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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1발? 2발?' 미스터리…한·일 분석 달랐던 까닭은

우린 발사지점, 일본은 탄착지점 기준으로 비행거리 등 계산
지소미아 통해 사후 정보 공유하지만 기존 발표 정정 어려워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1-10-26 15:20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이 지난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최근 시험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수를 둘러싼 논란이 정리됐다. 미국 측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쏜 SLBM이 '1발'이라고 확인하면서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번에 쏜 SLBM의 개수에 대해 미국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린 1발 발사(a singular launch)라고 했다"고 답했다.
북한은 지난 19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동해상을 향해 신형 SLBM을 시험발사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쏜 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지만,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2발의 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한일 양국의 발표 내용이 달랐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초기 분석값 기준으로 북한이 쏜 미사일의 비행거리나 고도가 한일 양국의 간에 10~50㎞씩 차이가 나고 있다. 이는 지리적 여건상 한일 양국이 북한이 쏜 미사일을 탐지·분석하는 방법이 서로 다른 것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 측의 경우 북한이 동해상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쐈을 때 미사일 발사지점부터 정점고도에 이르는 구간은 지상 레이더와 한미 양국 군의 정찰·감시자산을 이용해 비교적 쉽게 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봤을 때 북한이 쏜 미사일이 동쪽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면 지구 곡률(曲率) 때문에 레이더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구역'이 생기기 때문에 정찰위성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한 착탄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대형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2021.10.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 19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대형TV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2021.10.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에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정점고도까지 상승할 때와 마찬가지로 낙하할 때도 포물선 궤도를 그린다는 가정 하에 전체 비행거리를 계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이 쏜 미사일이 수평선 너머에서 하강하다 재상승하는 이른바 '풀업기동'을 했을 땐 이렇게 계산한 비행거리와 실제 비행거리 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이 올 3월25일 북한이 동해상을 향해 쏜 '신형 전술유도탄'(단거리탄도미사일 KN-23 개량형)의 비행거리를 당초 약 450㎞로 분석했다가 이후 북한이 발표한 것과 같은 600㎞로 정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당시 관영매체를 통해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 소식을 전하며 '풀업기동'을 의미하는 "저고도 활공 도약형비행방식의 변칙적인 궤도특성을 재확증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의 착탄지점을 기준으로 비행거리 등을 역계산한다. 일본에서 봤을 땐 북한이 서쪽 수평선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한일 양국이 공표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시각이 매번 달랐던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신형 전술유도탄 시험발사(2발)를 시작으로 9월15일엔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KN-23·2발)을 실시했고, 같은 달 28일엔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그리고 이달 19일엔 신형 SLBM을 각각 1발씩 시험발사했다.

이와 관련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3월25일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각이 오전 7시6분과 25분, 9월15일엔 낮 12시34분과 39분이라고 발표했다. 또 9월28일엔 오전 6시40분, 10월19일엔 오전 10시17분에 각각 북한이 미사일을 쏜 것으로 탐지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9월15일) 소식을 전하는 대형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철도기동미사일연대 사격훈련(9월15일) 소식을 전하는 대형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

그러나 일본 방위성은 그동안 우리 군이 공표한 시각보다 '2분 먼저'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밝혀왔다.

이처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한일 당국의 분석이 연거푸 차이를 나타내자 정치권으로부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 지소미아에 따른 양국 간의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 공유는 '실시간 공유'가 아닌 상대국의 요청이 있을 때 제공하는 '사후 공유'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소미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양국의 발표 내용이 다르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일본 내에서도 북한의 이번 신형 SLBM과 관련해선 "추진체와 탄두가 분리된 걸 '2발'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거나 "북한 미사일이 일본 측 레이더 각도로는 탐지하기 어려운 고도에서 '풀업기동'을 했을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측의 "1발 발사" 확인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북한이 쏜 신형 SLBM 수를 공식적으로 '2발'에서 '1발'로 정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본이 기진 정보수집·분석 역량의 한계를 자인하는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3월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탄에 대해서도 여전히 '비행거리 약 450㎞'란 초기 분석값을 고수하고 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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