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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이젠 좋아졌다' 망각과 싸우기 위해"…'D.P.'의 의미 [N초점]③

'D.P.' 열풍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021-09-08 10:35 송고
넷플릭스 'D.P.' © 뉴스1
넷플릭스 'D.P.' © 뉴스1
지난달 27일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새 드라마 'D.P.'(디피/극본 김보통, 한준희/연출 한준희)는 인기 웹툰 'D.P 개의 날'을 드라마화 한 것으로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 D.P. 부대 출신 김보통 작가와 영화 '뺑반' '차이나타운'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실감나게 묘사하며 재미를 안겼다. 더불어 만연한 폭력과 이를 덮고 방관하는 사람들과 조직의 부조리를 꼬집는 메시지를 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D.P.'에 대한 뜨거운 지지와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준희 감독을 비롯해 정해인, 구교환 등 배우들 역시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느낀 점과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밝히며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있다.
주인공인 정해인은 극중 폭력적이고 무기력한 환경을 피해 도망치듯 입대한 이등병 안준호를 맡았다. 그는 군대 밖으로 도망친 탈영병들과 마주한 안준호의 내적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얻었다.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가진 또 다른 기질인 우울함을 발견했다"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했다. 또 'D.P.'를 통해 실제 군생활이 떠올랐다는 시청소감과 관련해서는 "나 역시 에피소드를 보면서 맞닿은 지점이 있어 공감했다"라며 "가장 안타까운 건 조석봉 이병 이야기였는데 촬영을 하면서도 결과물을 보면서도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시청자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D.P.(디피) © 뉴스1
넷플릭스 D.P.(디피) © 뉴스1

그는 'D.P.'가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이라면서 답답함을 넘어 무겁고 공허한 작품이라고 했다. 실제로 'D.P.'의 시기적 배경인 2014년은 폭행사망사건, 총기난사사건 등 사회를 충격에 빠지게 한 군대사건들이 발생한 해이기도 했다.

정해인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어서 캐릭터를 신중하게 풀어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촬영을 마치고 공허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국군 장병들에 "여러분 덕분에 우리가 다리 뻗고 편하게 잠을 잔다고 생각한다"며 "감히 먼저 군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건강하게 전역하길 바라겠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또 "'D.P.'의 인기는 이야기의 힘 덕분이 아닐까 한다"라며 "군대가 사회의 축소판 아닌가, 진실이 때론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준희 감독은 영화 '차이나타운' '뺑반'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D.P.'를 통해 다양한 장르가 녹아든 드라마의 매력을 살리면서, 극을 관통하는 메시지까지 성공적으로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 감독 역시 원작 웹툰을 본 후 자신의 군생활, 지난 날들을 떠올려봤다면서 "우리는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 괜찮은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고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D.P.를 통해 특정한 인물이나 문제가 아닌 시스템과 방관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는 바람을 밝혔다.
넷플릭스 'D.P.' 한준희 감독 /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넷플릭스 'D.P.' 한준희 감독 /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군대 가혹행위 피해자들에게 트라우마를 상기시킬 수도 있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다"면서 "그럴 의도는 없었다. 묘사에 있어서 필요한 정도의 수위만 보여주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묘사를 점프(생략)한다면 그것 또한 모순되는 지점이 나온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D.P.'의 실감나는 군대 내 서열, 부조리에 대한 묘사는 군대의 현실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격한 공감을 보이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극의 배경이 되는 2014년의 군대의 실상과는 다르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한준희 감독은 "최근에는 아무래도 휴대전화를 지급하거 나 군생활하면서 나아진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접하기는 했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보지 못한다고 해서 없었던, 없는 일이 되는 건 아니고,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실제 D.P.병 출신인 김보통 작가도 SNS를 통해 "D.P.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 해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길,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라는 글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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