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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처벌불원 합의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왜?

장애인 사돈 장애인연금 등 8천만원 가로채고 무임금 노동시키고
법원 "참회하면서 피해 회복하고 용서 구하려 노력했는지 의문"

(창원=뉴스1) 강대한 기자 | 2022-01-22 08:00 송고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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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가 담긴 합의서를 제출받았지만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징역형을 피고인들에게 선고했다.

창원지법 밀양지원 형사1단독 맹준영 부장판사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64)에게 징역 4년을, B씨(60·여)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B씨에게는 사회봉사 400시간도 명령했다.
부부 사이인 이들은 2009년 1월말부터 2020년 12월중순까지 경남 창녕군 자신들의 집에서 C씨(50)와 함께 지냈다.

C씨 여동생의 시부모가 이들 부부로, 서로 사돈지간이었다. 그러나 장애의 정도가 심한 C씨는 사돈 부부에게 ‘주인집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불렀다.

이 기간 부부와 함께 살던 C씨는 보수를 받지 않고 감나무 과수원 등에서 일했다. 또 C씨에게 지급되는 장애인연금·장애인수당·기초생계급여·기초주거급여 등 8000만원 상당을 92차례에 걸쳐 이들 부부가 가로챘다.
가로챈 돈으로 자신들의 생활비, 보험료, 카드대금 등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10년 이상 지속되던 이들 부부의 만행이 드러났다.

재판에서 이들은 C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추후 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A·B·C씨와 함께 보호기관 직원의 서명이 들어갔다.

하지만 맹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형사사건의 수사단계에서 합의서가 작성·제출될 경우 향후 수사와 재판절차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사법절차에서 어떻게 작용할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보호기관 및 그 직원이 법률상 C씨의 후견인 등 법정대리인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까지 볼 사실상·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또 이들 부부가 재판 과정에서 C씨 앞으로 3500만원을 공탁했으나, 이는 10여년간 착복해 임의 사용한 피해자의 장애인연금 등 8000여만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 금액이었으며, 피해자가 제공한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에도 미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맹 부장판사는 “각 서류들의 작성 시점과 금액, 공탁 시점 등의 사정을 보태어 볼 때 과연 피고인들이 범행을 참회하면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꾸짖었다.

재판에서 C씨는 재판장의 매우 간단한 질문조차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지내던 공간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자 “추웠어요”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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