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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매출 1조 돌파 DB하이텍…지속 성장 위한 과제는

과거 13년 연속 적자기업 탈피…직원 500% 성과급
반도체 공급난 수혜…효율화·포트폴리오 다변화 추진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22-01-25 06:15 송고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News1
DB하이텍 부천공장 전경© News1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DB하이텍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도 3000억원을 넘었다. 과거 13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매던 때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양호한 실적에 대한 보답으로 전 직원에게 이번주중 기본급(계약연봉의 15분의1)의 500% 수준의 성과급을 동일하게 지급하기로 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성과급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지난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1조1823억원, 영업이익 3692억원이다. DB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매출 8468억원과 영업이익 2619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2020년 연간 실적을 추월했다.

이 회사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동부하이텍(현 DB하이텍)은 지난 2001년 시스템반도체 영역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높은 기술장벽과 초기 투자비용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2013년에는 동부그룹의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매각 대상에 오르기도 했지만 거듭된 적자로 인해 부채가 2조3000억원인 부실 회사를 사가려는 곳은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반전은 있는 법이다. 꾸준한 기술 개발과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서 파운드리 사업 추진 13년 만인 지난 2014년 45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흑자 폭이 점점 커지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현재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0위까지 올라섰으며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에 달한다.
DB하이텍 부천공장 생산라인© News1

DB하이텍의 도약에는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급증과 공급난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10년 전후로 파운드리의 중심은 12인치 웨이퍼로 옮겨갔지만 DB하이텍은 틈새시장인 8인치의 역량을 키웠다. 이후 사물인터넷(IoT) 등 IT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12인치와 비교해 원가가 낮은 8인치 웨이퍼 반도체의 쓰임새가 커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노트북 등 비대면 IT 기기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8인치 웨이퍼가 투입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의 공급난도 일었다. 또 최근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직접 설계에 나서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에 특화된 8인치의 수요가 확대됐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8인치 파운드리 호황으로 인해 DB하이텍은 이미 올해 파운드리 수주 물량을 모두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 공장의 가동률도 100%에 육박한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DB하이텍의 수주 잔액이 8208만달러(약 981억원)로 전 분기 대비 약 30% 증가한 것으로 추산한다.

DB하이텍 파운드리.© News1

DB하이텍의 과제는 지속적인 투자 등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을지 여부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는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해 생산라인 증설로 대응하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올해 전세계 8인치 파운드리 팹이 216개 가동돼 2016년(184개) 대비 17.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DB하이텍은 대규모 증설보다는 기존의 생산시설 효율화를 통해 생산량을 높이는 전략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누적 적자로 그룹 전체의 위기를 불러온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2015~2020년 6년 동안 연간 평균 설비투자 규모는 980억원이다. 조단위로 이뤄지는 대규모 반도체 설비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3317억원)에서 총차입금(1475억원)을 뺀 순현금은 1842억원으로 전년 말(403억원)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유지하며 신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DB하이텍은 대규모 증설은 어렵지만 생산시설 효율화로 생산량을 극대화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에는 130나노미터(㎚), 110㎚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선주파수(RF) 칩 제조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회사 측 관계자는 "5G의 보급 확대로 무선통신에 필수인 RF 칩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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