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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정중동' 행보 속 모더나 대량생산체제 조기 구축(종합)

8월 가석방 출소 직후 삼성그룹 내 TF 구성, 주말·추석연휴도 반납
임직원과 조기 생산 의지 공유, "더 나은 미래 위해 함께 나아가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2021-10-27 14:39 송고 | 2021-10-27 16:49 최종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243만5000회 분의 국내 사용이 승인된 모더나 백신의 대량생산체제 조기 구축을 위해 삼성그룹 내에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직접 진행상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광복절을 이틀 앞둔 8월13일 가석방으로 출소하자마자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의 최고위 경영진들로 이뤄진 TF를 구성했다.
이 부회장이 출소한 8월 중순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며 백신 확보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던 시기다.

재계가 요청한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 부회장이 당시 취업제한 논란 속에서도 최대한 몸을 낮춘 채 경영 행보를 재개하면서, 모더나 백신 생산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가 참석한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간담회 외에 공개된 외부 활동을 하거나 공식 활동을 하는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부회장 출소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사(社)와 협력해 생산할 수 있는 설비구축, 제조지시서, 품질평가법 등의 기본적인 틀은 갖췄지만, 인허가와 안정적인 대량 생산 등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
mRNA 백신을 처음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서는 안정적인 대량생산이라는 목표 자체가 난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생산 이후 GMP 인증, 인허가, 출하시험 등의 일정 등도 만만찮은 과제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 행보를 재개해 모더나 백신 생산을 직접 챙기면서 삼성 차원의 대응체제가 구축됐다고 보면 된다"며 "삼성은 당시의 국내 백신 상황을 감안, 이 부회장은 삼성의 기술과 리소스를 집중해 생산 일정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출소 11일 만인 지난 8월24일, 향후 3년간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첨단산업에 총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고용하는 내용의 대규모 투자 및 고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이 부회장이 '코로나19 이후 미래준비'를 통해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 신화' 창출로 이어가겠다는 비전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바이오 경영진과 임직원의 자신감과 책임감도 고취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삼성은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일자리 프로젝트 '청년희망ON 프로젝트' 사업에 KT에 이어 2호 기업으로 참여했다.2021.9.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멀티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교육 현장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삼성은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일자리 프로젝트 '청년희망ON 프로젝트' 사업에 KT에 이어 2호 기업으로 참여했다.2021.9.1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 모더나 백신이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것은 이 부회장, 최고위 경영진 중심 TF, 생산 현장으로 이어지는 '모더나 백신 생산' 협업 체제 구축으로 삼성 고유의 스피드 경영이 제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TF는 모더나 백신 생산 및 공급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체크 리스트를 작성해 점검하고 매일 콘퍼런스콜을 실시하는 등 삼성 전체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주말은 물론 추석 연휴에도 계속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오랜 지인이 모더나와 거래관계가 있는 것을 알고, 그를 통해 모더나사 최고 경영진을 소개받아 지속적으로 교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모더나 최고 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하며 교류 중이다.

이 부회장이 나서면서 '위탁자·생산자' 수준에 그쳤던 양사의 관계는 백신 수급과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함께 논의하는 사업 파트너 관계로 격상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더나 생산을 앞당기게 된 과정의 자세한 내용은 밝히기 어렵지만 현장부터 최고위 경영진까지 모더나 백신의 안정적 조기 생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자는 의지가 공유됐고, 이를 위한 노력이 본격화돼 결실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백신 일정 목표는 삼성의 역량이 결집하며 앞당겨졌다. 삼성은 현장의 필요에 따라 각 계열사의 다양한 노하우와 전문가들을 즉각 투입해 생산성과 인허가 절차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팀은 생산 초기 낮았던 수율을 단기간에 바이오 업계에서 인정하는 수준의 높은 수율로 끌어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까다로운 이물질 검사 과정에는 관련 노하우를 확보한 삼성전자 반도체 및 관계사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빨라진 생산 속도에 맞춰 삼성바이오 경영진들은 정부와 긴밀하게 협업하며 유럽시험소 등 인허가와 관련된 절차를 대폭 앞당겼다. 이로 인해 삼성은 TF 구성 두 달여 만에 모더나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이 연말에서 10월로 앞당겼고, 동시에 안정적 대량 생산 체제도 갖추게 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삼성은 코로나 발생 초기에 '스마트 공장' 지원을 해왔고, 지난 4월에는 감염병 극복 인프라 구축을 위해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이 7000억원을 기부하는 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 부회장이 모더나 백신의 안정적인 생산체제 구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챙긴 것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인으로서 기여하고자 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에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며 가석방 후 첫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삼성의 기술력은 올해 초 화이자 백신 도입 과정에도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화이자 측 최고경영진과의 창구가 없어 협상이 답보 상태에 빠지자, 이 부회장은 오랜 지인인 산타누 나라옌(Shantanu Narayen) 어도비 회장 겸 화이자 수석 사외이사를 통해 화이자 최고위 경영진과의 협상 창구를 열었다.

이를 통해 올해 3분기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화이자 백신은 올해 3월부터 50만명분을 시작으로 국내에 조기 도입되기 시작했다.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인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선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추도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1주기인 지난 25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선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추도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2021.10.25/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ryupd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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