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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신범철 "北 핵실험장 복원할 것…'핵공갈' 흔들리면 안돼"

"북한, 재래식 물리적 충돌보다 핵무력 공포 조성 시도할 듯"
"정부, 북핵 환상 버려야…비핵화 여건 진전후 대화해야"

(서울=뉴스1) | 2022-01-21 07:00 송고 | 2022-01-21 09:15 최종수정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경제사회연구원 제공)© 뉴스1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유예를 뒤집을 수 있다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은 사실 예상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북한은 당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본격적인 외교활동이 제한된다. 미중 전략경쟁이 날로 심화됨으로 인해 미국의 대북압박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행보에 별다른 고려 대상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핵 능력을 극대화하는 계산된 선택을 한 것이다.

향후 북한의 행보는 그들이 한 말을 이행하는 것부터 시작될 것이다. 북한이 언급한 선결적이고 주동적인 신뢰구축 조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와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부분해체였다.

따라서 북한이 가장 먼저 취할 조치들은 핵실험장을 복원하고, 미사일 실험장을 보수하는 활동이 될 전망이다. 동시에 이미 가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이는 영변 핵시설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한국과 미국을 압박할 것이다.
핵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열병식도 준비될 수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공위성 발사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이어질 것이다.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2월에 이 모든 조치들이 가능할 수도 있고, 시간을 두며 서서히 긴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북중관계를 어느 정도 고려할 것인지가 북경 동계 올림픽 기간 중 고강도 전략도발을 할 것인지 여부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정도다. 2월이 지나도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같은 달 김일성 생일은 북한에 또 다른 도발 명분을 가져다줄 것이다. 5월10일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북한은 핵 능력을 한껏 강화함으로써,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핵 보유를 굳히려 들 전망이다.

향후 우리의 대응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과 다른 핵능력을 보유한 북한이 전과 다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북한은 도발은 하되 정면 대결을 피해 왔다. 한국군의 첨단재래식 전력으로 인해 북한이 국지 도발에서 승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국민도 이러한 억제력을 신뢰했기에 북한의 각종 도발에도 우리는 안정적인 사회 환경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재래식의 물리적 충돌보다는 핵무력을 앞세운 공포 조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북한도 생존을 추구할 것이기에 실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하지만 북한으로부터 본격적인 핵 위협이 가해질 때, 한국사회의 불안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변화까지도 고려한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과거와 다른 우리의 대응은 어떻게 전개돼야 할까.

첫째, 북핵 문제에 대한 환상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 의지를 우리 스스로 과장 홍보한 결과 지난 5년을 허비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핵능력 강화 외에도 북중관계를 복원해서 더 좋은 전략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냉철한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종전선언이나 대북제재 완화가 북한 비핵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순수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북한과 기나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북한의 '핵 공갈'에 흔들려서도 안된다. 향후 북한의 행동과 표현은 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긴장 고조를 통해 한국 사회를 압박하고, 공포를 조장하며, 궁극적으로는 우리에게 전쟁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것이다.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핵을 용인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만일 우리가 핵보유를 용인할 경우 북한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따라서 그 첫 출발부터 틀어막는 것이 기회비용을 줄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셋째, 북한과의 대화는 대화를 통해 우리가 비핵화에 진전을 얻어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후 해야 한다. 그 여건은 한미 전략동맹의 강화를 기반으로 중국을 견인하여 적어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경우 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만드는 데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게 아무리 대화를 요구한다 해도 그들로부터 돌아올 것은 무시나 모욕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주변 정세를 조성함으로써 북한의 전략도발을 예방하고 대화로의 복귀를 유도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특히 백신 지원과 같이 실질적 이익이 되는 협력을 먼저 전개함으로써 한반도의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이 비핵화 진전 없는 종전선언보다 더욱 시급하고 중요함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신범철 센터장은?

신범철 센터장은 외교안보 주요 사안이 있을 때 마다 국내 주요 언론에 깊이있는 분석을 제공해왔다. 1970년 대전 출생인 그는 충남대 법대를 졸업해 서울대 법대에서 국제법 박사과정을 밟았다. 미국 조지타운대에서는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5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으로 외교안보 전문가의 길을 시작해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또한 외교부 정책기획관, 국립외교원 교수, 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실장을 지냈고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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