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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 학살 4주년에 다수민족 버마족 청년도 "사과하고 싶다" 눈물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 온라인 토크콘서트 개최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2021-08-26 14:00 송고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이 26일 온라인 토크콘서트 '미얀마 민주주의 기로에서 로힝야를 생각하다'를 진행하고 있다.(줌 캡처)© 뉴스1
로힝야와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모임이 26일 온라인 토크콘서트 '미얀마 민주주의 기로에서 로힝야를 생각하다'를 진행하고 있다.(줌 캡처)© 뉴스1

미얀마 군부가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자행한 지 25일로 4년이 흐른 가운데 다수민족인 버마족 청년과 한국인들도 희생자를 추모하며 눈물을 흘렸다.

헤이만 흐닌 행동하는 미얀마 청년연대 공동대표는 26일 열린 온라인 토크콘서트 '미얀마 민주주의 기로에서 로힝야를 생각하다'에 나와 "2017년 로힝야 집단학살이 일어났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2017년 8월25일 로힝야족 학살을 자행했다. 군부는 로힝야족으로 구성된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 초소 및 군영을 습격했다고 알려진 뒤 학살을 시작했다.

사단법인 아디의 '로힝야 집단학살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군부는 로힝야족에게 폭행, 방화, 총살을 자행했고 여성들을 상대로 강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살로 한 달간 최소 9000명이 사망하고 80만명의 난민이 방글라데시 캠프에서 살아가고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가 영국 식민지배를 받던 1885년 방글라데시에서 유입된 이주민으로, 중간지배 계층이었던 민족이다. 그러나 1948년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다수민족이자 불교를 믿는 버마족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로힝야족을 탄압해왔다.
헤이만 공동대표는 "어릴 때 고향에는 로힝야족도 없고, 이슬람을 믿는 사람도 적고, 볼 거라고는 군부 소식을 전하는 방송이 대부분이라 세뇌돼 (로힝야족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다"며 "관심도 없어서 2017년 학살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3년 전 한국에 공부하러 온 뒤에도 로힝야족에 대한 인식이 나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한 한국인과 대화를 하던 도중 로힝야족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미얀마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한국에 땅을 달라고 하면 한국 사람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까지 말했다"라며 "지금 와서 보니 너무 창피하고 미안하다. 우리도, 로힝야 사람들도 다 같은 사람이니까"라고 자성했다.

또한 헤이만 대표는 "맹목적인 애국심, 민족, 종교, 정치적으로 세뇌돼 (로힝야족 인권에 대해) 보지 못하고,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최근 일어나고 나서야 성찰하게 됐다"며 "이 자리를 빌려 군부가 집단학살한 로힝야족에게 사과하고 싶다"며 울컥했다.

콘서트에 참석한 A씨는 "로힝야분들이 군부에 신체적, 정신적 학살을 당하는 동안 미얀마 시민들도 군부에 세뇌당하면서 정신적으로 지배를 당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로힝야분들에게 응원과 연대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B씨는 "멀리 떨어져 보면 간단해 보이고, 선악이 분명해 보이고, 할 말이 분명하다고 생각되는데 가까이 보면 그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며 "오늘의 보고와 고백이 가슴을 울려 함께 후회도 하고 반성도 하고 눈물도 났다"고 밝혔다.

이날 콘서트에는 로힝야인권센터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쩌윈씨도 참석해 집단학살의 진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미얀마 군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로힝야족을 탄압해왔다"며 "인권, 결혼, 자유 등 모든 부분에서 탄압받았고, 감옥 같은 환경에서 살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천 명이 사망한 학살 이후 난민들은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도 교육에 대한 권리 등을 박탈당한 채 새장 속의 새처럼 살고 있다"며 "로힝야족들은 미얀마에서도, 방글라데시에서도, 제3국에서도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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