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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먹는 코로나 치료제' 승인 났는데…머크는?

11월30일 FDA 자문위 승인 권고 받았지만 최종 승인 지연돼
입원·사망 예방 효과 30%·임신부 사용 시 기형 위험 등 발목 잡았나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12-23 09:30 송고 | 2021-12-23 15:30 최종수정
머크사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 로이터=뉴스1 © News1 노선웅 기자
머크사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 로이터=뉴스1 © News1 노선웅 기자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신청 한 달여 만에, 자문위원회 권고 심사 절차를 건너뛰고 신속 승인된 것이다. 이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승인이 이뤄지면 미국 내 즉시 사용이 가능해진다. 화이자는 올해 18만 회분을 생산, 즉시 납품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의 신속 승인 배경엔 새 변이주 오미크론 확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이 기존 정맥주사형 단일클론항체치료제의 작용과 백신 및 기존 감염으로 인한 면역을 일부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바이러스제가 오미크론과 싸울 중요한 수단으로 떠올랐다. 또 전 세계가 병상 포화로 의료체계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처방전만 있으면 가정에서 쉽게 복용 가능한 경구용 치료제 수요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화이자의 승인 소식이 발표되자, 먼저 FDA 심사를 기다려온 머크(MSD)의 '몰누피라비르' 미승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머크는 화이자보다 한 달 앞선 10월11일 FDA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고, 한 달여 뒤인 지난달 30일 FDA 자문위원회의 승인 권고를 받았다. 당초 블룸버그 통신 등 미 언론에서는 이날 화이자와 머크의 치료제가 모두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머크만 낭보를 전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는 FDA 발표 직전 기존에 선주문한 몰누피라비르 약 5만 회분을 취소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보건 당국은 몰누피라비르 구매 계약을 전면 취소하는 대신,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를 다음달 말까지 공급받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FDA는 관련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효과와 부작용 우려가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 머크는 당초 몰누피라비르의 고위험군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50%라는 임상 결과를 제출했지만, FDA 자문위는 논의 과정에서 효능을 30%로 축소했다. 반면 화이자는 팍스로비드의 입원·사망 예방 효과가 89%라는 임상 결과를 제출했다.
또 FDA는 몰누피라비르의 임신부 사용 시 기형아 출산 위험 등을 들어, 임신부의 경우 몰누피라비르 사용의 이익이 위험을 능가한다고 볼 만한 임상 시나리오가 거의 없다고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몰누피라비르의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건 지금이 팬데믹 상황이기 때문이다. 머크의 치료제는 화이자보다 개발 단계가 앞서고, 이미 진행 중인 생산 규모도 훨씬 크다. 뉴욕타임스도 "오미크론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금 현재와 앞으로 몇 달간 당장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치료제는 화이자가 아닌 머크의 것"이라는 점을 짚었다.

화이자 팍스로비드의 품귀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미 1000만 명분을 선주문해둔 상황이며, 미국 정부에 적용된 가격은 1회분(1코스 총 30알)당 530달러(약 63만원)다. 프랑스를 비롯해 다른 선진국들은 이미 화이자와의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일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사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 AFP=뉴스1 자료 사진
화이자사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 AFP=뉴스1 자료 사진

화이자는 내년 공급 물량을 1억2000만 코스(한 코스당 30알)로 상향 조정했지만, 개발도상국까지 돌아가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한계를 인정, 화이자는 국제공중보건단체 의약품특허풀(MPP)과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복제약품제조사가 팍스로비드를 생산, 저소득 및 중위소득 국가 95개국에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복제약 출시 일정은 빨라야 내년 말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화이자의 알약이 앞으로 몇 달간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사태의 긴급성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존스홉킨스대 애쉰 발라고팔 박사는 몰누피라비르 승인 여부와 관련해 "지금 우리가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드류대 브라이언 바커 박사도 "감염으로 중증에 걸릴 위험이 높은 이들에겐 중증 유발 위험이 (임신 중) 돌연변이 유발 위험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이날 로이터는 화이자 팍스로비드의 승인 소식을 전하면서, 머크 몰누피라비르는 아직 FDA의 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고만 전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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