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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축브리핑] '부자 구단'으로 새 출발한 '뉴' 뉴캐슬, 아직 시간이 필요해

사우디 컨소시엄이 인수
구단주들 경기장 찾았지만 토트넘에 2-3 역전패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1-10-18 17:01 송고
뉴캐슬 유나이티드 팬들의 모습© AFP=뉴스1
뉴캐슬 유나이티드 팬들의 모습© AFP=뉴스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이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새롭게 출발했다.

파리생제르맹(PSG·프랑스)과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 등 기존 부자 구단의 명성을 뛰어넘을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라 뉴캐슬 팬들은 물론 유럽 축구 전체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아직은 가야 할 길도 멀고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팬들 © AFP=뉴스1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팬들 © AFP=뉴스1

◇ 사우디 '오일 머니'와 손잡고 기대를 모은 '뉴' 뉴캐슬

뉴캐슬은 최근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팀이다. 1892년 창단해 긴 역사와 전통을 지녔고 세인트 제임스파크라는 근사한 경기장과 열정적 홈 서포터들을 보유했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다. 마지막 리그 우승은 '일제강점기'이던 1926-27시즌이다. 하부리그를 경험하는 굴욕도 맛봤다. 

특히 최근엔 스포츠 용품업체 '스포츠다이렉트' 회장인 마이크 애슐리 전임 구단주가 팀 전술에 관여하고 '짠물 재정'으로 일관해 뉴캐슬 팬들의 비난과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 팀이 가진 잠재력과 팬의 열기를 구단의 역량이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인수는 더 의미 있다. 언급했듯 충분히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었던 뉴캐슬이 드디어 필여한 퍼즐을 채웠다는 측면에서 안팎의 기대감이 커지가 있다. 

뉴캐슬은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총자산 3200억달러(약 400조원)의 천문학적 재정을 가진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PIF)이 구단 지분 80%를 소유하고 RB스포츠&미디어와 PCP캐피털파트너스가 나머지 20%를 반씩 나눠 갖는 구조로 새로운 구단 운영 체계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좋은 선수를 데려오지 못해 속만 삭히던 뉴캐슬은 전 세계 그 어느 팀도 부럽지 않은 '두둑한 총알'을 갖추게 됐다. 더해 새 수뇌부가 구단 유소년 시스템 및 연고지 축구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 타인위어 지역 전체의 장기적 축구 발전도 꾀할 수 있게 됐다. 오랫동안 굴욕의 시간을 경험하던 뉴캐슬 팬들이 '뉴' 뉴캐슬 시대와 함께 연일 싱글벙글인 이유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뇌부들 © AFP=뉴스1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뇌부들 © AFP=뉴스1

◇ 역사적인 첫날 역전패…뉴캐슬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다

지난 18일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뉴캐슬과 토트넘 홋스퍼의 2021-22 EPL 8라운드는 뉴캐슬이 새 구단주에게 인수된 후 가진 첫 공식 경기였다. 팬들은 큰 기대감으로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뉴캐슬의 새 시대를 열어줘서 고맙다"는 대형 플래카드와 깃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일부 팬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전통 복장인 카피에 차림으로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초반 흐름은 좋았다. 야실 알 루마얀 사우디아라비아 PIF 회장, RB스포츠&미디어의 데이비드·사이먼 로벤 이사, PCP캐피털 파트너스의 아만다 스테블리 이사 등이 구단 수뇌부들이 직접 세인트 제임스파크를 찾아 새 출발을 목도하는 가운데 전반 2분 만에 뉴캐슬이 선제골을 넣었다.

하지만 '잔칫집' 분위기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뉴캐슬은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토트넘에 내리 3골을 내주며 1-3으로 끌려갔다. 후반 종료 직전 상대 자책골로 한 골을 따라가긴 했지만 이미 실망감을 느낀 일부 팬들이 자리를 뜬 뒤였다.

후반으로 갈수록 뉴캐슬의 의욕적 압박과 부지런한 움직임은 실종됐고, 수비 조직력에서 큰 허점을 드러내며 2-3의 역전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첫 골 당시 뉴캐슬 머플러를 두르고 환하게 웃던 구단주들도 허무한 패배에 표정이 굳었다.

뉴캐슬로선 새로운 구단주와 함께 멋진 출발을 꿈꿨으나 현재 팀 상태가 너무도 엉망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에 그쳤다. 

스티브 브루스 뉴캐슬 유나이티드 감독 © AFP=뉴스1
스티브 브루스 뉴캐슬 유나이티드 감독 © AFP=뉴스1

◇ '축구 게임'처럼 다 되는 건 아니야…진짜 강해지려면 시간이 필요

환하게 웃었던 구단주들의 표정이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굳었던 건 그만큼 새 구단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했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는 않다. 우선 새로운 비전과 팀 컬러를 입히려면 감독과 디렉터부터 교체해야 하는데,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여러 잡음으로 최종 인수까지 약 20개월이나 소요된 까닭에, 한창 시즌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야 마침표를 찍었다. 지금 급박하게 감독과 디렉터 등을 바꿀 경우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더해 일부 팬들은 어려운 팀을 지금까지 끌어준 스티브 브루스 감독을 향해 신뢰를 보내고 있다. 새 구단주가 오자마자 감독부터 경질시키는 건 모양새도 좋지 않다. 브루스 감독은 "내가 (현 시스템에서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고 현재의 구성원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비전을 무턱대고 얹는 것도 모호하다. 천문학적 돈을 쥐고도 선수 영입을 더디게 하자니 그것도 아쉽다.

PIF의 공동 소유주인 아만다 스테블리는 "우린 맨시티나 PSG와 같은 야망을 갖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우승을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투자, 시간, 인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디 애슬래틱'은 "뉴캐슬은 PSG나 맨시티와 달라서, 아무리 돈이 많아도 리오넬 메시(PSG)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와 같은 슈퍼스타들을 모두 데려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환상과 현실의 차이를 인지해야 한다. 뉴캐슬로선 우선 (유럽 전체에서 찾기보다) EPL이나 챔피언십 내에서 도드라지는 선수들을 데려와 당장의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선' 역시 "축구 게임과 현실 축구는 조금 다르다"는 말로 뉴캐슬의 재건에 고충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오랜 염원이 이뤄진 만큼 달라진 새 팀이 하루빨리 완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겠지만, 정말 새로운 뉴캐슬을 바란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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