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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오세훈 이해 안가…내년 예산은 선거용"

[인터뷰] 유 구청장 "주민자치사업 전임시장 했다고 다 손질"
"청량리 재개발 가장 기억 남아…경찰조사는 기막히고 억울"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2021-11-29 07:00 송고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동대문구 제공).© 뉴스1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동대문구 제공).© 뉴스1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을 만난 지난 23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전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유 구청장은 "사과를 모르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유 구청장은 1979년 부마항쟁에 참여했다가 36일간 고초를 겪었다.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그는 "전씨를 광화문 사거리에 오라고 하고, 전씨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이 와서 방울토마토를 하나씩만 던지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에 고통을 줬기 때문에 방울토마토만 맞아도 그 사람이 죽을 것 같다"는 것이다.

◇"오세훈 이해 안 가는 측면 더 많아…내년 예산은 선거용"

유 구청장은 1985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 활동으로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민선 2기 동대문구청장을 지낸 뒤 5~7기 동대문구청장을 연달아 지냈다.
16년간 구청장을 지내고 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그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앞서 서울시는 내년도 예산에서 마을공동체 등 자치구의 주민참여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이로 인해 자치구 예산 부담이 늘어났다. 보조금 매칭 사업에서 동대문구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33억4000만원 늘어난 44억8700만원이다.

유 구청장은 "풀뿌리 민주주의 근간인 주민자치 사업을 전임시장이 했다고 다 손질해버렸다"며 "오 시장의 지금 예산은 순전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위한 예산 편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임기를 마치면 예산을 짤 때 새롭게 뭘 벌리지 않는다"며 "조용히 연착륙하도록, 새로운 구청장이 와서 잘하도록 예산을 편성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많이 발전했지만 정착하지는 못했다"고 봤다. "가장 큰 문제는 1987년 전두환 시절에 만든 헌법을 유지하기 때문"이라며 "그 이후로 사회가 발전하고, 지방자치가 30년이 됐으니 헌법을 고치면서 전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구청장은 "강북에서 세금을 걷어 강남의 인프라를 만들었다"며 "선진국은 세금을 내면 50%는 중앙정부가 국방·외교·안보 쪽에 쓰고 나머지는 세금을 낸 주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데, 우리는 모든 걸 중앙정부가 정해서 매칭비용으로 (추진)한다"고 지적했다.

◇"청량리 재개발이 가장 큰 성과"…2년뒤 65층 주상복합 들어서

유 구청장이 가장 손에 꼽는 성과는 '청량리 개발'이다. 그는 1995년 서울시의원으로 있을 때부터 청량리 개발을 추진했다.

청량리 재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유 구청장은 지난 2019년 6개월간 농성을 벌이던 세입자를 설득하기 위해 직접 고가사다리를 타기도 했다.

그는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 농성을 중단하자고 눈물로 2시간을 설득했고, 세입자 두 분이 농성을 중단하고 건물 아래로 내려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2년 뒤 청량리4구역에는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 백화점, 공연장을 갖춘 42층짜리 랜드마크 타워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동대문구 제공).© 뉴스1
유덕열 동대문구청장(동대문구 제공).© 뉴스1

복지 정책에도 집중했다. 유 구청장이 추진한 동대문형 복지공동체 '보듬누리사업'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보듬누리 사업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안전망으로, '희망결연 프로젝트'와 '동 희망복지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16만 가구에게 86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유 구청장은 "지난 9일 보듬누리사업 10주년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며 "구민들과 함께 그동안 시간을 돌아보니 가슴이 뭉클하고 감회가 새로웠다"고 했다.

이 외에도 동대문구는 문화 복지를 위해 79억원을 들여 배봉산 둘레길을 개통하고, 24억원을 투입해 배봉산 숲속 도서관을 지었다. 중랑천 파크골프장과 풋살장 등 체육시설도 확충했다.

유 구청장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서울대표도서관' 건립을 차질 없이 준비할 계획이다.

2026년 개관 예정인 서울대표도서관은 서울도서관의 약 3배 규모로 총면적 3만5200㎡, 총사업비만 2210억원이다.

◇"경찰 조사 기막히고 억울…임기 끝나면 우선 쉬고 싶어"

올 한해는 유 구청장 개인적으로도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횡령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지난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유 구청장은 앞서 경찰 조사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누군가의 투서에 의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며 금품을 받은 사실이나 공금을 횡령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혐의에 대해 "너무 기가 막히고 억울하고 화만 난다"며 "어떤 일에 의견 차이가 생기면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투서를 넣고 모함하고 그런 것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임기가 끝난 뒤에도 동대문구를 떠날 생각이 없다. 그는 "어느 시점이 되면 봉사할 기회가 자연스럽게 올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관직을 위해 준비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임 후에는 우선 쉬고 싶다고 했다. 실컷 잠도 자고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을 계획이다.

그는 "바빠서 그동안 못 다녀봤던 여행지들을 아내와 많이 다닐 생각"이라며 "일주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파자마만 입고 잠을 자고, 읽고 싶었던 책도 지겨울 정도로 읽는 소시민으로 살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음 동대문구청장으로는 "기본 바탕이 된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구청장은 "지배하고 군림하는 자세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구민과 국민을 모시는 자세로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며 "일은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지만 기본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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