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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붕괴참사 반성 없나"…현대산업개발 '사기 분양' 논란

"'세라믹 마감'으로 분양 내놓고 실상은 '수성 페인트' 시공"
현대산업개발 "문제 인지 후 내부 검토 중…방안 내놓겠다"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2021-08-30 07:17 송고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 News1DB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 News1DB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붕괴참사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번에는 사기 분양 논란에 휩싸였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A씨는 2019년 7월 고급 주거복합단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분양을 결정했다.
평당 1600만원의 높은 분양가였지만 지하철 1호선 화정역과 농성역이 인접하고 마트와 백화점 등 대형유통시설도 걸어서 5분 내로 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눈에 띄었다.

고급화 전략도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고와 카탈로그에는 '고급', '고품격', '프리미엄' 등의 수식어가 몇 번씩이나 강조됐고 모델 하우스에서 본 외관은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다.

A씨를 비롯한 예비 입주자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지난 2년간 아파트의 완공만을 기다렸다. 하루에도 수백개의 대화가 오가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벌써 몇 층까지 올라왔다'는 활발한 소통도 이어졌다.
그러던 지난 6월9일. 인근인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한 건물이 붕괴됐다.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바로 옆 도로 승강장에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돼 승객 17명 중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A씨는 뉴스로 사고 소식과 사연들을 들으며 여느 광주 시민들처럼 슬퍼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보도된 시공사의 비리와 불법적 행태가 드러나자 '우리 아파트는 다를까'는 의심이 생겨났다. 재개발 시공사와 화정 아이파크의 시공사가 '현대산업개발'로 같았기 때문이다.

우려와 걱정은 비단 A씨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단체 대화방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고 이에 입주자 대표는 시공 중인 아파트를 찾아 점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분양 때와 다른 점이 하나둘 발견되기 시작했다.

깔끔함과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던 현대산업개발은 분양 당시 홍보 카탈로그에 '고급 외부 마감 적용'을 명시했다.

이들은 카탈로그에 '실리콘 페인트 및 세라믹 패널 적용을 통한 고급 이미지 구현'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시공 중인 아파트에는 실리콘 페인트와 세라믹 마감이 아닌 고급과는 거리가 먼 값싸고 손쉬운 재료인 '수성 페인트'가 대신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주상복합 아파트로 외관이 무엇보다 중요시되는 화정 아이파크 건물 밖으로 미관을 해치는 웬 검은 난간이 보였다.

입주자 대표가 '저 검은 난간은 무엇이냐' 묻자 시공사는 안전상의 이유로 주방 밖에 설치된 '철제 난간'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모델 하우스에서는 보지 못했던 난간이었다.

입주자 대표가 "모델 하우스에는 없던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자 시공사는 "(우리는) 도면대로 시공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후 광주 서구청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업승인 도면에 '안전 난간'이라고 표시되어 있지 그것이 철제 난간인지 유리 난간인지, 시스템 창문인지는 적혀지지 않았다.

도면에 '안전 난간'이라고 표시됐다 해도 왜 모델하우스에는 시공하지 않았냐는 의문을 제기하자 시공사 측은 "난간은 내부가 아닌 외측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원래 명시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짓이었다. 입주자회가 2019년부터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아이파크의 사진을 전부 찾아 확인한 결과 화정 아이파크를 제외한 다른 곳들은 모두 모델하우스에도 난간이 설치돼 있었다.

일방적으로 수성 페인트로 마감재가 변경된 점도 설계 요건과 어긋났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분양 당시 명시했던 설계변경 요건에 따르면 '(변경 시의 자재는 기존과) 동등한 또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실리콘 페인트와 세라믹 패널 시공이 어렵다면 적어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이상의 자제를 제안·시공했어야 한다.

이에 예비 입주자들은 홍보 카탈로그, 모델하우스와 다르게 시공이 된 △수성 페인트 마감 △철제 난간 설치 등의 문제를 꼬집어 시공사·관할 구청과의 면담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담당자가 가지고 있던 도면과 관할인 서구청에 제출한 도면이 일부 다르다는 점도 발각됐다.

입주자회 대표는 "관할 구청에 제출한 도면과 실제 시공에 들어가는 도면이 다르다는 것은 불법이 아니냐"며 "또 모델하우스와 카탈로그의 사항들을 왜 인지하지 못하고 있냐. 도면이 달라져 다르게 시공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서구청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입주자회는 "사업 승인을 할 때 모델하우스와 카탈로그 등을 비교하지 않느냐"며 "모델하우스와 도면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카탈로그와 모델하우스를 보고 계약을 체결한 입주민들에게는 충분히 사기 분양으로 비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뒤 광주시청에 품질 검수단을 요구했다.

이에 광주시청은 안전상의 위험과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정률이 50% 이상 진행됐을 때 품질검수단을 운영하도록 약속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대산업개발 측은 묵묵부답이다. 행정기관이 중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며 답변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는 어떠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2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일대에서 화정 아이파크 예비 입주자회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사기 분양을 주장하는 차량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21.8.30/뉴스1
지난 2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일대에서 화정 아이파크 예비 입주자회가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사기 분양을 주장하는 차량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독자 제공) 2021.8.30/뉴스1

A씨는 "약속된 데로 잘만 지어지고 있는 아파트가 이렇게 다르게 지어질 줄 몰랐다"며 "아무것도 몰랐는데 학동 참사가 겹치며 더 불씨가 지펴졌다. 분양 홍보 때는 고급을 강조하고 실제는 값싼 재료로 마음대로 짓는 것이 '사기 분양'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아파트 예비 입주자회가 현장 소장을 만나고자 여러 차례 약속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그는 여름 휴가 등의 핑계를 대며 미루기 일쑤였다"며 "물론 이전에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시공 일정이 빠듯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럼에도 분양 때와는 너무도 다른 현대산업개발의 태도에 불만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예비 입주자들은 현재 계약 사항을 원만히 이행할 것과 책임자 사과,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며 차량 시위를 진행 중이다"며 "학동 참사로 인해 변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던 현대산업개발이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 아파트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입주자회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인지를 하고 현재 내부 검토 중이다"며 "현재로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 검토를 마친 후 적절한 방안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을 내놨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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