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200만 공기업 공정평가 '흔들'…"기재부 '갑질' 뺀 '진짜평가' 원한다"

기재부 출신 주도 '그들만의 평가' …기재부 채찍·당근책 '변질'
"공정신뢰 훼손된 채 초유 실수, 전수 재평가 필요"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2021-06-24 17:47 송고 | 2021-06-25 17:13 최종수정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1년도 제7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2021.6.18/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소수점 세 자리까지 계산한다더니, 200만 공기업 직원 목매는 경영평가의 허술함이 노출된 셈이다."(공기업 관계자)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계산 실수를 노출하면서 공기업 직원들의 여론이 거세다. 관가에선 총괄부처인 기재부의 경영평가가 형평성과 신뢰성을 크게 훼손한 만큼 원점에서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나온다.
24일 기재부 등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실시한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가 의결된 후 평가단이 각 기관에 지표별 등급과 점수를 통보하는 중에 평가지표 배점 적용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오류를 발견했다.

정부 관계자는 "경영평가에서 탁월(S)을 제외한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 등으로 등급을 부여했는데,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잘못 부여한 탓에 일부 공공기관의 점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는 오류가 발생했다"며 "올해 평가에서는 성과급 미지급 대상인 미흡(D) 이하 등급을 받은 기관 수가 지난해 17곳에서 올해 21곳으로 4곳 늘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평가작업을 수행했던 평가단에서 다른 계산상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를 포함해 평가 전반에 걸쳐 세밀하게 확인 작업을 진행 중"이며 "평가결과 수정 필요사항, 보완, 시정조치사항 등을 종합 정리한 후 25일 공운위를 다시 열어 후속조치를 즉각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계산오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도입된 1984년(공기업 기준, 정부 산하기관은 2004년부터) 이후 처음이다.

A공기업 관계자는 "관가에선 유독 올해 경영평가에서 불협화음이 많았다는 후문이 들린다"며 "지난해 경영평가를 판단하는 자리에서 수년 전의 문제가 심사위원들에게 노출돼, 공정한 심사를 방해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B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기재부가 외부위원을 초빙해 객관적인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이번 경영평가에서 핵심 심사위원직에 대부분 기재부 출신 교수진이 포진해 있다"고 전했다.

이를테면 올해 공기업1군 평가단의 경우 단장을 맡은 박춘섭 교수는 기재부 예산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사실상 기재부 퇴직관료다. 2019년부터 참여한 유승원 경찰대 교수도 기재부 재정정책국 예산실 서기관 출신으로 경영관리 간사를 맡았다. 이밖에 문병결 성균관대 교수도 기재부 출신이다.

기재부 관련 학회로 분류되는 한국정책학회, 재무행정학회, 한국회계학회 출신 교수도 대거 포진했다. 전체 심사위원 중 절반 가까이 기재부 출신이거나 기재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위원들로 꾸려진 셈이다. 일각에선 기재부 출신이 CEO로 있는 공기업은 너그러운 잣대가 적용돼 올해 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문도 들린다.

C공기업 직원은 "공정해야 할 기관평가가 기재부의 당근과 채찍을 위한 용도로 남용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들리는데, 심사위원 구성 자체가 객관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산하기관이 찾아낸 계산오류 부분만 재심사해 넘어가려는 기재부 공운위의 조치를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소수점 세자리까지 점수를 평가하며 정밀한 심사임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이번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오랫동안 공운위를 주도한 기재부를 확실히 배제한 공기업 평가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9913@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