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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씨티은행 매각에 정치권 개입은 결국 '독'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2021-06-18 06:31 송고
사진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씨티은행 본사. 뉴스1 DB © News1
사진은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씨티은행 본사. 뉴스1 DB © News1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매각에 정치권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고용안정과 금융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과 고심은 십분 이해하나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판국이라 되레 약(藥)이 아닌 독(毒)으로 작용할까 우려된다. 나아가 외국계은행의 매각 작업에 대한 개입은 자칫 국제 금융시장에 ‘대한민국은 정치금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최근 한국씨티은행 본점을 방문했다. 이들은 유명순 씨티은행장 등 경영진과의 면담에서 “이번 매각은 금융 소비자 보호와 고용안정 2가지를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매각 작업을 진행해달라고 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의 구조조정 이슈가 급부상하자 경영진을 찾아 고용안정을 요구한 것이다. 이들의 요청에 유 행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정치권의 개입은 고용 불안에 떠는 씨티은행 직원들에게 심정적인 위안거리는 될 수 있어 보인다.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라 금융당국을 비롯한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눈을 부릅뜨고 고용 승계 여부를 지켜볼 것이 자명하기에 인수자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작업 분위기상 정치권의 개입이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이유다. 

4곳 이상의 금융회사가 씨티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이들 모두 전 직원 고용 승계에 대해 부담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최근 은행권은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조직을 축소하려는 은행권의 움직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가속도가 붙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에서 일하는 직원은 약 2500명가량이다. 씨티은행은 다른 시중은행보다 직원의 평균연령이 만 46.5세로 다소 높다. 물론 직원 평균연봉도 은행권 최고 수준인 1억1200만원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금융사는 국내 거대 금융지주가 아닌 저축은행과 수도권 진출을 노리는 지방 금융지주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이 모든 인력의 고용 승계를 할 여력이 될지 의문이다. 결국 인수자에게 완전한 고용 승계를 보장하라는 것은 결국 ‘인수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만약 이번 씨티은행 소매금융 매각 작업이 불발되면 어떻게 될까. 씨티은행은 단계적 폐지도 선택지로 고심하고 있다. 단계적 폐지는 청산(자산 매각)이다. 청산 카드는 상당수 직원의 고용 불안정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영국계 글로벌 금융사 HSBC는 지난 2013년 소매금융 부문 매각에 나섰지만 직원 고용 승계 문제 등으로 실패, 결국 한국 사업을 청산했다. 당시 HSBC 직원 중 다수는 명예퇴직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됐다.

다행히 현재 씨티은행 노사는 최선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일단 매각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노사 모두 완전한 고용 승계만 주장하는 것은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다. 씨티은행 노사가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고 있기에 정치권의 개입은 불필요하다.

정치권이 민간기업의 인수·합병(M&A)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엄연한 민간기업의 M&A는 팔려는 자와 사려는 자의 협상과 금융당국의 인허가로 판단해야 한다. 정치권의 개입은 자칫 불필요한 오해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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