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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금지 일본 1200년만에 고기맛 즐기다…소설 '식도락' [서평]

서양요리 600종 소개…위생 관리, 주거 상황도 계몽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021-11-08 07:07 송고 | 2021-11-08 09:26 최종수정
무라이 겐사이의 소설 '식도락'(출처 위키백과)© 뉴스1
무라이 겐사이의 소설 '식도락'(출처 위키백과)© 뉴스1

일본 식도락의 원조라고 불리는 무라이 겐사이의 '식도락-여름'편이 박진아의 손을 거쳐 출간됐다.

'식도락'은 앞서 출간된 봄편을 비롯해 계절별로 총 4편이 1900년대 초반 출간돼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1200년간 이어진 육식금지령의 해제와 맞물린다.
일본은 675년 제40대 천화 텐무텐노가 불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육식을 금지했다. 육식 허용은 메이지유신(1868년)의 후속 조치로 1872년 이뤄진다.

의사 이시즈카 사겐(石塚左玄·1851∼1909)이 의식동원(醫食同源)을 강조하면서 먹는 것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식육(食育)을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1200여년간 이어진 육식 금지령을 해제하고 문명인이라면 육식을 해야 한다고 장려했지만 오랜 인식 때문에 서민들 사이에 서양 요리가 널리 퍼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소고기 전골 '규나베' '스키야키'는 이런 고정관념을 부수고 서민들의 식생활에 육식을 정착시킨 대표 음식이다.
규나베는 소고기를 주재료로 친숙한 조미료인 된장으로 맛을 냈다. 가격도 당시 서양요리 전문점보다 1/5 정도였기 때문에 전국으로 빠르게 퍼졌다.

메이지 스키야키 덮밥(출처 일본정부관광국)© 뉴스1
메이지 스키야키 덮밥(출처 일본정부관광국)© 뉴스1

스키야끼는 얇게 썬 고기와 함께 파, 양파, 쑥갓, 버섯, 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먹는 전골 요리다. 스키는 농기구를 뜻하며 야키는 굽다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스키야끼는 농기구를 깨끗이 씻어 거기에 요리를 한 것이 시초다. 처음에는 그냥 구워먹었지만 이후로 간장과 된장을 넣어 맛을 냈고 냄비가 농기구를 대체했다.

신간 '식도락'은 먹보 청년 오하라와 요리 솜씨 뛰어난 아가씨 오토의 사랑을 바탕으로 600종이 넘는 이국적인 요리를 소개했다. 또한 저자 무라이 겐사이는 의사 이시즈카 사겐의 먹는 것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식육(食育)을 받아들여 아이들에겐 도덕·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식육이 먼저라고도 주장했다.

책은 음식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식재료와 관련한 농업과 공업 기술의 문제, 위생 관리, 주거 구조 등을 두루 다루며 독자들의 계몽을 이끌었다.

책 바깥의 이야기지만 서양음식을 적극 소개해 유명 작가가 된 무라이는 세계1차대전 이후 문명의 발달에 환멸을 크게 느꼈다.

이후 그는 '식도락'으로 얻은 막대한 인세를 바탕으로 말년에는 가나가와현 히라쓰카시에 대규모 농목장을 세워 자급자족하면서 암굴을 파고 식이치료로 전념한다. 그는 의사의 진료를 거부하고 단식 요법 등을 실천했다가 건강이 악화돼 63세인 1927년 7월30일 세상을 떠났다.

◇ 식도락-여름/ 무라이 겐사이 지음/ 박진아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2만2800원

지만지 출간 고전소설 '식도락-여름'© 뉴스1
지만지 출간 고전소설 '식도락-여름'© 뉴스1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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