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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에 등장한 깔끔한 '노숙인 텐트촌' 사연 알고보니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1-12-29 06:16 송고 | 2021-12-29 08:42 최종수정
전국이 연일 영하권 날씨를 보이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 텐트 모습. 2021.12.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전국이 연일 영하권 날씨를 보이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 텐트 모습. 2021.12.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텐트촌이 생겼다. 서울역 노숙인들은 매년 추운 겨울을 맞이하지만 텐트가 설치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역 광장에는 인근 교회에서 지원한 텐트 총 35개가 설치돼 있다.

텐트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던 지난 11월 처음 설치됐다. 서울역 광장 노숙인 3명이 코로나19에 걸렸으나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자리가 부족해 재택치료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이었다.

추운 날씨에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숙인들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주변 노숙인들이나 시민들에게도 코로나19를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서울역파출소 소속 박아론 경위는 "확진된 아저씨(노숙인)들이 (병원에) 이송될 때까지 보호 가능한 시설이 없었다"면서 "구청, 보건소, 노숙인시설 모두 수용이 안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임시방편으로 교회에서 텐트 3개를 후원해 설치했다. 당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하루에만 서울역 광장에서 노숙인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전국이 연일 영하권 날씨를 보이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 텐트 모습. 2021.12.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전국이 연일 영하권 날씨를 보이고 있는 28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 텐트 모습. 2021.12.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확진된 서울역 광장에서 확진된 노숙인은 16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확진 노숙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텐트는 노숙인 동사를 막기 위해 계속 활용되고 있다. 텐트는 현재 35개로 늘었다.

박 경위는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날씨가 풀리면 텐트를 치워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설치했는데, 다들 수긍했다"며 "주로 여성 등에게 우선적으로 텐트를 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저씨(노숙인)들도 코로나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 "아저씨들 사이에서 광장에서 술 먹지 않고 코로나 방역에 협조하자는 내부 규칙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폭증세가 꺾이고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이용할 수 있는 임시생활시설이 늘어 나면서 노숙인들의 격리대기 사례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박 경위는 "이미 많은 아저씨(노숙인)들이 확진돼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동했기 때문에 서울역 광장 노숙인 수가 줄어든 상황"이라고 했다.

주변을 지나가던 35세 여성 A씨는 "인도적으로 추운 것보다 따뜻하게 텐트라도 있는 게 낫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B씨(60대)는 "다들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텐트가 있어 다들 따뜻하고 좋은 것 같다. 코로나 걱정도 덜 되고"라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11월부터 재택치료가 원칙이 됐지만 홈리스에게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이라며 "홈리스뿐만 아니라 모두가 확진이 된 경우 격리가 가능한 공간(임시생활시설)을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11월에는 거리에서 노숙인이 재택치료 기간이 끝나 격리해제되는 경우도 있었다"며 "방역당국은 심지어 길에서 이분에게 체온계 등 방역키트를 제공했다"며 황당해했다.

서울역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도 "다들 오들오들 떨고 있었는데 따뜻하고 좋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70대 남성 노숙인 C씨는 "따뜻하고 코로나 걱정이 안돼서 좋고 걱정이 없다"고 전했다. 노숙인 D씨(32)는 "여전히 춥고 잘 때 방음이 안돼서 불편하다"면서 "다른 노숙인들이 텐트 이용을 부러워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인근을 지나가던 60대 시민 E씨는 "노숙인들이 겨울에 텐트나마 있는게 얼마나 다행스럽나"라며 "보기 좋고 코로나 걱정도 덜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heming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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