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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층 기계실'이 추가 붕괴 막아…"수색 구조작업 본격"

드론 등 활용해 안전진단…"구조팀 진입에 문제 없다"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박영래 기자, 이수민 기자, 정다움 기자 | 2022-01-12 15:08 송고 | 2022-01-12 17:43 최종수정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공산 현장 외벽이 무너져 있다.(독자 제공)2022.1.11/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공산 현장 외벽이 무너져 있다.(독자 제공)2022.1.11/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살을 에는 듯한 강추위에 바람도 거셌다. 지난 11일 오전 광주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 바람은 초속 13~14m로 강했다. 굵은 눈발까지 휘날렸다.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은 작업을 멈췄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A씨는 "39층은 바람이 더 세다"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타워크레인은 통상 초속 10m 이상 바람이 불면 작업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워크레인 대신 레미콘이 움직였다. 39층 최고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

오후 3시46분, '쿠쿵'하는 소리와 함께 201동 외벽이 38층부터 무너져내렸다. 굉음과 함께 뿌연 먼지를 내뿜으며 순식간에 쏟아지던 콘크리트 더미는 15개 층을 부수고 23층에서 멈췄다.

상판과 벽면 조각들은 아슬아슬하게 벽면에 걸렸다. 건물 벽을 지지대 삼아 버티던 타워크레인은 허리가 휘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콘크리트 더미는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대를 덮쳤다.

공사 현장 지상에 있던 1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1층 컨테이너에 있던 2명은 소방에 구조됐다.

27층과 32층 사이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6명은 연락이 끊겼다. 휴대전화 신호는 가지만 응답은 없다. 이들은 소방설비 점검과 조적작업, 유리창 청소 작업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노처럼 15개층을 무너뜨린 붕괴가 23층에서 멈춘 건 '기계실' 역할이 컸다.

박영수 국토안전관리원장은 12일 화정동 붕괴 현장을 찾은 노형욱 국토교통부장관에게 "23층에는 기계실이 있어 다른 곳보다 구조가 단단했다. 그래서 무너져 내리다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현재 23층까지만 진입이 가능하며 한쪽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황이라 현장 구조 활동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안전진단을 마친 뒤 구체적인 구조 방법을 짜겠다"고 말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후 3시46분쯤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실종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2.1.12/뉴스1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해당 신축 아파트에서는 전날 오후 3시46분쯤 외벽이 붕괴돼 6명이 실종됐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2.1.12/뉴스1

아파트 외벽 붕괴는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타워크레인 월타이(wall tie, 콘크리트 벽과 타워크레인 지지물)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위한 갱폼(거푸집)이 풍압을 견디지 못하고 뽑히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장을 찾은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39층에서 작업 중 거푸집 동바리 등이 콘크리트 타설 하중 등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공기 단축을 위해 영하의 온도에서 공사를 진행함에 따라 콘크리트 강도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붕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무리한 작업지시가 붕괴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현장의 증언도 나왔다. 

화정동 아이파크 현장 관계자인 A씨는 <뉴스1>과 통화에서 "11월 입주일정을 맞추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공정을 지키지 않고 속도를 낸 것이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겨울철 아파트 공사는 콘크리트가 완전히 굳을 때까지 '양생 과정'을 거치는 기간이 길어져 10일에 1개층 정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는데 공사 기간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4~5일 만에 타설작업을 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광주시는 화정아이파크 사고가 인재라고 보고 대책회의를 열어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건축 건설 현장의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사고 현장을 찾아 "책임을 통감한다. 너무나 부끄럽다"며 공식 사과했다.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이날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실종자들과 가족, 광주시민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급선무다"며 "현대산업개발은 소방본부, 국토교통부, 광주광역시, 서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실종자 수색 구조작업을 위해 건물에 진입하려고 했으나 추가 붕괴가 우려됐다. 휘어진 타워크레인이 언제 또 무너질지 몰랐다. 광주시와 소방당국은 안전진단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12일 오전 국토안전관리원, 건설사 등과 함께 적외선과 열 감지 기능이 포함된 드론을 활용해 안전진단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구조팀이 지하에서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20분 구조견 6마리와 인원 6명을 사고현장에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에 들어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구조팀이 실내에 들어가서 실종자 수색을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구조팀이 못 들어가는 야외는 드론과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 안전점검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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