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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총리였던 강성산, 사망 14년 만에 재평가

사망 14년 만에 애국열사릉 안치…노동신문 보도로 확인
고난의 행군 뒤 사라져…뒤늦게 '복권' 조치 이뤄졌을 가능성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21-09-17 08:55 송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정권수립일 73주년을 맞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정권수립일 73주년을 맞아 "대성산혁명열사릉과 신미리애국열사릉, 조국해방전쟁참전열사묘에 화환들이 진정됐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이 1990년대 중반 경제난으로 '고난의 행군'을 겪을 당시 총리(당시 정무원 총리)였던 김일성 주석의 측근 강성산 전 총리가 사망 14년 만에 애국열사릉에 안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신미리애국열사릉에 새로 안치된 '열사'들을 소개하며 강 전 총리의 이름을 언급했다. 신미리애국열사릉은 북한이 국가에 공을 세운 이들을 안치하는 곳이다.
신문은 강 전 총리에 대해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각별한 사랑과 믿음 속에 당과 정부의 중요 직책에서 오랫동안 사업하며 조국과 인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라고 평가했다.

강 전 총리는 모스크바와 프라하에서 유학한 경제 엘리트로 김일성 주석 시대 평양시당 책임비서, 정무원 체신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히 두 번의 총리직을 역임한 것으로 유명한 인사다.

1982년 김일성훈장을 받은 그는 지난 1992년 두 번째로 총리직에 임명된 뒤 1998년까지 총리직을 지내고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지막 공직 기간 그는 여러 차례 풍파를 겪어야 했다.
1994년에는 자신의 사위인 강명도씨가 탈북해 남한으로 입국하는 사건이 있었다. 연이어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데 이어 북한의 본격적인 고난의 행군 시기가 시작됐다.

특히 그는 재임 시절 경제난 타개를 위한 개혁개방 노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를 반대하면서 권력층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의 입지가 축소된 채 은퇴했다는 것은 북한이 그의 사망 사실과 장례 등을 대대적으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2007년 사망했다.

그랬던 북한이 갑작스레 그의 명예를 '복권'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최근 '전 세대(선배 세대)'들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김 총비서는 당의 주요 기념일에 열리는 열병식 등 대형 행사에 은퇴한 원로를 초대해 이들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과거 북한의 원로들이 은퇴 뒤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행보다.

북한은 강 전 총리 외에도 과거 '부침'을 겪었던 원로 인사들도 이번에 애국열사릉에 안치하는 조치를 취했다.

신문은 최봉만이라는 인사에 대해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과 투철한 혁명적 신념을 지니고 당 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면서 우리 당의 강화발전에 이바지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일 시대 최고지도자의 '금고지기'인 노동당 39호실 실장을 맡았던 인사로 추정된다.

그는 2004년 '업무상 과오'를 이유로 지방으로 좌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행적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군 장령(장성)'으로 언급된 박인영도 북한의 핵개발에 관여했던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 신문은 그가 "혁명의 총대를 억세게 틀어쥐고 조국수호의 전초선에서 생을 빛내며 나라의 국방력 강화에 적극 기여했다"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지난 2017년 박인영이라는 이름의 당 131호실 책임자가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한 관리 부실을 이유로 숙청을 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우리 당국은 이에 대해 명확하게 사실 확인을 하진 않았다.

일련의 인사들이 과거 부침을 겪고 '사라진' 인사들이 맞다면 김정은 총비서의 대대적인 '복권' 조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이밖에 지난 3월 사망한 김병화 전 국립교향악단 고문도 애국열사릉에 안치됐다고 전했다. 그는 김일성상과 인민예술가 칭호를 받은 인물로, 지난 2000년에는 서울을 방문해 공연하기도 했다.

또 북한의 첫 여성 장령인 전구강 전 소장도 애국열사릉에 안치됐다. 그는 한국전쟁 때 군의관으로 참전해 '공훈의사' 칭호를 받았다. 북한은 이후 그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등 그의 공적을 부각했다.

그는 사망 전까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강사로 근무해 왔다. 신문은 "수십년간 혁명의 군복을 입고 군의부문 일꾼으로, 전승기념관 강사로 영예로운 복무의 길을 걸으며 인생의 참된 행복을 꽃피운 첫 여성장령"이라고 평가했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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