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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쿵', 미국은 '짝'…긴장 속 대화국면 재개 조짐

미국, 북한 핵시설 재가동 인지 후에도 '대화' 촉구
일각선 2017~2018년 유사 상황 전개 가능성 제기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2021-08-31 10:12 송고 | 2021-08-31 10:39 최종수정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의 영변 핵시설이 다시 북미 대화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북미가 영변 핵시설을 카드로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7월 초부터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징후가 확인됐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와 관련해 "우리는 물론 이 보고서를 알고 있으며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북한의 상황에 대해 긴밀히 조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또 미국 고위 당국자가 이번 보고서를 언급하면서 "이는 북한과의 대화가 시급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한미 당국은 7월 초 영변 핵시설 가동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미 중인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30일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회담 뒤 취재진에게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관련 활동 등을 예의주시해 왔다"라고 말했다.

이는 성 김 대표가 이달 방한해 "미국은 북한에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나는 언제 어디서나 북한 카운터파트너와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등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고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일 또한 미국이 북한의 활동을 포착했지만 침묵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이달 진행됐던 한미 연합훈련으로 긴장 국면이 고조됐던 상황에서 영변 핵시설이 북미 핵협상 재개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미 연합훈련 본훈련이 개시된 이후 도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잠잠했던 북한은 그사이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을 진행해 왔다. 지난 10일, 11일 담화에서 국가방위력을 강화하겠다는 언급에 핵 활동의 재개도 포함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변 핵시설의 재가동은 북한의 협상 단절 내지 핵실험 재개를 염두한 강경행보라기보다는 추후 협상에서 고지를 확보해 '몸값'을 높이는 시도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핵의 심장'으로 평가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안을 미국에 제시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영변+알파'를 요구하며 협상을 결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시작점이 영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영변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북미는 또 지난 4월께부터 물밑 접촉을 진행하기도 했다. 북한이 당시 미국의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수면 위 대화'는 무산됐지만 양측의 '외교 의지'는 확인된 셈이다.

미 정부가 북한의 핵 활동 재개 징후를 파악하고도 IAEA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북미 외교' 움직임을 예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영변군 핵실험 시설 일대.©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북한의 영변군 핵실험 시설 일대.©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일각에서는 강도는 다르나 지난 2017~2018년 북미 대화 전개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당시 김정은 당 총비서는 "'화성포' 계열의 중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ICBM)들과 '북극성' 계열의 수중 및 지상발사 탄도 미사일 특유한 작전적 사명에 맞게 우리 식으로 탄생한 것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에 대한 보다 명확한 표상을 준 것"면서 "2017년 11월29일 당 중앙위원회는 대륙간탄도로케트 '화성포-15'형 시험발사의 대성공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 강국 위업의 실현을 온 세상에 긍지 높이 선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18년 1월에는 김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사이 '핵 단추' 공방이 벌어지며 긴장이 최고조에 올랐으나,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곧바로 대화 국면으로 급전환됐다.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며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이 시작됐다.

북한은 '완성된' 핵 무력 완성을 경제난 해소에 이용하겠다는 입장으로 회담에 임했다. 2019년 북미 대화의 결렬 이후 자력갱생의 기조를 내세웠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다. 결국 핵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 혹은 완화, 이를 통한 경제난 해소가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인 것은 여전하다.

따라서 향후 북미 대화의 향방, 전개 속도는 핵 협상을 통해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난을 극복해야 하는 북한의 '판단'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이후 북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를 모색하겠다면서도 아직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의사는 명확히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은 결국 제재 완화 혹은 해제에 대한 미국의 확실한 약속을 원하는 북한과 먼저 핵 활동의 완전한 중단 및 폐기를 원하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해 결렬됐다. 북미는 앞으로도 '누가 먼저 움직일 것인가'를 두고 첨예한 기싸움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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