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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력 피해자, 법정서 2차피해"…'진술녹화물 위헌' 헌재 결정 비판

헌재, 성폭력처벌법 조항 헌법소원서 '위헌' 판결
여성단체 "아동학대 사건에도 준용돼 혼란 범위 커질 것"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21-12-24 11:18 송고 | 2021-12-24 11:19 최종수정
시민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 폐기처분한 헌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12.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 폐기처분한 헌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1.12.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헌법재판소가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 녹화물을 재판 증거로 쓸 수 있도록 한 현행법 조항에 위헌 판결을 내린 가운데 여성·시민단체가 "피해자들이 처한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 결정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발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역사를 퇴행시키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해당 조항은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경험을 반복 진술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법정진술 및 반대신문을 받는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재의 결정은 그동안 반(反) 성폭력 운동을 통해 가해자 중심적인 형사사법체계를 바꾸고 피고인 방어권 보장뿐 아니라 피해자 보호 및 권리 보장도 중요한 인권이자 국가의 역할임을 강조해 온 시대적 변화를 역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장은 "핵심은 피해자 진술을 녹화영상 형식으로 듣는 것은 피고인의 반박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니 아동 성폭력 피해자라고 할지라도 법정에 직접 출석해 진술하란 얘기"라며 "성폭력 재판에서 진술증거의 신빙성 및 증명력 판단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 보장을 통해 확보하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 진술 영상물은 미성년 피해자의 표정·어조 등 태도증거를 확연히 드러내기 때문에 허위의 개입 여지가 적고 신용성이 높게 보장된 증거"라며 "증거로 사용되더라도 재판부가 한계를 인지한 상태에서 법관으로서의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증거로 쓸지 말지를 스스로 판단할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헌재의 결정문을 읽으며 방어권 같은 단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피고인 방어권 보장을 위해 19세 미만의 성폭력 피해자를 다시 법정에 세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의 신수경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으로 당장 위헌 시점부터 형사사법절차가 진행되는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불이익을 미칠 수 밖에 없다"며 "위헌 판단을 받은 특례법 조항은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아동학대 사건에도 준용돼 혼란의 범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희진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팀장은 "헌재는 증거보전절차, 재판장의 증인보호를 위한 소송지휘권을 대안으로 말하지만 증거보전절차도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 측의 반대신문을 필수절차로 하고 있어 피해 아동청소년은 더 복잡하고 겁나는 절차를 겪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장의 성인지 감수성, 아동권리에 대한 감수성에 따라 법정에서 무방비 상태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뎌내야 할 수도 있다"며 "피해 아동‧청소년 권익보장제도의 퇴행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전날(23일) 성폭력처벌법 제30조 제6항 등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2018년 12월 제기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이라 판단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위력으로 13세 미만의 피해자를 수 차례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6년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영상녹화된 피해자 진술에 증거부동의했으나 1·2심 법원은 신뢰관계인 증인신문을 거쳐 이를 증거로 인정했다. 

헌재는 다수의견에서 "미성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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