여사는 또 현직 대통령 부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외국을 단독 방문하는 사례를 남겼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8년 11월 한국과 인도 간 오랜 교류의 역사를 축하하는 의미로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과 인도의 전통축제인 디왈리 축제를 함께 열며 행사 주빈으로 김 여사를 공식 초청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11.5/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2018.11.5/뉴스1

이전까지 현직 대통령 부인의 단독 해외 방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2002년 유엔 아동특별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다녀온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문 대통령이 김 여사와 함께 인도를 국빈방문한지 4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라 정상이 재차 방문하는 것이 어려웠던 터였다. 인도 측에서 김 여사의 방문을 간곡히 요청하며 국빈급에 준하는 대우를 약속하기도 했고 정부의 신남방정책 주요 협력국이라는 중요성을 감안해 방문이 성사됐다.

공군2호기를 타고 인도를 방문한 김 여사는 3박4일 동안 디왈리 축제 개막식을 비롯해 인도 외교장관 접견 및 대통령 영부인 주최 오찬, 모디 총리 면담 등 일정을 소화했다. 당시 현지 언론들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특집 보도하며 한국과 인도의 과거 역사적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 "누구도 희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세상"…사회적 약자 향한 '돌봄' 메시지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의 임기 내내 장애인과 한부모 가족, 치매 환자, 아동 교육 등 복지 관련 문제에 어김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돌봄정책' 마스코트였다.

이 중에서도 김 여사는 장애인 관련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 기간에는 평창에 머물며 홍보에 열을 올렸고 실제로 공식행사에는 4차례 참석, 경기는 6차례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여사에게는 '패럴림픽 특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2019년 전국장애인체전 개막식에는 직접 수어(手語)로 "틀리지 않습니다. 다릅니다"라는 격려사를 전했다. 총 4개 문장을 소화하기 위해 대회 전날까지도 청와대에서 연습할 만큼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최근 문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청각장애 아이들에게 아랍 수어로도 인사를 건넸다.

김 여사는 지난달 29일 특수학교 설립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누구도 편견으로 차별당하지 않고, 누구도 세상으로부터 거절당하지 않고, 누구도 희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며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도록, 꿈이 닿지 못하는 곳이 없도록 '무장애 사회'를 앞당겨야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옥룡캠퍼스에서 열린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아울러 김 여사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국가 치매 책임제'를 위해 직접 치매 환자를 돕는 '치매 파트너' 과정을 수료하고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자신의 친정 어머니도 치매를 앓고 있는 만큼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였다.

치매 관련 영화를 공개적으로 관람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한편 해외순방 때는 미국 워싱턴 노인요양시설, 벨기에 치매노인 요양시설, 싱가포르 요양병원, 스웨덴 왕립 치매지원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치매 극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독려했다.

미혼모 등 한부모 가족을 위한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냈다. 김 여사는 미혼모들이 만들고 직접 출연한 창작 뮤지컬을 깜짝 관람하거나 미혼모 모임에 자신이 직접 만든 곶감을 선물하고 미혼모 시설의 엄마와 아이들을 청와대에 초청하기도 했다.

김 여사의 '돌봄 행보'는 청와대를 떠난 후에도 조용히 지속될 전망이다. 청와대에 입성하기 전부터 비공개로 봉사활동을 해왔던 김 여사다. 지난 2020년 8월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강원도 철원 수해현장에 복구 봉사에 나선 모습이 주민들이 눈에 띄면서 뒤늦게 화제가 됐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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