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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유(流)튜브]혁신 외치던 쿠팡, 사고 수습엔 혁신 어디로?

화재사고에 김범석 의장 사임 맞물리며 '탈퇴' 인증 번져
소방관 유족·주변 농가 지원 약속했지만 김범석 의장 '안보인다'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2021-06-22 08:18 송고 | 2021-06-22 08:24 최종수정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거센 불길로 외장재가 떨어져나가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쿠팡 탈퇴 인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소방관 사망에다 평소 안전관리가 소홀했다는 주장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입니다. 특히 쿠팡 창업자 김범석 전 의장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급하게 자리에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탈퇴 인증이 번지고 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지난 21일 뉴스룸과 설명자료를 통해 "김 전 의장의 등기이사 사임은 화재가 발생한 17일 전"이라며 "화재 발생 이후 사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김 전 의장은 글로벌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 지난달 5월 31일 쿠팡(주) 등기이사에서 사임했지만 등기 완료 시점이 화재 발생 때와 공교롭게 겹치면서 오해를 낳았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쿠팡측은 "(사임 보도자료 배포)당시 물류센터 화재 초진이 완료된 시점이었지만, 2차 화재 확산으로 대형화되자 등기이사 사임과 관련한 허위정보가 퍼졌다"며 "화재 발생 이후 사임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쿠팡이 이처럼 적극 해명에 나선 것은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의 쿠팡 불매·탈퇴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여집니다. 실제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쿠팡 불매와 탈퇴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에는 '쿠팡탈퇴' 해시태그(#)를 단 글이 17만 여건 게재되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쿠팡을 탈퇴하는 상세한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고 "화재 발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급하게 의장직 등에서 사임한 것 아니냐"는 추측성 글들도 확산됐습니다.

일부에서는 화재 구조대장 사망에 대한 책임이 쿠팡에 있다며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망사건 책임을 위해서는 김 전 의장의 사임이 아닌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택배 파업 당시 직고용 체재인 쿠팡으로 인해 자신들의 파업 동력을 잃게 만든 택배 노조가 불을 질렀다는 웃지 못할 괴담도 유포되고 있습니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밤샘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6.1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물론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한 수익극대화에 힘을 쏟고 몸집을 키울 동안 안전과 노동문제에는 소홀했다는 비난에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쿠팡 측도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이번 사고로 피해를 입은 유족을 지원하고, 철저한 사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19일 오후 6시 30분 장례식장을 직접 방문해 고인을 애도하고 유가족에게 위로했고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도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습니다.

화재로 일터를 잃은 덕평물류센터 직원들의 급여도 보장하기로 했고 피해를 입은 인근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보상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일어나지 않아야 할 끔찍한 사고지만 이후 보상 및 직원 생계 보장, 개선 방안 등에 대해 회사측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는 방침입니다.

20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과 동료 소방관들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을 추모하고 있다. 2021.6.20/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하지만 이번 사고와 수습 과정에서 쿠팡이 보여준 모습은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많이 남긴 것이 사실입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빠르게 성장한 만큼 인사, 안전 등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잡히지 못한데서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합니다. 

맞습니다. 쿠팡은 2010년 창업 이후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컸습니다. 지난해 신규 채용만 2만5000여명을 고용했으며 올해 1분기 기준 쿠팡에 직고용 된 임직원은 5만4274명에 달합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이어 대한민국 3위 입니다. 쿠팡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2025년까지 5만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입니다.

고용창출 뿐만 아니라 로켓배송으로 국내 유통업계에 틀을 바꾸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시대 소비자 삶을 바꿨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쿠팡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소비자들에게는 필요한 존재로 각인 돼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덕평물류센터 화재는 한 소방관의 생명을 앗아가고 수천억원의 재산 피해는 물론 수백여명의 일할 곳을 잃게 만든 대형 사고입니다. 쿠팡의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에는 피해 규모가 너무 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쿠팡의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이자 뉴욕증시 상장으로 시가총액 70조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더이상 가파르게 성장 가도를 달리는 스타트업 또는 단순 이커머스 기업이 아닙니다.

대기업 반열에 오른 만큼 더 큰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소비자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러한 관심과 애정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겁니다. 평소에는 더 큰 박수를 받지만 반대로 조금만 잘못하면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게 됩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잘못된 행보를 보일 때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큰 것과 같은 이치인데요. 

탈퇴 운동 대응 방식 역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탈퇴 운동이 김범석 의장의 사임 시점에 대한 오해로 확산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오해를 푸는데 집중해서는 탈퇴 러시를 막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탈퇴 운동을 통해 MZ세대가 요구하는 것은 다른데 있기 때문인데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사임한 것이 아니다'는 것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등기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창업자로서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양유업 사태가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한번 살펴본다면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

김범석 전 쿠팡 의장 © 뉴스1

화재가 발생하기 전 의장에서 물러난 것은 법인등기부등본으로 확인됐으니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쿠팡을 100% 지배하는 미국 상장사 쿠팡Inc의 최고경영자(CEO) 겸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류상 한국 쿠팡의 전 의장이지만 직전까지 직을 유지했던 만큼 회사를 운영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도 있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쿠팡은 이번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고를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여 내부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 입니다.

김 전 의장은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고용을 늘리고, 서비스를 확대하고, 매출을 늘리는 것만이 쿠팡이 말하는 '혁신'이 아닐 것입니다. 사고 수습과정에서도 쿠팡다운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과도한 것일까요.


jhjh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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