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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ㅌㅁ 댈구 구해요"…SNS로 숨어든 마약류 식욕억제제 거래

부작용 우려 처방 기준 강화에 추적 어려운 특정 카페 등으로
"다이어트 하려다 누구든 범법자 될 수 있어"…실제 처벌 주의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박상휘 기자 | 2021-07-05 06:00 송고 | 2021-07-05 09:14 최종수정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 뉴스1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 뉴스1

"나 민자(미성년을 뜻하는 은어)인데 부작용은 내가 다 감수할 테니 디에타민(성분 펜터민염산염) 어느 병원에서 처방하는지 알려주라. 아님 나한테 팔아줘라."

마치 필로폰과 같이 마약을 은밀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듯 한 이 글은 실제 한 온라인 커뮤니티 '10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그렇다면 게시글을 올린 사람이 구하려고 하는 디에타민은 과연 무엇일까.
디에타민은 펜터민 성분을 포함한 식욕억제제의 상품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마진돌 등이며, 상품명으로는 아디펙스, 푸링, 휴터민 등이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나비약', '뼈다귀약' '리본약' 등 다이어트약의 모양을 본 따거나, 'ㅍㅌㅁ' 'ㅎㅌㅁ' '데타민' 등 상품명을 줄이거나 초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10대나 여성들이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오픈 채팅방에서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욕억제제로 불리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로카세린, 마진돌 성분 제제는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될 만큼 중독성과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부터 오남용을 막기 위해 처방과 투약을 훨씬 까다롭게 만들었다.
그러자 식욕억제제를 추가로 구매하기 위한 불법 재판매가 온라인을 위주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부작용 우려…특히 청소년, 임산부는 금기해야"

펜터민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우리 몸에서 도파민 분비를 극단적으로 늘려 신진대사를 높이고, 포만감을 준다. 그러나 이 같은 식욕억제제는 마약류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다하게 복용할 경우 의존성, 내성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부작용은 △정신분열증과 유사한 정신이상 △중증 심질환 △폐동맥 고혈압 △판막 심장병 △과자극작용 및 불안감·어지럼·불면증·두통·두드러기 등이 있다.

이 때문에 식욕억제제는 곧 다이어트 약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펜터민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비만과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 복용 시 대다수 비만약이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내과 전문의 A씨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조울증, 피해망상, 환청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운동, 식이요법을 병행하지 않으면 살이 잘 찌는 체질로 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부작용으로 실제 병원에 실려 오는 사례도 많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내과 전공의 B씨는 "식욕억제제 중독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은 한 번에 많은 양의 식욕억제제를 먹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살만 뺄 수 있다면야…" SNS 불법 구매 줄이어

지난 2019년 인천에서는 20~30대 여성 6명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중고거래사이트에서 펜터민 성분이 들어간 식욕억제제를 판매하고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문제가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되자 중고거래사이트에서는 의약품 판매가 금지됐다. 그러자 불법 재판매와 구매는 추적이 어려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특정 온라인 카페로 옮겨갔다.

수요가 많으니 판매에도 불법이 뒤따른다. 의사는 허위로 처방을 하고 처방을 통해 약을 구한 이들은 불법으로 약을 판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SNS에는 "5월7일 병원갑니다. 디에타민 대리구매 해드릴 분 구해요" "먹다 남은 다약 10알 팝니다“는 글을 게시한 후, 쪽지를 통해 약을 판매하는 수법이 판을 치고 있다.

트위터 글 갈무리 © 뉴스1
트위터 글 갈무리 © 뉴스1

하지만 이 같은 구매는 모두 불법이다. 식욕억제제는 식약처의 처방 기준을 충족해야 처방받을 수 있으며, 4주 이하로 단기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장기 처방을 받더라도 3개월을 넘지 말아야 한다. 우울증 환자, 임산부, 심혈관계질환자, 16세 이하 청소년 등은 아예 약을 처방받을 수 없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식욕억제제를 허위 혹은 과도하게 처방받은 환자와 이를 처방한 의원의 건수가 1만6000여 건에 이른다.

올해도 지난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2개월간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을 벗어나 처방을 지속한 의사는 총 567명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식약처는 이들에게 서면으로 경고 조치했다.

◇"약 판매는 물론 다이어트하려다 범법자 될 수 있어"

식욕억제제는 마약류관리법 상 '라'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우유주사'로 알려진 프로포폴, 미다졸람도 이들과 같은 '라'목에 속해 있다. 마약류 관리법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제공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남은 다이어트 약을 판매하는 것, 처방전을 판매하는 것 등은 모두 형사처분 대상"이라며 "다른 사람에게 대리처방을 부탁해 향정신성의약품이 함유된 식욕억제제, 다이어트 약을 구입하는 것은 마약을 구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법원은 처방전 수백 장을 위조해 마약 성분(펜디메트라진)이 포함된 식욕억제제 푸링을 약 1만2000정 대리처방 받아 판매한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C씨(34)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처방전이 위조된 것을 알고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조제 및 판매한 혐의(약사법위반 등)로 함께 기소된 약사 D씨(41)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처방전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의사, 약사가 약을 처방해줬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해 요양급여를 받은 것에 해당하므로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마약 성분임을 알고도 구매한 경우에는 구매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약품 단순 구매자로 처벌이 되지 않는데 이 역시 불법 구매 근절을 위해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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