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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률 3%' 모평 수학 22번, 이유 있었다…"교육과정 위반"

수능 9월모평 분석결과…4문항 교육과정 벗어나
수학 공통과목 15·20·22번…미적분 30번 문항도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2021-09-28 11:06 송고
2022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수학 22번 문항 © 뉴스1
2022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수학 22번 문항 © 뉴스1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수학영역에서 4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됐다는 시민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 9월 모의평가 직후 입시 전문가들이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평가한 문항들이다.

변별력을 이유로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킬러문항을 출제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규제법)에 수능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2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교육과정 준수 여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사걱세는 수능에서 학교교육만으로 대비할 수 없는 문항이 반복적으로 출제되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수능과 모의평가 문항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한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도 수학영역에서 6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정됐다.

분석 결과 지난 1일 치러진 9월 모의평가에서도 수학영역 46개 문항 중 4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사걱세는 판정했다. 
공통과목에서는 15번, 20번, 22번 3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다. 선택과목에서는 자연계 학생이 주로 응시하는 '미적분' 30번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학에서 공통과목 마지막 문항인 22번과 15번, 선택과목 30번 문항은 9월 모의평가 직후 입시전문가들이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고난도 문항으로 꼽은 문항들이다.

특히 공통과목 22번 문항은 EBS 분석 결과 정답률이 3%밖에 되지 않는 최고난도 킬러문항으로 평가된다. 함수의 미분 가능성과 연속성에 관련된 문제다. '교육과정의 평가방법과 유의사항'에는 '도함수를 활용해 함수의 그래프의 개형을 그리거나 최댓값과 최솟값을 구하는 능력을 평가할 때 지나치게 복잡한 함수를 포함하는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사걱세는 "주어진 함수 g(x)에는 극한과 절댓값이 함께 포함돼 있어 함수 g(x)의 형태는 지나치게 복잡한 형태"라며 "풀이 과정 중에 삼차함수 그래프가 그려질 수 있는 6가지 경우의 모든 그래프 개형을 생각해야 하므로 그 풀이 과정 또한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15번 문항은 수열의 귀납적 정의와 수열의 귀납법을 이용해 첫 항을 구하는 문제다.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사걱세는 판단했다. 

수열의 첫 항을 구하는 과정에서 무려 81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해 풀이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이다. '함수의 그래프'를 이용하면 빠르고 쉽게 풀 수 있지만 수열을 함수로 바꿔 푸는 방법은 대학과정의 이산수학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사걱세는 "15번과 같은 형태의 문제는 고등학교 수학Ⅰ 교과서에서도 볼 수 없는 문제 형태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킬러 문항을 빠르고 정확하게 풀기 위해서는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면서 문제풀이 스킬을 습득하는 길밖에 없어 정상적인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번 문항 역시 주어진 절대값 기호 안에 있는 함수가 고교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나와 있지 않는 삼차함수에 해당한다. 또 문제풀이 과정에 현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등식 영역'이 포함돼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문항으로 사걱세는 판정했다.

선택과목에서는 미적분 30번 문항만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미적분 30번 문항은 삼각함수의 극한과 관련된 문제인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려 7개의 성취기준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으로 사걱세는 분석했다.

사걱세는 "수험생에게 9월 모의평가는 실제 수능의 판도를 점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험"이라며 "2022학년도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평가원이 주관하는 9월 모의평가에서도 교육과정을 위반한 문제가 출제됐다는 것은 선행교육규제법에 수능을 포함하는 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을 함께 연 강민정 의원은 이날 선행교육규제법 적용 대상에 수능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와 함께 수능도 대학별고사와 마찬가지로 선행학습 유발 여부에 대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사전영향평가 실시 결과를 수능 출제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걱세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상급학교 입시 대비가 학교교육과정을 앞선 선행학습을 유발해왔던 우리 교육의 폐단을 바로잡는 기틀이 마련될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개정안을 조속하게 통과시켜 수능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출제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해소해 줄 것"을 촉구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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