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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의료법 위반이라는데 "문제 없다"는 지자체

광주 북구 요양병원서 낙상환자 방치해 실명 위기
지자체 "서류상 문제는 없어…의사 고유 권한"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2021-07-12 08:40 송고
광주 북구청 전경..© News1 DB
광주 북구청 전경..© News1 DB

광주 북구가 낙상환자를 방치하고 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광주 한 요양병원 현장조사를 실시하고도 아무런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병원 관리·감독 주체인 북구가 소극행정으로 형식적인 조사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뉴스1>이 입수한 광주 북구 I요양병원 진료기록지, 간호일지 등에 따르면 해당 요양병원에서 낙상사고 환자를 방치하고 진료기록지를 고의로 누락한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자료를 검토한 지역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 B씨는 "낙상사고 환자의 심각성을 인지했지만 제대로 된 의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다수의 의료법 위반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료를 검토한 의료진이 명백한 의료법 위반 사례가 다수 보인다는 소견을 내놨지만 정작 현장 조사를 실시한 광주 북구는 "의료기기법과 의료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요양병원은 지난 5월 20일과 21일 낙상사고 환자 A씨(84·여)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추가 사고를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가 사고 후 자신과 자녀의 이름은 물론 사고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고, "오른쪽 다리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했지만 CT촬영이나 X-RAY 검사 등의 조치는 없었다.

병원 측은 보행기를 짚고 스스로 걸어다니던 A씨가 사고 후 거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기저귀를 채워 병실에 눕혔다. 하지만 보호자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A씨는 결국 다른 병원에서 뇌경색, 고관절, 척추 골절 등의 진단을 받고 긴급 수술을 받았다. 뇌 손상을 방치해 시력감퇴가 진행되면서 실명 위기 상태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소견과 변호사 자문을 토대로 진료기록지 등을 검토해보면 요양병원에서는 △낙상환자를 방치하고 정당한 사유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점 △사고 사실을 보호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은폐한 점 △사후 보호자의 전문검사 요구를 거부한 점 △진료기록지와 경과지록지를 누락하거나 성실히 작성하지 않은 점 등의 의료법 위반 정황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 조사를 진행한 북구는 "문제가 없다"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북구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조사를 진행했지만 의료법 위반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당시 보호자분은 현장에 없었고 의료 행위에 대한 부분은 의사 고유의 권한이라 왜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따져물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진료기록지 등 누락과 관련해서는 "진료기록지가 작성이 돼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지 어떤 부분이 누락됐다는 것은 행정에서 알 수가 없다"며 "행정기관 조사에는 한계가 있으니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전문의 B씨는 "요양병원 측이 설명한 대로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 화장실에 스스로 갈 수 있도록 도와야지 기저귀를 채우면서 환자를 침상에 머무르게 할 이유가 없었다. 병원 측이 환자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관절이 골절되고 휠체어를 태우고 침상에 눕혀놨다면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통증이 있었을 것이다. 이는 환자 진술이 아니라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검사를 진행했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상고위험군 환자가 이틀 연속 사고를 당했는데 아무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의사 판단이 선행된다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의 보호자 아들 C씨는 "관리감독 주체인 북구가 병원에서 형식적으로 서류만 훑어보고 그쪽 입장만 듣고 와서는 '문제가 없단다'라며 조사를 마무리하려 한다. 보호자가 검사를 해달라고 했지만 병원이 이를 거부한 사실도 있다. 이 역시 명백한 의료법 위반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가 없다는 거냐"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멀쩡하던 어머니가 하루 아침에 반불구가 돼서 나왔다. 내 어머니 같은 분들이 또 자식들 모르게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니 철저히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건데 형식적으로 서류만 보고 와서 문제가 없다고 하니 분통이 터질 따름"이라고 말했다.

요양병원 원장이자 담당 주치의는 "본인들 주장일 뿐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 병원에서는 특별한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할 말은 없다"며 "80대 파킨슨병 환자가 혼자 화장실에서 쓰러진 걸 검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뉴스1>이 의료법 위반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요양병원에 여러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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