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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받자' 대출절벽에 가수요 급증…마통, 나흘간 7557건 개설(종합)

작년말 신용대출 중단 사태 때도 가수요 급증…일단 받고 보자 심리
대출 여력 은행에 쏠릴 가능성 …금융당국 “확산 가능성 낮아” 한발 물러서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서상혁 기자, 국종환 기자 | 2021-08-23 18:44 송고 | 2021-08-23 21:56 최종수정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DB © News1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DB © News1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이사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A씨는 지난해 5억원의 전세를 끼고 마련한 아파트로 조만간 이사하려고 했는데 은행권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한다는 얘기가 들리자 답답하기만 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생각이었는데 계획이 틀어질까봐 걱정이다. A씨는 일단 대출이 막히기 전에 최대한으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B씨는 전세 만기를 앞두고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전세금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추가 대출도 불가피한데 일부 은행이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동안 거래했던 은행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지는 않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이번 주 연차를 쓰고 은행을 찾을 계획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압박에 농협 우리 등 일부 은행이 대출 중단 및 축소로 응답하면서 대출절벽 사태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대부분 은행의 대출 한도에 여유가 있지만 대출이 막히기 전에 미리 받으려는 가수요까지 급증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나흘 동안에만 7557건의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이뤄지는 등 미리 최대한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계대출 중단·축소 움직임, 전 은행권으로 확산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가계대출 중단·축소 움직임이 전 은행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부동산단체대출 등을 올해 11월30일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우리은행은 9월 말까지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SC제일은행 역시 일부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 제한·축소가 이뤄지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날부터 지역 농·축협에서 현재 60%인 주택담보대출 DSR 한도를 40~50%로 낮추고 집단대출 신규 승인도 전면 중단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저축은행중앙회, 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2금융권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율적으로 관리해달라고 지침을 전달하면서 대출 제한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물론 일부 은행은 아직 대출 여력이 있다. 이번에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한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여타 은행보다 유독 높았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6%대로 관리하기로 했는데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7월 말 기준)은 지난해 말 대비 7.11%였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4.35%), 우리은행(2.88%), 국민은행(2.58%), 신한은행(2.21%)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당국의 목표치 미만 수준이라서 아직 대출 여력은 있는 편이다.

문제는 대출 여력이 있는 은행으로 가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신용대출 중단 사태 때도 '대출이 막히기 전에 일단 받고 보자'는 가수요가 크게 몰린 바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말 신용대출이 한시적으로 중단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초 신용대출이 재개하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34조1015억원(1월7일 기준)으로 작년 12월31일의 133조6482억원 대비 1주일새 4533억원 늘었다.

◇신용대출로 튀는 가수요…대출절벽 우려에 마통 개설 급증

가수요는 부동산 관련 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로도 튈 수 있다. 금융권에선 부동산 관련 대출 중단으로 신용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에 대비해 미리 최대한 대출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은행권에선 영업점 창구에 부동산 관련 대출 중단 가능성과 신용대출 여부를 묻는 문의가 평소보다 많다고 한다.

최근 마통 개설 추이에서도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 5대 은행에서 지난주(8월17~20일) 개설한 마이너스통장은 총 7557개에 달했다. 전주 4영업일과 비교했을 때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인 10~13일에 개설한 5671건보다 1886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농협은행이 가계대출 중단하겠다는 사실이 19일 오후에 알려졌는데 다음날인 20일에 개설한 마통만 2318건에 달했다. 하루에 마통이 2000건 이상 개설된 것은 올해 초에 있었던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 당시와 유사한 수준이다.

대출 실수요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느닷없는 대출중단에 대출을 받을 계획이 있거나 기존 대출 만기를 앞둔 실수요자들의 대출절벽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어서 이자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사 날짜가 코앞인데 전세자금 대출도 막히면 어떻게 하나',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도 추가 대출이 안 되는 것이냐' 등 대출 걱정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리스크와 기회를 판단해 자금 운용을 할 자유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한발 물러섰나?…'농협發 대출절벽 우려'에 "확산 가능성 낮다"

금융당국이 NH농협은행발(發) 가계대출 중단사태가 다른 금융회사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최근 농협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등 취급중단 조치는 당초 목표치를 크게 초과한 농협은행 등이 계획 준수를 위해 취한 조치"라며 "당초 계획 대비 가계대출 취급 여력이 충분한 여타 금융회사들에까지 대출 취급중단이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의 경우 7월말 기준으로 올해 가계대출 취급 목표치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초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의 일부 대출 취급 중단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기준에 따라 종종 있었던 통상적인 리스크관리·한도관리 노력이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취급 중단 조치로 금융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대부분의 은행은 자체 리스크관리 기준에 따라 대출 속도를 조절해온 만큼 앞으로도 적정수준의 가계대출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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