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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읽는 경제]'포켓몬스터'처럼 피카츄 일 시키면 형사처벌

근로기준법·최저임금법 위반…"수백만원 수준 벌금형 예상"
"염전노예처럼 포켓볼에 가두면 '강제근로 금지 원칙' 위반"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2021-07-18 09:00 송고
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 포스터. © 뉴스1
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 포스터. © 뉴스1

"이 피카츄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포켓몬을 잡겠어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10살 한지우는 '최고의 포켓몬 마스터'가 되겠다며 오 박사의 연구소에 찾아가 피카츄를 얻고서는 이렇게 외친다. 피카츄는 지우에게 강한 거부 의사를 나타낸다.
몬스터볼에 들어가 있으라는 지우의 명령을 거부하며 꼬리로 몬스터볼을 쳐내거나, "피카츄랑 난 친구야"라고 말하는 지우를 향해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훽 돌린다.

지우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물며 자신을 심하게 거부하는 피카츄를 밧줄로 꽁꽁 묶어 땅에 질질 끌고가며 강제로 여행을 떠나기에 이른다.

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 스틸컷. © 뉴스1
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 스틸컷. © 뉴스1

지우가 피카츄와 나눈 아래 대화를 보면 피카츄가 심지어 성년으로 설정돼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지우 "아직 이빨도 안난 어린애가 웬 고집이 그렇게 세?"
피카츄 (입을 크게 벌려 자신의 이빨을 보여줌)
지우 "응? 아~, 이빨이 있어? 어리진 않다는 거지? 그럼 벌써 어른이야?"
피카츄 (고개를 끄덕임)
지우 "아무튼 포켓몬은 어디까지나 포켓몬답게 몬스터볼에 들어가 있어야 하잖아."
사람의 말을 이해할 정도로 지능이 높은 피카츄를 강제로 데려간 지우는 그 이후에도 피카츄를 향해 끊임 없이 "너는 내 친구"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각종 위험한 전투에 피카츄를 투입한다.

만일 지우가 성인이라고 가정하고 피카츄와의 관계를 근로계약의 관점에서 따져보면 어떨까.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율촌의 송연창 변호사로부터 법률자문을 구해봤다.

스스로를 '포켓몬스터 애청자'라고 소개한 송 변호사는 "지우와 피카츄를 근로관계로 보는 순간 지우는 불법을 면하지 못하겠지만, 애니메이션 맥락상 피카츄는 트레이너인 지우와 친구이기 때문에 현실에서라도 고용관계라고 주장할지 의문"이라며 "다만 노동법 상식을 얻어가는 차원에서 독자 분들이 자문 내용을 받아들여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아래는 송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고용주인 지우가 근로자인 피카츄에게 시도 때도 없이 각종 업무를 시킨다고 해보자. 현실에서 지우는 어떤 처벌을 받게될까?
▶"포켓몬이 트레이너를 위해 전투를 하는 것을 '노동’이라고 가정한다면 우선 근로시간의 문제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1주 간의 근로시간은 연장근로를 포함하여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근로시간을 따질 때는 실제 일한 시간뿐만 아니라 대기하는 시간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직장인들이 업무시간 중 커피를 마시러 잠깐 카페에 간다고 하더라도 근로시간에서 이를 빼진 않는다. 당장이라도 복귀해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피카츄의 경우 24시간 내내 지우를 따라다니며 언제든지 전투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이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이 시간이 모두 대기시간으로 인정되면 지우는 근로시간 규제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물론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소규모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우는 캐터피, 피죤, 이상해씨, 파이리, 꼬부기 등을 잡으면서 이 기준을 훌쩍 초과하게 되었기 때문에 피카츄는 물론 다른 포켓몬들도 주 52시간의 근로시간 보호를 받게 된다."

왼쪽부터 캐터피, 피카츄, 지우. 출처=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 스틸컷. © 뉴스1
왼쪽부터 캐터피, 피카츄, 지우. 출처=극장판 <포켓몬스터-너로 정했다!> 스틸컷. © 뉴스1

-지우는 피카츄에게 각종 위험한 업무를 시키면서도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
▶"지우가 피카츄에게 일을 시키고도 별다른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의 문제가 발생한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최소한도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고용계약으로 정할 수 있는 임금의 하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2021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8720원으로,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월급을 환산해보면 182만2480원이 된다. 최근 의결된 2022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9160원, 월급 기준 191만4440원이다. 만일 고용주가 지급하는 임금이 이에 미치지 않거나 돈을 한 푼도 주지 않는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우가 앞서 얘기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는다면 형량은 어느 정도인가?
▶"포켓몬스터에서 지우는 10살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이다. 지우가 성인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초범이라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실형까지 선고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통상 수백만원 수준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현실에서는 이 점 때문에 형사처벌의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지우가 포켓몬을 강제로 데려가 포켓볼에 가둬두고 마음대로 소환해 일을 시키는 건 어떤가.
▶"어느 한 곳에 근로자를 가두고 일을 시키는 것은 사실상 '염전노예'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근로기준법은 감금이나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을 이용해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트레이너에게 잡히기를 원치 않는 포켓몬을 억지로 포켓볼에 가둬 두고 전투(업무)를 시킨다면 이러한 '강제 근로의 금지' 원칙에 위반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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