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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인천의 '수사반장' 김경호 경정 "변장·실종 위장해도 놓치지 않죠"

인천 초등생 암매장~노래주점까지 13년간 강력사건 연달아 해결
예단·편견 없이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확실한 증거로 자백 유도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2021-10-21 11:59 송고 | 2021-10-21 16:27 최종수정
노래주점 업주가 40대 손님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것으로 확인된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 /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노래주점 업주가 40대 손님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것으로 확인된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 /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세 사건 모두)실종이 의심된다는 가족의 112신고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수사가 이어질수록)수집된 증거는 (실종자가)범죄 연루 가능성을 지목하고 있었어요."

인천에서 최근 발생했던 노래주점 살인사건(2021년)부터 2013년 초등생 암매장, 2017년 초등생 살인사건까지 3건의 강력사건을 연달아 맡아 처리했던 인천경찰청 중부경찰서 형사과장 김경호 경정(51)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이 3건의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큰 주목을 받았고, 사건의 전말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경찰이 언론 브리핑을 해야 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과거 2건의 사건은 피해자가 어린 초등학생인데가 잔혹한 살인 범행을 저지른 피의자도 어린 10대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최근 발생한 노래주점 살인사건은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피의자의 신상정보공개가 이뤄질 정도로 범행이 몹시 잔혹했다.

모든 수사가 쉽지는 않았다. 모두 실종신고로 접수됐던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범인 모두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고자 변장부터 숨진 피해자의 지문까지 없앨 정도로 속임수를 구사했다.
2013년 사건은 초등학생이 실종됐다는 가족의 신고로 동선을 추적하고자 폐쇄회로(CC)TV를 보던 중, 한 남성과 함께 가는 장면이 확인되면서 실종에서 강력범죄로 사건이 전환돼 수사가 진행됐다.

피해 초등학생의 마지막 동선이 확인된 곳에서 CCTV를 통해 확인된 남성을 알고 있는 지인을 발견했고, 이 남성이 중학생(당시 16)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중학생은 자신의 범행을 숨기고 알리바이를 만들고자 범행 직후 병원에 입원했다.

2017년 사건 역시도 실종신고로 접수가 됐으나, 피해 초등학생의 동선 추적 결과 한 '아주머니'가 확인됐다. 수사 결과 이 아주머니는 초등학생을 살해한 뒤 범행을 감추고자 변장한 16세 소녀였다. 범인 검거 당시 공범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 가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 끝에 또다른 10대 여학생이 범행에 가담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2021년 사건은 피해 40대 남성이 실종된 지 22일만에 살인 범행 가해자로 노래주점 업주가 검거됐다. 이 남성은 손님으로 자신의 주점을 방문한 40대 남성과 실랑이 끝에 살인 범행을 하고, 주점 내부에서 시신을 훼손한 뒤, 야산에 시신을 유기했다. 그는 범행을 감추고자 태연히 주점을 운영하기도 하고, 범행이 이뤄진 내부 흔적을 모두 지웠으며, 숨진 남성이 발견되더라도 신원이 확인될 수 없도록 지문마저 지웠다.

2013년 당시 인천 초등생 성폭행 시도 후 암매장 살인사건을 브리핑하고 있는 김경호 경정(경기일보 제공, 사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2021.10.21/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김 경정은 각 수사를 맡아 처리하면서 피의자들의 범죄를 확실히 소명할 수 있는 '증거' 수집에 몰두했다. 범행을 숨기고 감추는 피의자들이 벗어날 수 없는 완벽한 '증거'다. 1993년 경찰 9기로 임용 후 형사 분야에만 13년, 총 28년간 쌓아올린 현장 경험 덕에 그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범인들이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는 재판 결과가 뒤집어지지 않고 죄에 합당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열쇠였다.

김 경정은 "2000년도 강력반장을 할 당시 피해자가 지목하는 강도 용의자가 특정됐지만, 해당 용의자는 실제 범인이 아니었다"며 "실제 범인이 검거되긴 했으나, 피해자의 말만으로 무고한 시민이 곤경에 빠질 뻔했던 기억이 모든 것을 의심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하는 지금이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래주점 살인사건의 경우도 업주에 대한 (범인 가능성을 두고) 심증은 있으나, 시신이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업주가 빠져나갈 수 없는 명백한 물증이 필요했다"면서 "건물을 소위 말하는대로 이 잡듯 뒤졌고, 수색견에 드론까지 동원했으며, 정화조까지 몇 차례를 확인했을지 모를 정도"라고 했다.

김 경정은 "예단을 갖지 않고 편견 없이 한 수사를 바탕으로 찾은 증거는 결국 범인의 자백으로 이어지고, 부실수사를 방지한다"며 "앞으로 동료들과 함께 경찰 수사 전문성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형사뿐 아니라 수사 분야에도 온 힘을 기울여 사건 해결과 시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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