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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갑질에 신음하는 젊은 창작자]④"신인 기회 줄고 웹툰시장 양극화"

한국만화가협회 장윤호 이사 인터뷰
'구글 통행세'로 2030 젊은 작가들 가장 큰 피해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1-06-30 07:00 송고
편집자주 "앞으로 구글플레이 인앤결제만 사용하고 30% 수수료를 내라." 지난해 9월 구글의 일방적 '통보'가 오는 10월부터 현실이 된다.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춰 갓 꽃피우기 시작한 웹툰, 웹소설 등 신생 콘텐츠 업계가 '구글의 갑질'로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이른바 MZ 세대가 대부분인 젊은 창작자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한국만화가협회 장윤호 이사가 경기도 부천시 개인 작업실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2021.06.24. © News1 이기범 기자
한국만화가협회 장윤호 이사가 경기도 부천시 개인 작업실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2021.06.24. © News1 이기범 기자

3438명. 2019년 기준 국내 웹툰 작가 수다. 총 누적 작가 수는 9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신규 작품 수는 2767건. 웹툰 시장이 성장하면서 매년 수 천건의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웹툰 작가 중 29세 이하는 35.1%, 30대 비중은 48%로 조사된다. 30대 이하 비중이 80%가 넘는 셈이다.

웹툰시장을 이끌고 있는 젊은 창작자들이 10월 시행될 구글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15%가 됐든, 30%가 됐든 웹툰 플랫폼사나 작가 입장에선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웹툰 시장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신인 작가 발굴 비용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피해는 2030 젊은 작가들에게 가게 될 거로 생각한다."

지난 24일 경기도 부천시 개인 작업실에서 <뉴스1>과 만난 한국만화가협회 장윤호 이사는 최근 콘텐츠 업계의 잇단 구글 인앱반대 성명 발표에 대해 젊은 창작 생태계 위축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가 시작되면 최종적으로 파급 영향이 창작자에게 미칠 건 뻔하고, 특히 신입 작가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거라는 얘기다.

◇신인 기회 줄고 웹툰 시장 양극화 커질 것
한국만화가협회는 1968년 설립된 국내 첫 만화가 단체다. 약 1500명의 작가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장윤호 이사 역시 필명 '장통'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한성대학교 부설 디자인아트교육원에서 웹툰만화콘텐츠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젊은 창작자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장 이사는 "작은 웹툰 플랫폼은 돈이 되는 작가, 돈이 되는 장르에만 투자할 거라는 우려도 든다"며 "만화 산업이라는 게 다양성이 중요한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장르의 작가는 도태되고, 신인 작가 등단 기회와 성공 여지도 줄어들까 봐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장 이사는 구글 인앱결제 정책으로 웹툰 플랫폼 간 양극화가 커지고, 이로 인해 신인 데뷔 기회가 줄 거로 우려했다. 규모가 있는 플랫폼은 수수료 이슈에도 버틸 수 있지만, 중소 플랫폼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신인 작가를 늘리는 게 어려워질 거라는 얘기다.

한국만화가협회 장윤호 이사는 구글 인앱결제 문제로 웹툰 시장의 양극화가 커지고 신입 작가의 데뷔 기회가 줄어들 거로 우려했다. / 뉴스1 2021.06.24. © News1 이기범 기자
한국만화가협회 장윤호 이사는 구글 인앱결제 문제로 웹툰 시장의 양극화가 커지고 신입 작가의 데뷔 기회가 줄어들 거로 우려했다. / 뉴스1 2021.06.24. © News1 이기범 기자

웹툰 플랫폼에 있어 신인 작가는 일종의 투자다. 인기작가의 경우 기본 원고료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신인 작가는 지급한 원고료보다 적은 수익을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가와 매출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수익 배분을 보장해주는 '미니멈 개런티'(MG) 계약을 맺는 플랫폼들은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장 이사는 "네이버, 카카오, 레진, 탑툰 등 큰 웹툰 플랫폼도 있지만, 그런 플랫폼만으로는 수많은 작가 지망생을 수용할 수 없다"며 "현재 유의미하게 운영되는 플랫폼 36개 정도 되는데 이런 플랫폼이 있어 줘야 연재 기회라도 잡게 된다.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플랫폼은 수수료 문제까지 터지면 작가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웹툰 플랫폼 사업은 돈이 많이 드는 사업으로, MG든 원고료든 지급해야 하는데 고료보다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작가가 많다"며 "수익을 많이 내는 상위 작가들을 통해 부족한 매출을 상쇄하며 굴러가는 게 웹툰 산업 구조"라고 밝혔다.

◇15%로 수수료 할인? 웹툰 업계 위축은 변함없어

구글은 지난해 9월28일 그동안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던 인앱결제·30% 수수료 정책을 콘텐츠 앱 전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앱 안에서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결제를 강제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30% 떼어 가겠다는 내용이다.

당초 신규 앱은 올해 1월, 기존 앱은 올해 10월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올해 9월30일로 적용 시점이 미뤄졌다. 지난 3월에는 연 매출 100만달러 이하 구간에 대해선 15%만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24일에는 구글이 요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장 이사는 "15% 수수료도 낮다고 볼 수 없다. 여러 조건을 달아 수수료를 15%로 할인해주겠다고 하는데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일이고, 다시금 30%로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서비스 제공자가 생태계를 구성하고 서비스 안정화 및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구글은 이용자가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건데 이후 발생 수익을 계속 받아 가는 게 온당한 일은 아니다. 구글이 가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정책이다"고 비판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다시 만화가 사리지는 걸 볼 수 없다"

콘텐츠 업계는 비상이다. 지난 3일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를 시작으로, 웹소설산업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웹소설협회, 한국웹소설작가협회, 한국전자출판협회 등 8곳의 웹툰·웹소설 관련 협회에서 구글 인앱결제 반대 성명 내고 있는 상황이다.

장 이사는 웹툰 이전의 만화 시장을 암흑기로 짚었다. 1980년대는 만화를 유해 매체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으로 시장이 위축됐고, IMF 이후에는 출판 만화계가 붕괴됐다는 설명이다.

장 이사는 "만화가 사라지고, 독자가 사라지는 걸 봤다"며 "만화 시장 붕괴 시기를 목도했기 때문에 현재 만화 시장이 스마트폰 발달, 웹툰 성장과 함께 활성화되고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가 됐지만 만화 생태계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했다. 장 이사는 "일부 의원들은 조금 천천히 가자는 의견을 피력하는 거 같은데 그럴 여유가 없다. 지금 과방위 쪽에서 나서서 법안 통과를 추진해야 (구글 인앱결제가 강제되는) 9월30일 이전에 법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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