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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의 동행]중성화 수술 한 개들이 보호소 마당에 잠들어 있는 이유는?

대다수 보호소 환경 열악…이동봉사 차량도 없어
동물 위한다면서 사람에게 상처주는 언행도 문제

(경기광주=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09-02 10:41 송고 | 2021-09-02 11:36 최종수정
자원봉사자들이 8월29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동물보호소 용보협에서 중성화 수술이 끝난 개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누가 또 열악한 환경에서 수술 받는 유기견(미지견) 불쌍하다고 할까봐 조심스럽네요."

수의료 봉사를 위해 지난달 29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용보협(용인시동물보호협회)을 찾은 한 수의사의 말이다.

수의사들이 29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동물보호소 용보협에서 수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개들을 입양 보내기 위해 많이 하는 의료 행위가 중성화 수술이다. 중성화 봉사활동을 할 때 현장에 외부인들이 보이면 수의사들은 조금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수술 환경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이 때문에 좋은 취지로 재능 기부하러 왔다가 사람에게 상처 받는 일이 생기고는 한다. 

염진호 수의사(왼쪽)가 29일 경기 광주시 용보협에서 중성화 수술을 할 피보호견에게 마취 주사를 놓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하지만 이런 걱정은 잠시였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기도와 용인시·광주시수의사회 소속 수의사들은 누군가 지켜본다는 우려를 뒤로 하고 일사불란하게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건국대와 강원대 수의대생들은 개들의 수술 부위 털을 미는 등 수의사들을 보조했다.

의료기기 업체에서는 좋은 뜻에 동참하기 위해 소노블레이드 초음파수술기를 대여해줬다. 덕분에 개들의 조직 손상과 통증을 최소화하면서 수술시간을 줄였다. 수의사들은 수술 전후 소독을 했다. 향후 중성화를 두 번 하는 일이 없도록 수술 부위 문신까지 잊지 않았다. 개들의 빠른 회복을 위해 수액도 놓았다.

기미연 용보협 대표가 29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보호소에서 수술이 끝난 개의 발톱을 깎아주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기미연 대표를 비롯한 보호소 직원들과 박태근 한국애견신문 대표, 윤성창 내추럴발란스 부사장 등 자원봉사자들은 수술이 끝난 개들을 이불이 깔린 한쪽 구석에 눕힌 뒤 깨기를 기다렸다. 외국인 봉사자들도 있었다. 이들은 중성화 수술을 완료하고 건강상 문제가 없는 개들을 해외 입양 보내기 위해 돕는 일을 한다고 했다.  

윤성창 내추럴발란스 부사장(오른쪽)과 한 외국인이 29일 경기 광주시 용보협에서 피보호견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용보협은 350여마리의 개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용보협의 공동대표를 지낸 박태근 애견신문 대표에 따르면 용보협은 경기 용인과 광주의 시보호소에서 공고기한이 끝난 안락사 대상견 100%를 기증 받아 입양 보내는 곳이다. 자치구 중에 용인시와 광주시의 동물 입양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용보협 덕분이라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시보호소에서 동물 안락사를 하는 경우 약품 비용과 사체 처리 비용 등이 세금으로 나간다. 하지만 용보협이 안락사를 막기 위해 개들을 데려온 결과 생명도 살리고 연간 수천만원의 세금이 절약이 된다. 일부 동물단체처럼 동물학대 등 자극적 소재로 동정심을 이용해 후원 받지도 않는다. 수많은 개들을 구조하고 입양 보내면서도 조용히 활동하다보니 재정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태근 한국애견신문 대표(왼쪽)과 강원대 수의대생이 29일 경기 광주시 용보협에서 피보호견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사들도 이런 안타까운 사정을 알기 때문에 이곳에서 재능 기부를 하게 됐다. 서정주 수의사는 "봉사하러 오는 수의사들이 누군가로부터 수당을 받고 보호소에 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기견이라고 해서 함부로 대하는 것도 절대 아니다. 부득이하게 야외에서 할 때 최대한 소독까지 다 하면서 입양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깨끗한 환경에서 수술하고 싶은 마음은 수의사들도 마찬가지. 이를 위해 차량이동봉사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장벽이 높다. 수술을 위해서는 차량이 여러 대 있어야 하는데 차 한 대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날 봉사하는 수의사들은 후원없이 자원봉사로 일을 하기 때문에 차량 구입비가 부담스럽다.

경기 광주시 동물보호소 용보협의 피보호견들 © 뉴스1 최서윤 기자

개 중성화 수술하는 이유는 개체수 조절 때문이다. 사람과 달리 개들은 한번에 7~8마리씩 낳는다. 자칫 방심하면 번식 속도가 빨라서 수십마리, 수백마리로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입양 보내기 전 중성화를 한다.

더욱이 이곳의 개들은 야외에서 지내다 입소한 중대형견이 많다. 어디서 살다 왔는지 알 수 없는 미지견들이 대다수다. 시보호소에서 데려오다 보니 기본 교육이 안 돼 있어 감당이 힘든 개들도 있다. 공동주택 문화인 국내에서는 입양이 쉽지 않다.

개들을 동정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좋은 가족 만나길 기도한다"고 말한다. 기도는 하지만 여러 여건상 실제 입양은 많이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개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려면 중성화 뿐 아니라 건강검진도 해야 한다. 이날 수의사들은 개들의 심장사상충 검사도 진행했다.   

서정주 수의사(왼쪽)가 29일 경기 광주시 용보협에서 수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동물 진료비가 비싸다고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비싸지 않다. 사람 공적 의료보험이 워낙 잘 돼 있어 '사람보다 비싸다'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심장사상충 치료비가 국내보다 몇 배 더 비싸기 때문에 사상충에 걸린 개들은 입양이 힘들다. 사상충에 걸린 개를 해외 입양 보냈다가는 파양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상충 검사는 필수다. 

최근 방송인 박성광이 한국베링거인겔하임과 함께 기부한 동물용의약품은 이날 유용하게 쓰였다. 수의사들은 심장사상충 검사 후 개들에게 약을 처방했다. 30마리 개들의 중성화 수술과 건강검진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 마무리됐다.

코로나 확산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보호소에서 점심은 따로 먹지 않았다. 한 수의사가 자비로 사온 간식으로 각자 집으로 가는 동안 허기를 달래기로 했다.

기미연 용보협 대표는 "우리나라 주택 문화와 정서상 입양이 어려운 중대형견은 해외로 많이 보내고 있다"며 "개들을 입양 보내는 숫자보다 구조하는 숫자가 많아 어려운 상황에서 수의사분들이 개들이 한 마리라도 더 입양 갈 수 있도록 도와줘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수의사와 수의대생은 29일 경기 광주시 동물보호소 용보협에서 수의료봉사를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사와 수의대생은 29일 경기 광주시 동물보호소 용보협에서 수의료봉사를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사와 수의대생은 29일 경기 광주시 동물보호소 용보협에서 수의료봉사를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사와 수의대생은 29일 경기 광주시 동물보호소 용보협에서 수의료봉사를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수의사와 수의대생 등 자원봉사자들은 29일 경기 광주시 동물보호소 용보협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 뉴스1 최서윤 기자

[해피펫] 사람과 동물의 행복한 동행 '뉴스1 해피펫'에서는 짧은 목줄에 묶여 관리를 잘 받지 못하거나 방치돼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일명 '마당개'들의 인도적 개체수 조절을 위한 '시골개, 떠돌이개 중성화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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