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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위원이 학생 성범죄 피의자 변호…청주 여중생 유족 반발

교육청 산하 위원회 2곳서 활동…유족, 교육감에 '해촉' 요구
도교육청 "법적 해촉사유 없다" 난감…유족 "도의적 납득 불가"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2021-07-30 07:00 송고
충북도교육청 전경 © 뉴스1
충북도교육청 전경 © 뉴스1

충북도교육청이 내·외부 인사로 구성해 자체 운영하는 위원회 위원 위촉 문제로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모 위원회 위원이 지난 5월 발생한 학대·성범죄 피해 오창 여중생 사망 사건 피의자 변호인을 맡은 까닭이다.

한 피해 여중생 유족 측은 도교육청에 해당 위원 해촉을 정식 요구했다.
30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최근 김병우 교육감은 피해 여중생 A양 유족과 면담했다.

A양은 친구 계부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호소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다.

유족 측은 이 자리에서 "교육청이 운영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인사가 두 아이를 숨지게 한 피의자 변호를 맡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을 전달받은 김 교육감은 동석한 교육청 관계자에게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곧 법적으로 해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나왔다.

A양 유족 측이 문제 삼은 위원은 도교육청 산하 위원회 2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공무원 징계를 비롯한 불이익 처분 관련 심사 기능을 수행한다.

해당 위원회는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법관이나 검사, 변호사로 재직하는 자를 위원으로 선정한다. 대학에서 법률학을 담당하는 부교수급 이상 인사와 소속 기관 국장급 이상 공무원도 포함된다.

도교육청은 내부 위원 3명과 외부위원 13명으로 위원회를 꾸려 운영 중이다.

유족이 해촉을 요구한 위원은 지난해 8월 위촉됐다. 임기는 2년이다.

유족 측 주장대로라면 변호사인 해당 위원은 지난 3월 사건을 수임했다. 유족이 피의자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지 1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A양 아버지는 "3월 2차 조사 때부터 피의자가 변호인을 선임했다. 경찰 조사 단계였는데, 이후부터 수사가 어려워지게 됐다"고 주장한 뒤 "법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해도 교육청 산하 위원회 활동을 하는 인사가 학생에 해를 끼친 피의자를 변호하는 게 도의적으로 맞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도교육청은 해당 위원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한 별다른 조처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부모님으로부터 요청을 받고 검토를 진행했으나 해촉 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다"며 "위원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A양 유족이 한 해촉 요구와 관련해 피의자 측 변호사는 "조금 생각해 볼 문제"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 과정에서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잘못한 사람은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때 정당한 처벌이라고 하면 재판부에서 사실 관계 및 양형 자료에 대해 객관적 판단에 따라 한다"며 "이 사건이 상당히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피고인 역시 기존 언론에 보도된 바와 다른 사실관계와 증거관계가 있어 이 부분은 국민으로서 재판에서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12일 오후 5시쯤 청주시 오창읍 창리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는 두 학생 중 한 명의 계부였다.

이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의자와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했다.

의붓딸과 그 친구에게 저지른 성범죄 혐의는 전면 부인했고, 술을 먹이는 등 학대한 혐의는 일부 인정했다. 

지난 5월 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2021.5.14/© 뉴스1 조준영 기자
지난 5월 12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청주 여중생 2명이 처음 발견된 곳에 국화 꽃다발 등이 놓여있다.2021.5.14/© 뉴스1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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