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윤 피플펀드컴퍼니 대표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피플펀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뉴스1>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 1호 사업자 등록에 성공한 피플펀드의 김대윤 대표를 지난 17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김 대표는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바탕으로 연말까지 중금리 대출 공급액을 월 800억원으로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획득해 신용평가 시스템을 한층 더 고도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온투업은 2002년 대부업 이후 약 20년만에 제도권에 진입한 새로운 금융업권이다. 온투업이란 투자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차주에게 대출을 해주고, 투자자에겐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는 방식의 금융업을 말한다. 2019년 10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 통과 이후 지난 9일까지 41개 사업자가 금융위원회에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 피플펀드를 포함해 8퍼센트, 렌딧 등 3개 업체가 1호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피플펀드는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주력 분야로 두고 있다. 1호 등록 업체 중에선 대출 취급 규모가 가장 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피플펀드의 누적대출액은 1조839억원으로 8퍼센트(3476억원), 렌딧(2291억원) 등 다른 1호 사업자보다 많다.
특히 피플펀드엔 온투업 등록 소식이 그야말로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 10월부터 개인신용대출 영업이 막혔기 때문이다. 피플펀드는 전북은행을 통해 대출을 공급하는 '은행통합형' 모델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업) 시행 이후 금융당국이 "온투업자는 대출 등 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직접 처리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금방 등록이 될 줄 알고 중단했지만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피플펀드의 개인신용 누적대출액은 지난해 10월말 기준 1858억5600만원에서 8개월째 멈춰있다.
김 대표는 "2~3개월만 서비스를 중단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오래 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회사 입장에선 큰 리스크가 없어진 것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등록 소감을 밝혔다.
김대윤 피플펀드컴퍼니 대표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피플펀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 등 3개 인터넷전문은행의 올해 중금리 대출 취급 목표는 각각 3조1982억원, 1조2084억원, 1636억원이다. 토스뱅크가 9월부터 영업을 개시할 것이라 가정하면 3개 은행의 월 취급액 추정치는 2665억원, 1007억원, 409억원 정도다. 피플펀드가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으로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엔 다소 무리한 목표일 수도 있지만 김 대표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자체 신용평가 모형이다. 피플펀드는 회사 설립 이후 총 네 번의 고도화 작업을 거쳐 현재의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검증도 마쳤다. 1조원이 넘는 대출을 공급할 동안 기록한 연체율은 2.96%로 1호 사업자 중 가장 낮다. 자체 모델인 만큼 새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모형을 바꾸고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자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활용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다들 신용평가사서 만들어준 모형을 사용하는데, 이 경우 외부 변수가 있어도 바꾸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금리 대출 공급을 늘리려면 차주가 돈을 잘 갚을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능력은 금융회사가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온다"며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신용평가모형'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피플펀드는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신용평가에 필요한 다양한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김대윤 피플펀드컴퍼니 대표이사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릉로 피플펀드컴퍼니 사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이는 신뢰 회복과도 연결된 문제다. 팝펀딩 사태 등 일부 업체들의 일탈로 P2P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크게 실추됐다. 온투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온투업자들이 중금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보여줘야 하고, 대출의 부실도 잘 관리하는 점도 증명해야 한다"며 "그 결과에 온투업계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온투업자의 자동 분산 투자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다. 자동 분산 투자란 투자자가 미리 설정해둔 성향이나 조건에 따라 온투업자가 자금을 자동으로 분산시켜 투자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온투업은 투자자가 사전에 지정한 차입자에게 대출해주는 금융업인 만큼, 자동 분산 투자 서비스는 온투업의 본질과 어긋난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향후 2~3년간은 업체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보여줘야 이같은 규제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선 자동분산 투자 규제가 풀려야 한다"며 "당국이 금지한 건 업체들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앞으로 업체들이 실력을 보여주면 금융위원회가 지원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