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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칼럼] 경영자의 사회적 발언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2-01-17 07:01 송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누구나 사회적, 국가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널리 공유할 수 있지만 잘 알려진 대기업의 경영자가 그렇게 하면 화제가 되고 논란이 일어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한 구매, 불매 움직임이 일고 주가도 출렁인다. 회사가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역풍도 맞는다. 경영자는 그 때문에 사회적 발언과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가.

기업 경영에서 이익만 목표로 하지 말고 환경과 사회도 의식하라는 ESG의 시대인데 경영자가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놓으면 공격 받는다는 것이 모순되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장려되는 것이 논리적이다. 최근 신세계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정치적 발언은 또 어떤가.
이 문제는 헌법이 기업의 정치적 표현과 사회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기업의 정치적 지출이나 정치헌금도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었다. 물론, 법률이 허용한다는 것과 실제로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은 별개 문제지만 미국 기업들은 상업적 이익을 위해 정치적, 사회적 표현을 활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ESG가 부각되면서 오너나 CEO인 기업 경영자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발언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등장했다. 국내에서와는 반대 방향이다. 사회가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경영자들이 유명인이고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실제로 몇몇 유명 경영자들이 그 역할을 한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같은 사람들이 대표격이다.

미국의 유서 깊은 컨설팅회사 FTI가 기관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1월 초에 학계와 언론에 소개되었다. 결론은 기업 경영자들은 사업상의 이익 추구를 넘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해야 하고 그에 정합하는 회사의 정체성과 사업 목적을 확립해 회사 안팎의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경영 리더십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82%가 CEO의 사회문제에 대한 적극성을 기대했다. 발언과 행동의 내용이 회사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투자자들은 무려 92%다. 85%의 투자자가 CEO는 회사 안팎에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소통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CEO의 윤리적 자질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온다. 투명성, 열정, 창의성, 재무적 역량 등은 다음이었다.

CEO 업무의 우선순위에서는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약간 다르다. 투자자들이 재무적 성과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 반면 전문가들은 임직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임직원들에 대한 공정과 포용,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그다음으로 든 것은 양쪽 다 같다.

CEO가 정치적 문제에 적극성을 보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문제보다는 찬성이 낮게 나왔다. 회사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을 ‘회의장’에 끌어들일 위험 때문이다. 투자자, 전문가 각각 65%, 38%만 긍정 의견을 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문제에 대한 세대차다. 57~74세인 베이비부머세대, 41~56세인 X세대, 그리고 임직원 레벨인 25~40세의 밀레니얼세대, 24세 이하 Z세대가 각각 생각이 다르다. CEO의 정치참여에 대해 밀레니얼과 Z가 각각 52%, 51% 긍정한 반면, 베이비부머와 X는 각각 16%, 33%다.  

미국에서의 조사이기는 하지만 우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첫째, 경영자는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고 회사 안팎에 자주 밝혀야 한다. 그 생각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목표와 일치해야 한다. 둘째, 경영자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의견을 밝힘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 신중해야 한다. 셋째, 경영자는 회사 밖보다 내부 구성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공정성에 터 잡은 성과보상, 건강, 업무환경을 배려해야 한다. 넷째, ESG시대에도 재무적 성과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다. 마지막으로, 경영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윤리성이다. 여기서 사회의 반응과 사회적 영향력이 결정된다.  

※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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