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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거장이 그린 위로와 희망의 메타버스 '용과 주근깨 공주' [N리뷰]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2021-09-29 10:00 송고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 © 뉴스1
용과 주근깨 공주 스틸 © 뉴스1

"자, 또 한 명의 당신으로 살아봅시다. 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3년 만의 신작 '용과 주근깨 공주'는 스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스즈는 어린 시절 엄마를 사고로 잃은 후 더이상 노래를 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감춘 채 소심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어느날, 스즈는 가상세계 U에 접속한다. U는 등록 계정 50억 명을 돌파한 사상 최대의 인터넷 공간으로, As라 불리는 '또 하나의 나'를 만들 수 있다.
스즈는 자신의 As를 주근깨를 지닌 벨로 설정한다. As는 현실세계의 생체정보와 연동(보디셰어링)되고, 유저의 외면과 내면의 형태가 모두 반영돼 숨겨진 능력도 발현될 수 있다. 노래를 잘했던 스즈는 현실세계에서 뽐내지 못했던 재능을 뽐낸다. 그의 노래를 들은 이들은 "날 위해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며 큰 위로를 받는다. 스즈는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로 하루 아침에 2000만 팔로워를 얻는 글로벌 인기 스타가 된다.  

그러다 벨의 콘서트가 열리던 날, U의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주범이 등장한다. '용'이라 불리는 이는 상대의 데이터가 망가질 때까지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모두를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한다. 용의 현실세계 실체를 두고 많은 악성 댓글과 루머가 오고가는 가운데 스즈는 그가 왜 미움 받는 행동을 하려 하는지 궁금증을 가지며 현실세계의 친구와 용의 실체를 파헤치려 한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미녀와 야수'를 모티프로 삼아 가상세계에서의 스즈와 용의 만남을 그려낸다.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 떠오를 만큼, 캐릭터도 전개 구조도 닮았다. 스즈가 '벨'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부터 용은 매우 난폭하게 굴지만 상처가 많아 마음의 문을 닫아둔 채 살아간다는 점까지 닮은 부분이다. 다만 감정선은 로맨스보다는 위로와 치유에 가깝다.

이번 작품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작품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감독 필모그래피 중 최초로 시네마스코프 제작 방식을 채택했고, 캐릭터에 3D 애니메이션 CG를 도입하는 등 제작비 300억원의 화려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또한 가상세계 U를 이루는 큰 스케일의 배경부터 벨과 각양각색 아바타들까지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인 비주얼도 볼거리다. 특히 오프닝의 영상과 노래는 시작부터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내면의 상처를 이겨내는 스즈의 성장 스토리와도 같다. 또 용의 정체에 궁금증을 갖게 되는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용과 현실세계의 인물은 긴밀하게 호응하지 않는다는 인상도 준다. 용이 무질서하게 굴었던 이유는 "억압된 상황에서 힘이 생겨난 것"으로 밝혀지지만 선뜻 이해가 어렵다. 또한 스즈가 용의 상처에 끌리게 되는 과정부터, 용을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되는 과정까지 개연성이 헐겁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이다. 지금보다 한 차원 앞서간 가상세계 같지만 스즈와 주변 인물들이 겪는 U에서의 많은 일들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거리가 멀지 않다. 대의를 위한다며 진실을 찾기보다 그릇된 정의감에 취해있는 U의 저스티스들과 가상세계에서 자신의 욕망이 반영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내는 양상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결말은 희망을 그린다. 29일 개봉.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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